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년 1월1일 국민의 정부 시절 각료.비서관들과 대규모 신년 하례회를 갖는 데 이어, 5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면담하는 등 바쁜 일정을 마련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회고록' 출간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대북송금 특검정국이래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해왔던 김전대통령이 지난 11월3일 '김대중 도서관' 개관을 계기로 활발한 외부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김전대통령의 정치적 비중을 감안할 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최 대표와 면담, 11일 우리당 새 지도부도 찾을 듯**
김 전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내달 1일 오전 국민의 정부 시절 수석비서관과 각료 출신 인사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다과를 가질 예정이다. 이날 오후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인사 1백여명으로부터 합동 세배를 받는다.
김 전대통령은 또 내달 5일에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만날 계획이다. 김한정 비서관은 "최 대표가 단식기간 김 전 대통령의 위로 전화에 대해 감사의 표시로 방문의사를 표시했지만 연말이라 시간이 바빠 연초로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내달 11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새지도부가 구성되면 이들도 김전대통령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이 지난 11월 28일 전당대회 이후 조순형 대표 등 지도부가 김전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해 이들을 만났었기 때문에 우리당 지도부가 면담을 요청할 경우 거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당은 지난번 민주당 대표부와의 만남때 김 전대통령의 민주당에 대한 각별한 애정 표시가 있었던만큼 이번에 반드시 김 전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낸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김전대통령은 지난 10일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 3주년'을 기념해 김석수, 이한동 전총리를 비롯한 국민의 정부 시절 각료들과 자택인 동교동 근처의 한 중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DJ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진표 경제부총리, 경제부총리를 지낸 전윤철 감사원장도 함께 했다.
김전대통령은 또 지난 15일 동아시아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당초 기조연설만 하고 행사장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김전대통령에게 예우를 갖추기 위해 일정을 바꿔 김 전대통령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행사장에 머물렀다. 김 전대통령은 또 이날 밤 춘사 나운규 영화제에 직접 참석해 공로상을 수상했었다.
지난 18일에는 한상범 위원장 등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들이 '고(故)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김 전대통령을 찾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 회고록 집필 계획**
김 전대통령도 조만간 회고록 집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대통령의 한 측근은 2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회고록 출간과 관련,“내년 상반기에 여러 제안을 놓고 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 회고록 출간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전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재임기간중 겪었던 남북정상회담 등 여러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비사 등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돼, 회고록 출간시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벌써부터 출판계의 물밑 독점계약 경쟁이 뜨겁다. 김 전대통령은 이미 회고록의 큰 틀에 대한 구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때 산타를 기다렸는데..."**
김전대통령은 이처럼 활동반경을 넓혀가며서도 국내정치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오고 있다. 최근 부쩍 외부 일정이 늘은 것에 대해서도 김전대통령측은 "정치적 행보와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국가의 원로로서 남북문제에 남은 여생을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유일한 소망"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이 아직도 호남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선 끊임없이 ‘DJ 의중’에 대한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의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꼴”이란 발언에 대해서도 김전대통령의 한 측근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접적 논평은 삼가하면서도, “크리스마스때 산타클로스를 기다렸는데 산타가 오지 않았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김 전대통령은 민주당 분당사태 등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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