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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예결위원도, 국무위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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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예결위원도, 국무위원도 없었다"

<기자의 눈> 예결위 ‘파행’ 현장의 씁쓸한 풍광

2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등원을 거부한 가운데 열린 국회 예결특위는 예상대로 파행을 면치 못했다. 이로써 새해 예산안(규모 1백17조5천억원) 처리는 법정시한을 결국 넘기게 됐다. 현행 헌법은 국회가 새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끝내 법정시한 넘겨**

이날 예결특위는 예결위원 50명 중 15명이 참석, 의결 정족수에 미달된 채 종합정책질의만 진행됐다.

이윤수 예결특위 위원장은 이날 예정된 개회 시간인 2시를 삼십여 분 넘겨 개최된 회의에서 "오늘이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할 법정 처리 시한"이라며 "우리가 열심히 예산안을 심사한 끝에 시간이 부족해서 시한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생각할 때,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리 거창한 정치적 명분도 책무를 망각한 상태에서는 그 빛을 잃고 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병윤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가 정쟁에 휘말려 나라 살림을 심의도 하지 못하는 일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제1당이 불참했지만 더 늦출 수도 없어서 나머지 3당만으로 가는데, 그럴수록 더 알찬 심의를 해야 한다"고 의욕을 북돋웠다.

그러나 맥빠진 회의에 의욕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의시작 2시간이 채 못돼 박병윤 의원은 재차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감사원장도 없고 총리, 경제부총리도 없고 장관 대신 다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 무슨 질의를 하냐"며 위원장에게 정회를 요청했다.

이 위원장이 장관들의 출석상태를 확인했을 때 당초 회의에 참석했던 8명의 국무위원 중 자리를 지키던 장관은 강금실 법무부장관, 윤덕홍 교육부장관,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등 단 3명 뿐이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경제5단체장과의 회의를 이유로 불참사유서를 제출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간지 오래였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회의장 밖에서 국회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 권기홍 노동부 장관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고 "잠시 나가셨으나 바로 들어오실 것"이라는 보좌진의 대답만 들릴 뿐이었다.

한숨을 내 쉬던 이 위원장이 "그럼 한 30분만 정회를 하자"고 제안하자,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은 "국민들의 많은 염려 속에서 강행하고 있는 예결위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자리를 뜨는데 대해 위원장이 강하게 질책해 달라"며 회의를 계속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안 계신다"며 "착실하게 심의해야 하니 장관들이 들어올 때까지 딱 30분만 기다려 보자"며 정회를 선언했다.

***"딱 30분만"?**

예정된 30분의 정회 시간이 지나도 장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예결위원들은 속개 여부만을 놓고 또다시 지리한 공방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장관들이 이렇게 없어서 심사가 되겠느냐"며 "4개 정당에서 무리해서라도 회의하는데 정부에서 무성의하게 자리 비운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의 박병석 의원은 "국회가 공전되어서 예결위가 열릴지 말지 몰라 다른 스케쥴을 잡을 수도 있다"며 "국회가 우선이기 때문에 몇 시까지 올 수 있는지 분명히 확인해서 납득할 수 있다면 일단 회의를 진행하자"며 회의 속개를 주장했다.

같은 당 이강래 의원도 "정회를 또 하고 회의가 유예된다면 또 한번 국민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간 절약을 위해서 경제부총리, 총리에게 질의가 없는 사람이 먼저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철상 의원은 "종합 질의 날이기 때문에, 총리와 부총리가 참석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결국 이 위원장은 "기다려도 질의할 시간이 별로 없다"며 "다음 회의에는 전부 참석해서 진지한 예산 심의를 해야 할 것"이라는 말로 회의를 마무리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졸속심의 불가피**

이날 예결특위가 종합정책질의조차 정상적으로 진행시키지 못해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까지는 예산안 처리가 어렵거나 졸속 심의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의 국회처리가 마냥 늦어져, 회계연도(내년 1월 1일)을 넘기게 될 경우 전년도 집행액을 기준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신규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이 미뤄져 국정운영과 민생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예결위 파행의 일차적 원인제공자인 한나라당 의원들, 예결특위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미리 확정하고 다른 일정을 잡은 국무위원들, 한나라당과 국무위원의 불성실만을 비판하다 끝낸 나머지 예결위원들. 한 해 나라살림을 논의한다는 국회 예결위 현장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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