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5일 경제 불확실성과 관련 "근거없이 사람을 공격하기 가장 좋은 용어가 불안, 불확실"이라면서 "저를 별로 달갑게 생각지 않은 사람들이 전부 불안을 내세우는 것이 좀 있지 않았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시장이라는 곳은 본시 불확실한 곳"이라면서 기업 등에서 지적하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선거 때 맘에 안 들었던 정서 털고 보면 불안 요소 없다"**
노 대통령은 "기업들이 대통령 보고 불안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무슨 말이 기업을 불안하게 했는지 물어보면 별 답이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에 제가 기업인들 불안하게 한 일이 없을 뿐더러 당선 이후 1년 내내 기업하기 좋게 해주겠다고 했다"면서 "수도권 규제를 그렇게 과감하게 풀어준 일 없다. 제도 개혁에 관해서 정부의 속도가 그렇게 늦지 않다. 과감하게 풀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선거 때 마음에 안 들었던 후보라는 정서 같은 것을 딱 털고 새로 한번 생각해 보면 지금의 경기 상황 외에 정치적 요소에서 별 불안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노동자 걱정하는 관점에서 노동운동에 경고한 것"**
노 대통령은 또 전날 연두기자회견에서 "근로조건이나 임금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전체 근로자를 위해 스스로 절제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전체 노동자를 걱정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사랑하는 친구가 겨울에 내복을 안 입고 추운데 산에 가겠다고 하면 제가 옷을 입으라고 막 권할 것이지만 더운데 계속 잠바를 입고 있으면 벗으라고 할 것"이라며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비유했다.
노 대통령은 "전체 노동자들에게 절제를 요구하거나 책망하듯 말하지 않았다"면서 "그야말로 노동운동을 앞장서서 지도해야 될 사람들, 전체를 볼만한 사람들이 오히려 잘못 가고 있으니까 반복해서 '여러분이 가고 있는 길이 장기적으로 다 잘되는 길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고 말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사회적 신뢰와 불신이라는 것은 항상 과장되게 돼 있다"면서 "불신을 털어내는 데에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랫동안 불신관계를 가져왔던 사람들끼리는 푸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재계도 그렇지만, 노동계도 그렇다"며 자신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접대비 규제, 투명성ㆍ긍정성 높이는 데 기여할 것"**
한편 노 대통령은 국세청이 기업의 향응성 접대비 허용한도를 50만원으로 정한 것과 관련, "접대비의 종류와 근거를 명시하는 것은 우리사회 전반에 투명성과 건강성을 높이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접대비 규제가 룸살롱이나 고급 술집에서 상당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 대책과 상충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전체 접대비가 좀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그게 우리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며, 투명한 거래 또는 회계가 더 큰 가치"라고 일축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향락성 접대비 '폐지'를 적극 검토했다가 재경부 등의 반대에 부딪쳐 '건당 30만원'으로 완화했다가, 올해 초 '건당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제 수준에서는 논의 하고 있지 않다"면서 "단순한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고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본격적 논의가 될 때 너도 의견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 노 대통령은 "부동산은 확대 재생산이 많은 제약을 받는 특수재화이고 특수 상품이기 대문에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공정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배분돼야 된다"면서 "적어도 투자 대상은 좋지만 투기대상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투기스독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이지 발전적 투자를 죽이거나 억압하려는 게 아니다"면서 "부동산을 잘 개발해 효용가치를 높이는 등 투자이익을 얻는 것은 얼마든지 열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역기능'과 관련, 노 대통령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민단체는 특별한 권력이나 공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주장과 방법이 정당성이 무너지면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크린쿼터제 축소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조금 시간을 두고 대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과 달리 언론과 대화 늘리고 싶다"**
이날 오찬을 시작하기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경제가 잘 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경제부장을 먼저 초청했다"며 "또 한편으로는 언론과 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작년과 달리 언론과의 관계가 자리잡히고 안정돼 있는 것 같아 대화를 늘리고 싶은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찬에는 중앙일간지, 방송, 경제지 등 21개사 경제부장이 참석했으며, 12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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