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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국, '북핵 당사국' 한국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

[인터뷰] 문정인 교수 "김정은 '경제 중시 노선'은 지속적인 것"

지난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고조된 북핵 위기가 이렇다 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7개월이 지났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한국·일본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건 없는 대화'와 '북한 선행동'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상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강화된 가운데, 북핵 문제를 다자의 틀에서 논의한 첫 회담이라 불리는 6자회담이 10주년을 맞았다. 6자회담이 시작된 2년 후인 지난 2005년에는 6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에 합의했지만 그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12월 이후에는 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지난 18일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주관으로 베이징에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북핵 문제 당국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해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의견을 듣고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프레시안>은 문 교수를 만나 이번 토론회가 6자회담의 재개나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교수는 중국이 토론회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중국의 학자와 관리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두고 문 교수는 북핵이 중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한다는 실질적 이유와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개인적인 관심사, 그리고 시진핑 정부에서 외교적 업적을 달성하려는 목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토론회 때 중국 사람들로부터 "북핵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갖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현 정부가 강조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북핵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만이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을 넘나들면서 양쪽을 설득할 수 있다며,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문정인 교수 자택에서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

프레시안 : 이번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가 6자회담이나 북핵 협상 재개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토론회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문정인 : 중국이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것 같더라. 2년 전에도 외교부 산하의 국제문제연구소가 이런 토론회를 주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는 규모도 작았고 외교부장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참석하는 등 2년 전과는 달랐다.

참석한 인원도 기존보다 많았다. 중국에서 18명, 북한에서 10명, 한국 8명, 미국 8명, 러시아 8명, 일본 7명 등 67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6자회담과 같은 공식적인 회담에 참여하는 인원과 비슷한 규모였다.

중국이 이렇게 공을 들이는 데는 우선 왕이 부장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왕 부장은 본인이 외교부 부부장으로 재임하던 때(2005년) 6자회담 대표로 나서면서 교착상태에 있던 6자회담을 정상화시키고 9.19 공동성명을 만들어 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강력하게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고, (6자회담) 관련국들이 6자회담 재개 여건을 만들라고 강조하기도 한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북한 핵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북한 핵이 중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정당화시키고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개입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는데, 이것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세 번째로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때와 비교해서 설명할 수 있다. 후진타오 정권이 출범하면서(2003년) 6자회담을 시작했다. 6자회담은, 특히 2005년 9.19 공동성명은 후진타오 정권의 중대한 외교적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정권 역시 '신형대국관계론'에 부응해서 외교적 업적을 이루고 싶어 한다. 신형대국관계론은 기본적으로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국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미국이 인정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에 (미국이) 간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을 통해 여러 사안들을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만약 6자회담이 재개돼서 북핵 문제를 해결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안보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시진핑 정부로서는 엄청난 외교적 업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측면과 왕이 외교부장의 개인적인 어젠다, 중국 국가 이익 등이 맞물려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현재 중국이 처한 외교적 상황도 작용한 것 같다. 중국은 지금 외교적으로 상당히 수세에 몰려있다. 이란, 시리아 등의 문제에 있어 러시아와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고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영해문제에서도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을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편협한 국가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는 데 있어 건설적 역할을 한다면 현재의 외교적 위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6자회담에 공을 들이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2008년 12월에 있었던 마지막 6자회담 이후 중국이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 참석한 중국학자나 관리들의 태도를 보면 아주 일관되게 6자회담에 적극적이었다.

프레시안 : 지난 19일 왕이 외교부장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문정인 : 토론회 중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나왔다. 일본과 미국 참석자들이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니까 중국 참석자들이 "비관론은 비관적 결과를 가져온다, 낙관적으로 보자"고 하더라. 그런데 이건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기본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현 상황은 중국이 원하는 낙관적인 상태라기보다는 교착상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2.29합의 플러스 알파'를 원하고 있다. 즉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사전 조치를 해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 부한측 참가자들의 발언을 보면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북·중이 상당히 긴밀하게 사전 조율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중국이 6자회담 성사를 위핸 북한을 설득했다는 생각도 든다.

북한도 사전조치를 해야겠지만 미국도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국 입장인 것 같다. 북한이 계속 주장하는 것은, 9.19 공동성명을 보면 상호존중과 평등, 그리고 동시 행동원칙에 따르기로 되어 있는데 왜 자신들에게만 선조치를 하라고 주문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거론하지 않고 왜 자신들한테만 질타하느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계관 부상이 "빛이 한 곳에 비춰지면 그림자도 상당히 짙은 법"이라는 말을 했는데, "왜 우리만 비춰보냐,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비춰봐야 하는 것 아니냐, 미국이 잘못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평등하게 하자"는 북한의 메시지인 것 같다. 중국도 다분히 이런 시각에 동조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프레시안 : 이번 토론회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 것 같다. 특히 미국은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선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는데,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문정인 : 미국이 북한에 대해 불신감을 갖는 이유로 우선 지난해 2.29 합의 직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합의가 파기된 것을 들 수 있다. 2.29 합의는 미국은 북한에 영양 지원을 하고 이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을 동결하고 영변 관련 핵 활동을 중단하며, IAEA 사찰 허용 등을 약속한 것이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은 미사일 활동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합의 파기로 보고 있다. 2.29합의 당사자인 글린 데이비스 입장도 그렇고, 오바마를 포함해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린 것 같다.

또 지난 8월 30일 북한에 억류돼있는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 석방을 위한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북한 방문을 하루 전에 북한이 전격 취소한 것도 미국의 대북 불신을 강화시켰다. 이것이 성사되면 오바마의 외교적 입지를 올려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에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했다는 이유로 북한은 킹 특사의 방북을 취소했다. 미국의 행정부에서는 이것을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미국은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약속 다 해놓고 이렇게 판을 깨버리면 앞으로 북한과 협상을 어떻게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2.29 합의 플러스 알파'인데 2.29 합의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동결, 영변 관련 핵 활동 중단, IAEA 사찰 허용, 이와 관련한 추가 도발적 행동 금지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말하는 '알파'라는 것은 케네스 배 석방, 도발적 행동과 언행 자제, 그리고 최근 재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영변 흑연감속로 중단 등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북한 입장은 9.19 공동성명에 나와 있는 동시 행동 원칙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핵실험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해 적대적 행동을 했기 때문이고,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이 아니라 로켓이라고 미국에 미리 통보했음에도, 미국이 인정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라는 자신들의 고유한 주권적 권한도 미국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이야기를 하더라. 당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미국 재무부에서 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켜버리면서 공동성명의 이행이 지지부진해졌다. 리 부상의 주장은 이런 것이말로 미국측의 대북 적대 행위라는 것이다. 미국은 언제나 옳고, 이에대한 북한의 대응은 도발적 행동이라고 규정해버리면 어떻게 미국과 일을 같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리용호 부상이 이런 말을 하더라. "If we do not feel safe, we cannot give up our nuclear weapons", 즉 우리가 체제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느냐고 말하더라. 이게 북한의 핵심적 메시지다.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버리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기도 하고.

▲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왼쪽)이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는 인물은 북한 6자회담 수석 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한·미·일 대 북·중·러로 갈라지게 된 것은 참석자의 면면을 보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북·중·러는 6자회담 대표 등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참가한 반면 한·미·일은 중·하급 관리와 학자 등이 옵서버로 참가했다. 중국의 경우 왕이 외교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6자회담 수석대표, 쉬부(徐步) 6자회담 차석대표 등 북핵 관련 핵심라인이 다 나왔다. 북한도 김계관 제1부상,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부상, 최선희 미국 담당 부국장 등 핵심 라인이 다 왔다. 러시아는 6자회담 차석대표가 왔다. 그리고 이들은 옵서버가 아니라 정식대표로 참석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 대사관의 공사 참사와 외교부 본부의 북핵과장이 왔고 일본은 주중 일본대사관 참사관, 미국은 1등 서기관 3명이 왔다. 주중 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 2명과 주한 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 1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다. 한국은 그나마 한중 관계를 고려해서 이 정도 인사가 나온 것이다. 한·미·일 3자가 조율한 입장은 '공식 대표는 보내지 말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중국 입장을 생각해서 국장급 정도라도 보내려고 했다가 미국이 부정적으로 나오자 미국의 입장도 고려하는 등 막판까지 눈치를 본 것 같더라. 어떤 인사가 참석했느냐는 것이 곧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를 구체적으로 보인 것 아닌가 한다.

프레시안 : 그럼 이번 1.5트랙 토론회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별다른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다고 봐야하나?

문정인 : 리용호가 특별발언에서 "이 자리에 정부대표가 모였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하더라. 우선 이 만남 자체는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일단 중국은 자신들의 의도와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향후 강하게 6자회담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본다. 한국은 중국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전제조건을 걸고 판을 깰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한중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지만 1차적인 목표로 북한의 비핵화를 상정하고 있다.

프레시안 : 현 상황이라면 교착상태가 계속 진행된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정인 : 중국은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적 능력을 지켜봐야 한다. 결국 중국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본다. 우선 이번 기회에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가 어렵다는 것을 중국이 알았다고 본다. 즉 비핵화 사전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미국,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설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2013년 현재, 북한 핵 능력의 실체는

프레시안 : 북한과 중국이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보려고 노력했다는데, 지난 8월 31일 영변 핵 활동이 재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건 어떻게 읽어야 하나?

문정인 : 일단 영변 핵 활동이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38노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실제 재개된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관측으로는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 재가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롭게 나오는 이야기가 없어진 냉각탑을 다시 만들지 않고 지하로 연결시켜서 냉각을 시킨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한 물증이 구체적으로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래서 흑연감속로 재가동 여부에 대해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흑연감속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프레시안 : 그럼 앞으로 북한은 어떤 행보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나?

문정인 : 북한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약속을 안 지켰으니까 9.19 공동성명도 무효화되는 것이고, 그러니까 소위 '우리 식'으로 간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냉각탑 폭파시켜서 불능화시켰을 때 관련국들이 중유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2009년 3월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부터 시작해서 다른 나라들도 중유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자기들 방식으로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러시아 과학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영변 핵 시설이 노후된 것이라 신경을 좀 써야 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이것을 하나의 협상카드로 쓸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 카드는 북한이 양보할 수도 있는 카드다. 중요한 건 미국은 이런 것 자체가 싫은 거다. 조건부로 대화에 나서는 것이 싫으니까 아예 쟁점화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무시하는 전략으로.

프레시안 : 북한의 실제 핵능력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문정인 : 전혀 없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6자회담 재개 모색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는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랑 6자회담 세션에는 발표자를 배정했는데 한반도 평화안정 세션에는 아무도 내보내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안정은 외무성이 아니라 통일전선부(통전부)에서 하는 거니까 그런 것 같다.

프레시안 :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은?

문정인 : 희박하다고 본다. 우선 북한의 발언이 중국과 거의 같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 한국 내부에서 중국의 대북 정책이 변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도 그랬고 박 대통령도 그랬고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의 대북정책에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아닌 것 같더라.

중국의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조속 재개, 그리고 북핵 문제에 미국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미국이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중국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훈련에 B-52 등 전략핵무기까지 나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이것이 중국의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쉬부 중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미 양자 모두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9.19 성명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하고 미국도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주고 북한의 정치체제를 존중해줘야 한다. 호혜평등원칙이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지혜와 전략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쉬부 대표가 사실상 6자회담 관련 정책을 만드는데, 이걸 보면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다고 보기 힘들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중국말을 잘 듣는 것 같다. 북한이 기존에는 자신들은 비핵화에 관심이 없고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은 이미 무효화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김계관, 리용호 등의 발표자들이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고 자신들의 정책적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비핵화 조치를 할 테니 안보 우려를 해소해달라고 말하더라.

리용호 부상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를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지난 3~4개월 동안 벌였던 활동의 90%가 경제 현장 현지지도였다고 강조했다. 또 군부대에 들어가서도 군사 전략보다는 병사들의 복지에 신경 쓴다고 했다. 그만큼 경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의 몇몇 인사들은 북한의 이러한 행동들에 대해 당장 외자 유치 등을 통해 돈 몇 푼 더 얻으려고 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 자리에서 리용호 부상에게 경제중시 정책이 permanent한(오래 지속되는) 움직임으로 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리용호는 직접 영어로 "permanent한 것으로 봐도 된다"고 답했다.

프레시안 : 그럼 북한이 이른바 '핵무력 건설과 경제 개발 병진노선'을 포기한 것인가?

문정인 :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우린 핵무기 가졌다. 미국이 함부로 우리를 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기본으로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이 북한에 위협을 가하지 않고 관계 개선을 하면 핵은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은 병진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즉 조건부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병진노선은 그대로 있는 것이다.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북한은 이 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 건설 병진 전략을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금은 무게중심이 경제 쪽으로 가 있는데, 현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 위협을 가하면 핵무기에 비중을 두겠지만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버리면 핵은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선제조치는 체제를 인정하고 경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신들에 대한 위협을 없애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결국 북한과 중국 간 조율이 굉장히 잘됐다고 보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도발적인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인가?

문정인 :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서 여러 국가들이 계속 북한을 몰아세우면 핵실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중국은 이걸 막으려고 노력하겠지만.

프레시안 : 그럼 앞으로도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이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은 것인가?

문정인 : 지금대로 가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정부가 외교적 주도권을 갖고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전만 하더라도 휴전협정 당사자가 중국이었는데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지금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 스스로를 핵심 이해당사자라고 보고 있다.

中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자는 한국 문제 아닌가?"

프레시안 :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북핵 문제 해결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느데...

문정인 : 당연하다. 2004년에서 2005년까지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깬 것은 사실상 한국 정부였다.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도 중국과 협력하고 9.19 공동성명도 만들고. 그때 한국, 중국, 러시아가 한 팀이 됐었다. 북한은 6자회담에 나오려고 하지도 않았다. 한, 중, 러 세나라가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이 미국에 끌려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반면 그때보다 상황이 나은 측면도 잇다. 북한이 그때와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의 말을 듣겠다고 하고 있다. 즉 북한이 회담 재개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만이 미국, 중국을 넘나들면서 양쪽을 다 만나고 설득할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라면 한국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상상력, 담력에 기초한 외교력을 발휘하면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동안 오바마 정부는 남북관계나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가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는, 즉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문정인 : 그러니까 한국이 운전석에 앉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사실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상태로 그저 고민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좋은 관계를 맺었으니까 중국에 화답은 해야 하는데, 미국과도 조율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글린 데이비스 방한했을 때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없이는 6자회담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를 본 것 같다.

프레시안 :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어야 한다는 말인가?

문정인 : 북핵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전제조건을 놓고 갈등이 있다. 중국 입장은 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너무 강하게 내걸지 말자, 즉 문턱을 너무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고 거기서 풀어가자는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과 같이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를하라는 것이다. 문턱을 높인 것이지. 여기서 한국이 문턱을 낮추는 것에 공헌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6자회담을 재개해서 거기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사전에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은 현재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물론 북한도 자신이 내세운 문턱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한 북한 외무성 북미국의 한 직원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는데 나는 이런 문제 제기를 했다. 한국은 이미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준수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도 안 할 뿐만 아니라 1991년에 미국의 전술핵도 철수했는데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더 이상 뭘 원하는 것이냐고.. 미국의 핵우산도 제거하고 주한미군도 철수하라는 얘기냐. 이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 아니냐고 물었다. 북한 외무성 직원이 답변을 하지 않더라.

그랬더니 한 미국 측 참석자가 북한 측 인사에게 "당신들이 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이 미국의 핵우산 없애고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동맹 해체하는 것이라면 그건 들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후에 참석자들 사이에서 북한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북한이 종국에는 한미동맹의 해체까지를 한반도 비핵화로 생각한다면 비핵화 협상 안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건 판 깨자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문제 해결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인사들이 주로 군부 출신의 강경파 인사들이라 쉽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정인 : 그래야 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풀어야 하는데 이것은 박 대통령 본인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중국, 북한,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2005년 9.19 성명이 도출된 것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고집이 없었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병세 장관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전권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 구조적 문제점이 적지 않겠지만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방관자적 입장을 유지하거나 미국의 눈치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관련 부서의 의견은 잘 들어야 하지만 대통령의 결단도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현 정부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문정인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문정인 :
윤병세 장관이 지도력을 발휘해주면 좋을 것 같다. 윤 장관은 누구보다 이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사다. 신중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결단 내리고 밀어붙이면 할 수 있는 분이다. 박 대통령이 윤 장관을 잘 활용해서 6자회담 재개하고 북핵 문제를 푸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어느새 우리가 6자회담의 방관자가 되어 버렸다. 중국 사람들은 "북핵 문제는 한국 문제인데 왜 방관하고 있냐"고 되묻는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에 대해 나름의 비전을 밝혔는데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 로드맵도 만들고 타임라인도 만들고 인적 자원도 구성하면서 움직여 나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그림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물론 유관국과 협의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프레시안 : 한국 정부가 북핵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갖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정인 :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실현에 옮기고 나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협력과 북핵문제 해결 등 이 세 가지는 같이 맞물려 가야 한다. 9.19 공동성명에 이 세 가지가 모두 들어있지 않나.

성명의 1, 2조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적대적 정책 포기, 미북 관계 정상화 관련한 내용이 나와 있다. 그리고 관련 당사국들이 별도의 포럼을 통해 휴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논의한다는 것이 들어 있다. 마지막에는 이게 잘 진전되면 동북아의 안보평화 메커니즘을 만들어서 일종의 다자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북핵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미국의 입장에 편승하는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만의 독자적인 '북핵 해법 관련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문정인 : 그렇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협상을 거의 포기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렇다고 국가의 지도자가 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해법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 중국은 저렇게 빨리 움직여나가고 있고 미국은 전략적 인내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을 무시하고만 있다. 그 사이에서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북한이 4차 핵실험하고 추가 미사일 실험 발사 할 수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산가족 상봉, 북한과 약속한 모종의 거래 있었나

프레시안 : 이산가족 상봉 연기됐다.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문정인 : 남북 간 합의해놓은 모종의 것이 있었는데 그게 이행되지 않아서 판이 깨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된다.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협상 과정에서 밝히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할 때 우리가 항상 성의 표시를 해줬다.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쌀 지원 같이 상봉에 대한 화답을 해준 것은 사실이니까. 아니면 조건부는 아니지만 어떤 기대를 했는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아 판을 깼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꼽을 수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 나온 그대로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 이석기 의원 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이 북측 내부의 관료 정치적 갈등을 가져왔기 때문에 연기됐을 가능성이다. 남한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북한을 몰아치면서 북한 체제를 흔들려고만 하는데, 이걸 뭐가 좋다고 받아야 하느냐는 북한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이 불거져 나온 것일 수 있다. 갈등의 주체는 당과 군일수도 있고 혹은 당내 통전부와 다른 세력일 수도 있다.

다만 북한 내부의 강경파 측이 "아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쪽에서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 아니냐"하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개성공단을 살린 것은 좋은데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소위 '원칙있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에 말려든 것 아니냐는 내부적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이 막판에 판 깨는 경우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내부 조율이 되지 않은 경우다. 이 두 가지 이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프레시안 :
앞으로 경색국면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문정인 : 북한 내부의 강온파 간 갈등으로 상봉이 연기된 것이라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게 아니라 우리에게 기대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아서 연기된 것이라면 상호 조율을 통해 상봉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개성공단이 가동 중이니까, 즉 관계 개선의 여지를 아예 없앤 것은 아니니까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물밑접촉과 막후접촉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자 때인 작년 12월 말에 당선자의 허가도 없이 일부 인사가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 만나고 그런 물밑접촉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부행위자가 최고 결정권자의 지시를 받지 않고 움직인 거니까 불협화음을 만들 수도 있고 잡음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정원 라인을 가동해서 우리 내부의 조율을 거친 후 막후접촉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통령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 아닌가. 이런 막후 접촉은 필요하다.

북한에서 대남 협상에 나서는 조직은 당의 통일전선부다. 통전부는 일종의 공작기구에 해당된다. 따라서 표면에 나서기 힘들다. 그러니까 우리도 이중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국정원에서 막후접촉을 통해 북한과 의견교환과 조율을 하고, 그런 세팅 하에서 통일부 대표가 나가서 협상을 하면 실패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 언론이 집중하고 있는데 사전 조정 없이 양측이 바로 회담에 들어가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협상은 이중적 접근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는데 이걸 안 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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