박근혜-시진핑, '북핵 해법' 온도차

시진핑 "6자회담 조기개최"…박근혜 "北, 성의 있는 조치 필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갖고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조치와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당초 예정된 30분보다 15분 길어진 회담의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이날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지금 북한 주민의 많은 수가 만성 영양실조에 걸렸다고 하는데 핵무기에 모든 것을 쏟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경제발전에 주력하도록 중국이 많이 설득하고 힘써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약속하고 사흘전에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는 바람에 평생을, 50년 이상을 기다려온 이산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하기위해서는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북핵 보유를 반대하며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정부의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북핵실험 대북제재) 안보리결의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지난 석달전 정상회담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되며 다만 표현이 명확해진 것"이라며 "안보리 결의의 지지와 이행조치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 핵무기 보유의 반대와 추가적 핵실험의 결연 반대 등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이야기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핵 반대'에 무게를 실은 우리 측 입장과 달리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을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중국은 계속 굳건히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가운데 반도 비핵화 실현, 반도의 평화 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화 통신은 시 주석이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에 반대한다고 한 발언은 보도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양국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시 주석은 6자회담의 조기 개최에, 박 대통령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시 주석은 "이제 한반도에서 이런 문제(북핵 등)와 관련해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무력에 의한 방법으로 풀 수가 없기 때문에 이제 대화, 특히 6자회담의 개최를 통한 조기대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에 있어 6자회담 재개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 주석에게 당부한 것과 달리, 일본 아베 총리와는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일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 첫 프로그램으로 본행사장인 소피텔 호텔에서 진행된 'APEC 정상도착' 행사부터 '기업인자문위원회 위원과 대화', '정상회의 세션1' 등에서 계속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지만 정상도착 행사에서 악수만 했을뿐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