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기업에 대한 업무 실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오는 2월말경 최임후 최대규모의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4개 기관 중 24개 기관이 교체대상"**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5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제는 정부 부처뿐 아니라 정부산하단체 등 공공부문 전체가 사명감을 가지고 국정목표 추진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2월말 대대적 공기업 인사를 예고했다.
정 수석은 특히 "종전에는 수,우,미,양,가 중 '양,가'에 해당하는 인사만 경질하고 '우,미'까지는 임기를 채웠지만 이번에는 '미'도 경질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교체폭이 "작년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교체대상에 대해 "정부 산하기관 4백20여개 중 법률상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44개 기관의 기관장 중 참여정권 출범 후 교체한 20개를 제외한 24개 기관장이 1차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 상반기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의 임기가 만료되는 대상 직위가 15개가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그 직위는 인사를 하게 돼 있고, 그 외에라도 몇 가지 기준에 의해 현저하게 인사의 필요를 느끼면 인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희준 농업기반공사 사장이 5일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이같은 청와대측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에 따르면 강동석 사장이 건교부장관으로 옮겨가 공석이 된 한국전력을 포함, 석탄공사, 토지공사, 석유공사, 무역투자진흥공사, 수자원공사, 농업기반공사, 감정원, 공항공사 등 주요 공기업 및 산하기관들이 교체대상으로 볼 수 있다.
정 수석은 특히 한전 사장 인사와 관련 "세계적인 회사인 만큼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공채광고를 내는 등 한번 폼나게 해볼 생각"이라며 "한전 자회사 6개사 사장의 임기가 3월 말에 끝나는 만큼 3월 초까지는 선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은 노 대통령이 인사하고 나머지 은행은 시장에 맡길 것"이라며 "앞으로 차관(급), 실.국장급에 이어 산하단체장 순으로 인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ㆍ우ㆍ미ㆍ양ㆍ가 중 미ㆍ양ㆍ가는 경질"**
정 수석은 인사의 최우선 고려사항에 대해 "업무역량, 즉 경영능력 또는 혁신능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민정수석실, 감사원, 기획예산처 등에서 확보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공기업 경영자들을 수,우,미,양,가 5개 등급으로 분류해 이 중 수는 연임시키고, 우는 잔여 임기를 보장하지만 미,양,가에 해당하는 인사는 모두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정 수석은 개인 비리에 대해서도 "아직은 저희가 몇 케이스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문에는 좀 있더라"면서 이들은 반드시 경질할 것이라고 덧붙여, 지난해말부터 진행돼온 사정결과에 따른 인사도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정 수석은 또 장관이나 해당 기관의 이사회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기관에 대해서도 "그동안 축적된 인사자료를 인사권자에게 보내 참조토록 할 것"이라고 말해, 전 산하기관장이 이번 인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간 보신주의 등 미흡사례 발생"**
정 수석은 이번 대폭 물갈이 배경에 대해 "과거 정부와는 달리 대개 정권이 바뀌면 대개 자리를 일단 다 사표를 받는데 자리를 만들어서 나눠 가지는 형태가 아니라 평가에 의해서 하자는 취지로 그러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열달 동안에 평가를 쭉 하고 평가자료가 미비된 관계로 임기 도래 시기를 중심으로 인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기관장의 거취가 불확실함에 따라서 당사자도 불안해하고 또 보신주의 등 경영혁신 미흡사례가 일부 발생했다"고 물갈이 배경을 밝혔다. 이는 대규모 인사를 통해 공직기강을 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수석은 인사 추천 문제와 관련 "지금 내가 온전한 게 다행이다. 당에서 불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고 말도 많이 듣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다 해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가끔 전화가 온다"며 "적임자는 당적에 상관없이 임명할 생각"이라고 덧붙여, 총선전 단행되는 이번 인사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상당수 여권인사들이 "정권을 잡았는데 자리 하나 만들어주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해왔다는 점에서 인사내용에 대한 각계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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