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통과 협조를 요청하러 국회를 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국회를 찾아 박관용 국회의장,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조순형 민주당 대표, 김원기 우리당 공동의장을 만나 "정부로선 농림부 장관이 했던 요청을 다 들어주고 각 당에서 농민 돕는 시책을 내놔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농민에게 도움될수 있도록 잘 해결해달라"며 FTA 비준안 통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비준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 각당 농촌출신 의원들 대부분이 농민의 반발여론을 감안, 실력저지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어 이날 오후 2시 열리는 본회의 처리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최병렬 대표는 노 대통령과 회동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등 갈등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키도 했다.
***盧 "마지막까지 최선 다한다는 생각으로 찾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의장이 잘 이끌어주고 국민들에게 신망받으니 내가 굳이 오지 않더라도 걱정들 많이 하시는 것 안다. 나도 마지막까지 최선 다한다는 생각으로 찾아왔다. 결과가 좋은 일이면 더 좋은 일일텐데 잘 부탁한다"며 비준안 통과에 협조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6,7일 농민단체 대표들을 잇따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농민 단체 대표를 만났는데 무엇을 해드렸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더라. 그만큼 농민에게 보장할 수 있는 만큼 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조순형 민주당대표가 정부가 FTA 보완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농어촌 투.융자 10개년 계획에 대해 '졸속'이라고 문제삼자 "10개년 계획도 알맹이가 있어 농촌 투자가 늘고 융자가 줄고 있다"면서 "반대 명분이 줄고 있고 10개년 계획을 더 보완할 것이니 오늘 처리에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한편 조순형 대표는 이날 FTA 비준안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려는 것에 대해 "정당하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오늘중 FTA통과를 고집하고 있는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법에 명시돼 있으니 사익보다 공익이 우선할 때 무기명 투표 보장해야 한다"고 고집해 논란을 빚었다.
박 의장은 "국회에서 FTA 부결된다고 해서 농민생활이 좋아지지 않는 것 아닌가. 선거를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물리력으로 의사진행 방해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해 통과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최병렬 "내키지 않아 한 마디도 안 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의 예정에 없던 18분간 방문에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회동이 끝난 뒤 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음도 내키지 않는데 대통령이랑 할 얘기 뭐 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대표는 "대통령의 방문이 FTA 비준안 처리 판단에 도움이 됐나"는 질문에도 "별로"라고 답했다.
최 대표는 한나라당 요구를 수용해 노 대통령이 농민단체를 만나 직접 설득한 것과 관련 "농촌의원들 얘기는 별로 호의적인 평가는 아니다"라면서도 "기대했던 것 만큼 효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설득은 했다고 본다"며 일정부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이 '찬성' 당론을 정한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실력저지했던 선거구법 갈등을 예로 들며 "한나라당이 단상점거하고 우리당이 밀어내야 모양새가 맞는 거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비준안 통과 여부에 대해선 "예측컨대 당론을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무기명 비밀 투표를 4당이 합의하고 물리적 저항만 없다면..."이라고 말해, 무기명 비밀투표로 갈 경우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순형 "별 얘기도 안하고 불쑥 가버려"**
조순형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별 얘기도 안하고 불쑥 일어나 가버리더라. 내가 거기다 대고 앉아서 얘기좀 들으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에는 소신을 가지고 반대하는 대도시 출신 의원들이 많다"며 FTA 비준안과 관련한 당내 분위기를 전하며 "각료들이 반대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더니 대통령은 그 얘기 처음 들었다며 챙겨 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통령이 농민단체를 만난 일은 잘 한 것이지만 적기를 놓쳤다고 생각한다"며 "사패산 터널 문제도 어려워 보이다가 대통령이 나서니까 금방 해결되던데 이 문제도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반대하는 농촌출신 의원들을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일찍 가 버렸다"면서 "외교통상위 위원들을 만났다던데 그 사람들은 관계자고 농촌출신 의원들은 당사자다. 농촌출신 의원들과 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우리 나라는 특히 대통령의 법률적 힘보다 도덕적 권위가 강하다. 대통령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데 적기에 잘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FTA 비준안 등을 처리할 계획이나, 농민들이 이날 오후 1시부터 국회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갖는 등 반대가 거세고 농촌지역 의원들의 반대도 거세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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