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홍일)는 5일 구천서(53) 태권도협회장을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폭력배 등을 동원 투표를 방해하고 협회 간부들에게 금품 등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당시 선거를 방해를 주도한 혐의로 이승완(63) 태권도협회 고문(전 호국청년연합회 총재)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구씨와 함께 충청지역 폭력계 대부로 알려진 한용석(63) 태권도협회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미국으로 도주한 전남지역 폭력계 대부 박종석(60) 태권도협회 전무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태권도협회 회장 및 간부들 구속**
전 국회의원이기도 한 구 회장은 전임 회장이던 김운용 민주당 의원이 사임함에 따라 지난해 2월에 열린 태권도협회장 선거에서 이승완씨 등과 공모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와 대의원들이 선거장에 입장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 회장은 당시 투표장을 폭력배와 태권도인 3백여명으로 완전 봉쇄한 뒤 구 회장을 지지하는 대의원 17명과 관계자들만 대회장에 입장, 참석자 17명 전원의 표를 획득해 협회장으로 당선됐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이밖에도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달라며 협회 부회장 한모씨에게 현금 2천만원을 전달하고 협회 이사 오모씨에게 같은 취지로 5백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구씨를 당선시킨 후 이승완씨는 본격적으로 비리에 개입, 태권도용 전자호구 판매업체로부터 리스 외제차량 등 5천8백여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과학기술장학재단 관계자를 협박해 8억원을 빼앗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으로 도주한 박씨는 2001년 10월 당시 김운용 회장이 자신을 축출하려 하자 자신의 징계를 위해 열린 대의원대회를 물리력을 동원해 무산시킨 바 있다.
***태권도 협회, 조폭들이 요직 차지 각종 비리 연루**
검찰에 따르면 2001년 5월 태권도인 4백여명이 ‘폭력배들은 태권도계를 떠나라’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태권도계에 조직폭력배가 상당수 진출, 요직을 차지하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상당기간 동안 내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얼마전부터 사회 전반에 조직폭력계가 ‘합법적’ 사업을 가장한 업체를 차리거나 각종 단체에 진입해 폭력 및 비리를 많이 저지르는 이른바 ‘양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판단, ‘양지’에서 활동중인 폭력조직을 파악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김홍일 강력부장은 “거물급 조직폭력배들이 태권도협회의 간부급으로 행헤하며 태권도계를 수년간 장악해왔다”며 “폭력배들이 스포츠계에서 다양한 사회영역으로 진출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권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구속기소된 이승완씨는 87년 통일 민주당 창당방해 사건인 ‘용팔이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호국청년회를 결성. 한 때 전국 폭력계의 ‘대부’로 군림했다. 박씨는 70년대 중반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와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를 휘하에 두고 서울을 장악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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