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수감된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IMF당시 SK그룹은 부도위기일 정도로 어려웠다"며 "선물투자는 손해였지만 SK그룹 전체적으로는 이익이었다"고 강변했다.
***손길승 SK회장 "IMF 위기로 어쩔 수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이현승 부장판사)의 심리로 5일 열린 공판에서 손 회장은 선경목재의 후신인 (주)아상에 99년 2천4백92억원을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IMF때 SK그룹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다"며 "아상에 지급보증을 서고 있는 SK글로벌이 부도가 날 경우 그룹 계열사 전체가 연쇄부도가 날 것이 우려돼 자금사정이 좋았던 SK해운의 자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SK해운의 자금 7천8백84억원을 이사회 승인없이 선물투자에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선물투자는 손해를 봤지만 결국 그룹 전체로 봤을 때는 이득을 본 것"이라며 그룹 총수로서의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해 선물투자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선물시장의 기폭이 심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가 많이 때문에 기업이 개입한 것이 밝혀지면 시장이 왜곡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익금이나 잔금의 개인유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선물투자의 이유에 대해 SK글로벌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그룹 전체 이익을 위해서라고 했는데 선물투자 이익을 조금이라도 부실회계 처리에 사용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손 회장은 지난 98년 4월부터 2002년 8월 사이 SK해운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7천8백84억원을 인출, 선물투자에 사용하고 지난 98년 계열사 관계인 ㈜아상에 SK해운 자금 2천4백92억원을 부당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한나라당 1백억원,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10억원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 강도높은 기업 수사에 재계 긴장**
이와관련, 검찰이 정치자금 관련 손 회장에 대해 추가 기소를 어떤 방식을 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SK에 대해서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대한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손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에 따라 다른 기업인에 대한 처벌 방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기업인에 대해서는 비공개 소환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최근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공개 소환, 포토라인에 세움으로써 삼성에 대한 압박 강도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검찰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이 전부다"라고 기타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정치권에 제공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이건희 회장의 개인돈이나 이 회장은 모른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 부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본인의 동의하에 '숙박조사'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자금 출처 및 노무현 후보 캠프에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여부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가능하면 오는 8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삼성 부분에 대한 공개여부를 검토중이다.
검찰은 기업에 대한 수사에 대해 "아직 끝나지 않았고, 기업 수사는 총선 이후까지도 한다. 자금의 출처까지 밝혀야 수사가 끝난다"며 기업들에 대한 강한 수사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이에 재계는 경제5단체장이 불법대선자금 수사시작후 세번째로 대검청사를 방문해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정치자금 때문에 (기업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이분들에게 선처를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대검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앞서는 혼자 왔지만 이번에는 `힘있는' 분들을 더 데리고 왔다"면서 "두번 세번 오면 더 잘 봐주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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