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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치권 말조심, 언론은 글조심하라"

청와대 대반격 나서, "검찰수사도 짜맞추기식"

청와대가 30일 검찰의 노무현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결과 발표를 비롯해 야당 대응과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조직적 반격에 나섰다. 측근비리 수사결과를 공세적으로 돌파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말조심, 언론은 글조심하라"**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이 이날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한나라당이 해야할 일은 대통령 비난이 아니라 도피한 범죄자를 하루 바삐 검찰에 출두시켜 대선자금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라며 "온 사람이 온말을 해도 한나라당은 입을 열 수 없다.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 등을 겨냥해서도 "정치권도 말조심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일방적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정치공세에 대해 사실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할 시점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수석은 또 "일부 언론에서도 글조심 했으면 한다. 일방적 거짓말로 몰거나 사법 처리에 대해 재단하는 듯한 보도 형태는 심히 유감이다. 이성을 가지고 상황을 분석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법을 밝히고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권력 문화와 정치문화가 일대 쇄신돼야 한다는 목적을 잃어서는 안되며 공론의 생산적 초점도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대통령은 자신을 던져 정치개혁을 위한 일종의 골고다 언덕을 가고 있다"면서 "이 엄청난 진통의 시대적 결과가 제도와 관행 등 정치 문화의 일대쇄신으로 귀결돼야 한다. 과도한 비난공세나 정치공세로 대통령 흔들기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정치개혁을 위해 이 진통의 과정이 남김없이 모두 밝혀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고 사실상 국민 앞에 벌거벗고 그 과정을 하고 있다"면서 "국정운영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과도한 정치공세는 중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측근비리와 불법대선자금은 별개"**

이 수석은 또 "측근 비리 부분은 불법대선자금과는 구별되는 부분이며 명백히 개인 비리"라고 이 부분이 대선자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당선 이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받은 돈에 대해서는 "불법대선자금과는 별개이며 개인 비리"라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 수사 이후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에서 받은 불법대선자금 규모의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은퇴도 고려할 것"이란 노 대통령 발언과 관련, 불법자금 액수에 관심이 집중되자 그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20일 대선이 끝난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이 이번에 드러났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와대 입장에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불법대선자금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썬앤문으로부터 받은 불법대선자금과 관련, "결과적으로는 불법이 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범죄의도가 없었다"면서 "영수증 처리가 안됐지만 당시 상황에서 일일이 영수증 처리가 챙기기 어려웠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그는 "작년 11월초를 되돌아보면 알겠지만 대통령 주변에서 또는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들이라면 대선자금의 부족 때문에 어떤 통로를 통해서라도 대선 자금을 지원 요청했던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당의 몇몇 인사들마저 후보가 돈을 만들어오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흔들어댔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후보로서는 거의 유일한 후원단체인 고교 동문회로부터 지원을 요청한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어느 당처럼 분명한 범죄적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음습한 지하주차장이나 만남의 광장에서 작전을 펼치듯 돈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며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대통령의 썬앤문 감세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감세 청탁 의혹은 결단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수사, 프로크루테스 침대에 사지 맞추기"**

이 수석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시각이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에 사지를 맞춘 듯한 느낌"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침대에 눕혀 몸이 침대 길이보다 길면 잘라서 죽이고,짧으면 늘여서 죽인 프로크루테스처럼 검찰 수사가 자의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수석은 이같은 입장에 대해 "오전 비서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과 관계수석회의에서 검찰 발표, 언론보도, 정치권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필요한 내용을 논평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혀, 자신의 발언이 사견이 아닌 청와대 공식입장임을 시사했다.

***문재인, "검찰, 피의사실 지나치게 단정적 발표 유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날 별도 자료를 배포해 장수천 관련 부분에 대한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문 민정수석은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검찰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억지로 형평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의혹이 있다"면서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거쳐야만 확정될 수 있는 피의 사실을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발표하는 잘못이 되풀이된 부분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은 이기명씨 용인땅 매매 과정에서 매수인을 자신이 나서서 물색했다고 지난 5월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다"면서 "대통령이 위 거래에 관여한 사실을 숨기거나 은폐하기라도 한 듯 '대통령이 위 거래를 사전보고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식으로 검찰과 언론이 발표하고 대서특필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수석은 검찰 수사 결과 장수천 매매를 무상대여로 본 것과 이 돈을 정치자금으로 간주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돈의 무상대여가 목적이었다면 금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그만일 것이므로 왜 굳이 매매 계약형식을 빌린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검찰의 판단과 같이 무상대여로 본다 하더라도 그 목적은 이기명씨로 하여금 가압류 채무를 변제하여 가압류를 해제받도록 하기 위한 것일뿐 대통령이나 주변 사람들이 정치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본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문 수석은 그러면서도 "이번 검찰 발표에서 검찰이 대통령에 직접 관계되는 사실까지 거침없이 수사하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면서 "이같이 달라진 검찰의 위상과 자세는 참여정부의 중요한 개혁의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대응은 검찰수사 결과를 공세적으로 돌파하겠다는 노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커다란 정치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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