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김대중(DJ) 전대통령 동교동 자택엔 1천5백여명의 세배객이 다녀갔다. 자택을 개방한 정치인들 중 가장 많은 숫자로 김 전대통령의 살아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총출동했으며,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도 여럿 김 전대통령을 찾았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은 '김심(金心) 논란'을 차단하려는듯 일찌감치 '정치 불개입'을 선언했다.
***DJ "나이도 먹었으니 그냥 여러분들 지켜볼 것"**
김 전대통령은 이날 새해를 맞아 국민의 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치에 대해 관심도 많고 의견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 불개입'을 선언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한동. 김석수 전총리를 비롯해 국민의 정부시절 장.차관 등 고위각료 2백여명과의 신년하례식에서도 "인생에서 제일 보람 있는 것은 눈을 감을 때 뭔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행복한 인생은 높은데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뜻있게 사는 것"이라며 "국민의 정부 5년간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이제 나는 나이도 많이 먹었으니 이제는 그냥 여러분들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DJ가 공식석상에서 '정치 불개입'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퇴임 이후 처음이다. 이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방문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김심' 논란이 예상되자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DJ는 이날 오전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등 당 지도부와 함께 한화갑 김옥두 이윤수 의원 등 구 동교동 출신 의원 등이 방문하고, 오후엔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 김근태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가 찾았으나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은 삼갔다.
***DJ "부시, 北 안전보장 확실해 약속해야"**
DJ는 그러나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관심을 갖고 기여할 수 있도록 마음이나마 협력하겠다"며 북핵 문제 등 대북.대미 관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DJ는 1일 한겨레 신문과의 새해특별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7천만 한민족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과감히 선언해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서둘러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DJ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문제는 북미관계의 진전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북한이 이처럼 과감하게 돌파구를 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는 "강자가 약자의 두려움을 풀어 주어야 한다"며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대북 안전보장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해 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및 남북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DJ는 그러나 "핵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잘돼야 한다고 본다"고 보다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YS "盧 하야로까지 갈 수 있다"**
한편 김영삼(YS) 전대통령은 이날 세배객을 맞아 노 대통령의 거취 문제와 관련 "대통령은 법률이전에 권위로 다스리는 것인데 지금은 그게 전부 상실됐다"며 "하야로까지 갈 수 있다"고 말해 DJ와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YS는 이날 유인태 정무수석의 세배를 받은 후 "지난해에는 참 어려웠어요. 노 대통령한테 큰 시련이 있었고 국민 전체가 힘들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YS 상도동 자택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서청원.박희태 전대표와 민주당 조순형 대표, 우리당 정대철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고건 총리, 유 수석 등 정부인사들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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