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해왔지만 아직 무당적 상태인 노 대통령이 우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만찬회동을 갖는 데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전선거 운동'이라며 크게 반발하자, 이날 회동에서 양측은 공식석상에서 총선과 관련된 얘기는 극도로 자제했다.
다만 노 대통령이 만찬회동에 앞서 정 의장, 문희상 비서실장과 30분 가량 따로 만나, 이때 각료-비서 차출, 노대통령 입당 등 4월 총선에 대한 깊숙한 논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양측은 이를 부인했다.
***盧 "선거는 여러분이 알아서 치러달라"**
이날 만찬 회동에서는 4월 총선과 장.차관및 청와대 수석.보좌관급 인사들의 총선 동원령, 대북송금 특검 관계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돼지 않았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사전에 일체 선거와 관련된 얘기는 하지 말자는 사전 합의가 있어서 그 얘기는 식탁에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김정길 중앙위원은 "이번 총선은 우리가 알아서 치를테니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밝힌대로 민생경제를 살리는데 전념하는 게 좋겠다"며 일정 정도 선을 그었다. 이에 노 대통령도 "선거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 치러주길 바라며 이번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을 보니 제가 간여하지 않아도 잘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같은 우리당과 노대통령 입장 표명은 최근 우리당 지지도가 1위로 오르면서 '양강 구도'가 현실화되고 있는 데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노대통령 입당에 대한 반대가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盧, 정동영과 30분 독대**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 앞서 정 의장, 문희상 비서실장을 따로 만나 30분 가량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각료-비서 출마 여부 등 4월 총선 전략 등에 논의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양측은 이를 부인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와 관련 19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강금실 법무장관 영입 추진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 "본인의 불출마 의사가 완고, 완강하다"고 말해 강 장관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밝혀 각료 차출 등이 쉽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의장은 또 종로 출마설과 관련해서도 "아직 전북지역에서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며 전주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우리당 대변인은 이날 노대통령-정의장 회동과 관련, "개혁 완수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노 대통령과 우리당이 국정 전반을 상의하고 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또 정 의장은 반기문 외교장관, 오명 과기부 장관, 강동석 건교부 장관 등 인선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고, 노 대통령은 "미국측에서 장관바꾼데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국내 일각에선 반대로 보고 있어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지난 11일 우리당 전당대회와 관련 "전당대회가 참 좋았다. 춤판도 아주 좋고, 내가 그날 눈여겨 봤는데 바닥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자기 돈 내고 참여한 진정한 당원이어서 아주 의미가 있었다. 지도부 면면도 참 좋다"며 우리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 연두기자회견 내용과 관련된 민주당의 사과 요구와 관련 "민주당은 내가 민주당에 대해 반개혁 세력이라고 했다고 반발하는데 나는 민주당의 '민'자로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이부영 위원이 전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우회적으로 거절함한 것으로 해석돼, 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盧 "용산기지 협상 결과 불안한 것 아니다"**
이날 오후 6시반부터 2시간 20분가량 진행된 만찬에서 "지난 10여년간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한미간 협상의 역사와 남북문제, 한미관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설명 등으로 1시간10분이 소요됐다"고 유인태 정무수석이 밝혔다. 정의장은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근태 원내총무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해 1시간여를 이 문제를 놓고 대통령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는 조금도 불안한 게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박영선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90년 합의각서와 양해각서를 이미 체결했고 확인절차를 거쳐왔기 때문에 그 합의를 무효화하고 새롭게 하자는 데는 외교상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쟁점이 된 이사비용 문제는 클리어(명확)하게 정리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용산기지 문제와 관련해 환경조항이 새로 추가됐지만 기존합의를 뒤집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盧, "북한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유인태 정무수석 전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과의 신뢰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북한이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니냐"며 "북한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북한의 협상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때로 여성에 비유하는데, 자기들은 해를 줄 생각이 없는데도 상대방이 겁을 먹어 답답해 하더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북한이 왜 불안해 하느냐고 하고, 중국은 북한에 합리적인 안보 불안이 있다고 하고, 한국은 북한이 불안해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전제로 대화로 풀자는 게 세 나라의 입장차"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미간 입장차가 너무 커 우리가 조율하기 힘들어 난감하다"면서도 "어려움은 있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자리 창출 등 민생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당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회의'에 대한 후속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당에서 좋은 정책을 생산해서 제안해 주면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의 경제정책 당정협의 요청에 대해선 "(아직 입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적인 당정협의는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지난 1년간 대언론 관계가 많이 달라진 만큼 앞으로 부드럽고 원만한 관계로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엔 정 의장을 비롯해, 신기남 이부영 이미경 김정길 김혁규 상임중앙위원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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