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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주민 목 졸려 탈진…경찰 '인권 유린' 위험 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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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주민 목 졸려 탈진…경찰 '인권 유린' 위험 수위

신고리 3호기 2017년 가동 예상…"왜 서두르나"

경남 밀양시 765킬로볼트(kv) 초대형 송전탑 공사가 사흘째로 접어들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3교대 근무를 통해 밤샘 공사를 하는 등 강한 공사 의지를 보이고 있어, 밀양 송전탑 사태가 기약 없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민 줄줄이 병원 이송…목 졸리고 탈진

4일 오전 경찰과 주민이 충돌해 주민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단장면 고례리에 위치한 89번 공사현장으로 가는 평리마을에서 쇠사슬을 목에 묶고 서로 몸을 연결한 주민과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공사현장에 진입하려는 한전 직원을 주민들이 막아서자, 경찰이 주민의 몸을 잡고 제지한 것. 이 과정에서 김옥희(여·60), 최말녀(여·78), 김말수(남·79) 씨가 목이 졸려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강순자(여·80) 씨도 응급실로 실려갔다.

부북면 위양리에 위치한 126번 공사현장에서는 신난숙(여·50) 씨가 고열과 저혈당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신 씨는 전날에도 탈진해 링거를 맞았다.

3일에는 126번 공사현장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하던 성은희(여·51) 씨가 쓰러졌다. 이날 같은 현장에서 단식하던 김영자(여·57) 씨도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 씨는 맥박이 잡히지 않는 등 위독한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이날 126번 현장에서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대책위의 말에 따르면, 노숙 중인 주민들이 텐트를 치려 하자 경찰은 텐트를 빼앗았다. 또 주민들이 라면 물을 끓이려 불을 피우자 화재 우려가 있다며 소화기로 불을 껐다. 결국 충돌이 격화하며 주민 2명이 연행됐다.

2일 오전, 단장면 고례리의 89번 공사현장에서 9명의 주민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농성하고 있다.ⓒ프레시안(최형락)

"경찰의 인권유린 기막혀"…천막 뺏겨 비 맞으며 단식

대책위는 4일 오전 11시 단장면 미촌리 건설 4공구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남용과 인권유린을 비판했다. 2일 밀양시가 4공구 앞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돌입한 뒤로 이 현장에서는 극렬한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책위는 "대치 현장에 있는 주민 중 상당수가 고령의 노인인데, 공권력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민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음식물 반입도, 통행도 제한되고 있어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경찰의 인권유린은 기가 막히다"며 "경찰은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공권력 투입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이 보기에 지금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경찰"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은 모든 현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이중, 삼중, 사중으로 막아서고, 현지 주민들의 통행조차 봉쇄하고 있다"며 "경찰은 텐트를 쳐 놓고 그 안에서 자면서 주민들이 천막을 치려 하자 천막을 빼앗았다"고 전했다. 상동역에서 단식하고 있는 상동면 금호마을 주민 박정규(남·52) 씨는 경찰에게 천막을 압수당해 비를 맞으며 단식했다고 알려졌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불거지는 외부 세력 개입 논란과 관련해, 이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연대하고 있는 이들은 여러 정당 시민단체 회원, 종교인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은 대부분 지난 2년간 밀양 송전탑 현장을 직접 다녀가면서 밀양 어르신들을 알게 되었고, 공사 강행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밀양을 찾아온 분들" 이라며 "엄청난 공권력으로 현장을 봉쇄하고 통행 제한, 음식물 반입 차단, 어르신들에 대한 모욕적인 행태 등 갖가지 인권유린에 맞서 어르신들을 도우려는 자발적인 노력"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대책위가 경찰의 '인권유린'과 관련해 지적한 것은 음식물 반입 제한, 통행 등 국민 기본권인 이동권 제한 등이다. 밀양경찰서 측은 '인권유린' 주장에 대해 "당시 현장책임자에 의하면 경찰관이 주민들의 목을 조른 사실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주민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안전조치 차원에서 주민들을 보호하려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박 씨가 천막을 압수당한 것에 대해서도 밀양경찰서 측은 압수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며 "(업무방해와 통행방해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천막을 돌려주었으며 이날 오전에 천막을 치는 것을 경찰이 (오히려)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음식물 반입 차단 주장에 대해 밀양경찰서 측은 "농성주민에게까지 전달·제공하는데 도움을 준 사실이 있으며 농성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음식물, 의료품을 차단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음식물 직접 전달을 원하는 마을 주민 등의 의견은 묵살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찰을 거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음식물 반입에 대한 경찰의 '통제'는 여전하다.

신고리 3호기 2017년 가동 예상…"왜 송전탑 공사 서두르나"

마지막으로 이들은 주민과의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서둘러 공사를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변했다. 이들은 "만약 신고리 3호기 전력제어계측 케이블이, 11월까지 예정된 부품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완공이 2년 가까이 연기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전은 밀양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 밀양 송전탑 공사를 하루 속히 끝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신고리 3호기가 운행되지 않으면 밀양 송전탑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현재 신고리 3호기는 핵심부품인 전력제어계측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가동이 연기돼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부품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다. 부품성능 테스트의 통과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한전은 부품성능 테스트의 통과를 전제로 신고리 3호기의 완공 시점을 내년 8월로 정했다.

이날 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부품성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신고리 3호기의 운전은 오는 2017년에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 신고리 3호기가 2017년에나 운행된다면 공사를 강행하기 전에 지중화(땅에 송전선로를 묻는 방식)나 우회 송전선로 설치 등의 대안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

조 의원은 한수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기계연구원의 검증 테스트에서 한 가지라도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신고리 3호기의 가동은 2017년 후반기에나 가능하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불량부품으로 의심받고 있는 신고리 3호기 전력제어계측 케이블의 재검증 통과를 누구도 확신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전 사장이 내년 여름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 신고리 3·4호의 가동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현재 밀양 송전탑 공사강행은, 마치 대학에 합격도 하지 않았는데 등록금을 내고 강의받으라고 행패 부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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