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칼럼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가끔씩 필자가 글 중에서 미국을 계수(癸水)의 나라, 한국을 갑목(甲木)의 나라, 이런 식으로 나라 별로 음양오행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있으실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왜 그렇게 보는지, 그 이유가 뭔지에 대해 메일을 통해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는 분들이 제법 많다. 그 때마다 칼럼을 통해 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얘기하자면 워낙 길고 해서 아울러 이 글이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글이라 다루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보류해오다가 어느 독자분이 워낙 강력히 요청해 오셔서, 설명을 드리게 되었다.
나라별 음양오행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음양오행의 사고방식에 대해 먼저 밝혀둘 필요가 있다. 음양오행관(觀)이란 세상의 어떤 사물이든지 그 형태와 성격, 기운에 따라 음양으로 분류하고 또 오행으로 배속(配屬)한 다음, 그것에 기초하여 그 사물을 관찰하면 그 사물의 앞일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여기서 음양오행적 사고방식은 어떤 사물이든 간에 음양오행을 배속하고 규정할 수 있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구체적인 물건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 즐거움이나 슬픔, 그리고 어떤 이벤트, 가령 담배피우는 행위라든가 걷는 것, 나아가서 사람의 직업 같은 것도 음양오행을 정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국가라는 사물도 당연히 음양오행으로 배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견지에서 필자는 글속에서 한국이 갑목(甲木), 미국을 계수(癸水)의 나라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를 왜 그렇게 배속 또는 규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의 얘기는 필자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한 나라를 어떤 음양오행으로 규정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십간(十干)중에서 경(庚)이라는 금(金) 기운이 올 때, 좋은 일이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갑목(甲木)에 해당된다는 것을 강력히 암시해주고 있다. 경금(庚金)은 갑목의 기운을 짓누른다는 것이 음양오행의 공리이며, 이를 상극(相剋)관계라 한다. 이를 직관적으로 해석 하면 금속으로 만든 도끼(경금)날로 나무(갑목)를 베는 것과 같은 형상이다.
년운에서 경금이 왔을 때 좋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례가 1910년의 경술국치, 그리고 1950년, 경인년의 6.25전쟁이다. 경금을 만났을 때 좋지 않았던 사례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1980 년 경신년에는 전두환의 군사 독재가 시작되던 해였으며, 1990년, 경오년에는 우리가 올림픽을 마친 후 자만하여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가깝게는 2000년 경진년, 코스닥 버블이 가시면서 주가가 대폭락으로 가던 해였으며, 멀리는 조선조의 숙종 때 서인이 득세한 경신 대출척이 있었다. 이외에도 정말 무수하게 많다.
이 경우 음양오행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을 위해 좀 더 얘기하면, 같은 경의 기운이 오더라도 그 밑에 오는 글자-이를 지지(地支)라고-에 따라 좋지 않은 정도와 내용도 달라진다.
그 중에서 가장 험한 것은 경술(庚戌)이며 그 다음이 경인(庚寅)이다. 가장 경미한 것은 경자(庚子)와 경오(庚午)이지만, 그 역시 성격이 약간 다르다. 경오는 잘 못 된 것이 있어 고쳐야 하는데 상황이 시급하지 않아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것이며, 경자는 상황은 일견 대단히 험해 보이지만 장차 일이 잘 되기 위한 구조 조정의 성격을 보인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경금(庚金)을 만날 때마다 좋은 일이 없으니 일단 갑목(甲木)이라는 직관이 성립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를 갑목이라 정의한다면 너무 성급한 면이 있다. 직관적인 해석은 언제나 오류의 위험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일단 우리나라가 갑목이라는 가정 아래, 우리역사의 과거 연표를 놓고 다양한 검증을 시도해 본다. 우리가 갑목이라면 수운이 오는 해에는 어떠해야 하며, 토운이 오는 해라면 어땠는지 등등 음양오행의 기초 공리에 입각하여 천수백년에 걸친 일들을 검증해보는 작업이 따르게 된다.
역사를 연구하는 재미는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준다는데 있다. 지금 독자가 조선시대인 1600년 무렵의 일들을 읽고 있다면, 당쟁이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러면 무조건 그 다음으로 책갈피를 넘길 게 아니라, 당시의 상황 속으로 몰입해 들어가 보라.
이는 역사 속에 들어가서 마치 스스로가 당시의 사람이라 여기고, 세상을 보면 당쟁의 정세가 장차 어느 쪽이 우세할 것인지, 그 일들이 나라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는지를 나름의 판단이 설 것이고, 그런 연후에 역사의 뒷장을 넘겨보면 본인의 판단이 옳았는지 아닌 지, 틀렸다면 어떤 변수가 생겨서 흐름을 바꾸어 놓았는지를 살피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역사를 읽다보면 우리는 많은 미래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나름의 통찰력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에 더하여 음양오행이라는 또 다른 세상보기용 안경을 통해 역사 흐름을 보는 셈이다. 그리하여 판별 결과 우리나라가 갑목의 나라라고 인정된다면, 이제 남은 일은 우리를 갑목이라 규정하고 장차 다가올 일들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물론 어느 누구든 개인적인 가치관에서 오는 편향과 편차가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는 일들을 갑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예측하는 작업이 여전히 성과를 거둔다면 그 때가서는 우리나라를 갑목이라고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장차 예측이 틀릴 수도 있기에 수정의 여지는 남겨두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필자가 이 칼럼에서 비교적 자주 다루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관한 음양오행의 규정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연구해보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을 계수(癸水)라고 보고 있는데, 그 이유와 근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1783년 계묘(癸卯)년에 독립을 쟁취했으며, 그 이후로 계(癸)라는 글자가 붙는 해에는 언제나 미국 역사의 모멘텀이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상세한 내용들을 소개하기에는 분량의 부담 때문에 피하고, 또 하나 미국을 계수라고 규정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면 미국은 영국이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과 같이 북 유럽에서 그 주류가 파생된 나라로서 북 유럽과 영국은 해양민족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이킹의 후예들인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도 미국과 영국, 스웨덴 등지의 나라들은 여전히 해양력이 강한 나라들임에 변함이 없다. 아울러 근대와 현대를 주도한 세력은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대륙의 국가들, 즉 금(金)의 세력들이 아니라, 바로 그들 해양세력이다. 오늘날 미국의 해군력은 나머지 전 세계 해군력을 다 합친 것을 능가하고 있다.
또 하나 미국을 계수(癸水)라고 규정하는 이유로서, 미국은 언제나 기토(己土)의 해가 되면 곤경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우리는 경금(庚金)을 만나면 죽을 쑤지만-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1929년 기사(己巳)년의 증시 대폭락과 세계 공황의 유발, 1979년 기미(己未)년의 스태그플레이션 등이 그 것들이다. 이 역시 지지(地支)에 오는 글자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지만, 어려움을 당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이 경우, 1929년 기사(己巳)에는 대공황이 발생했는데, 60년이 지난 1989년에는 그러면 왜 그런 일이 없었느냐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는 60년 갑자의 성격에 대한 또 다른 전문적인 검토와 설명을 필요로 하기에 여기에서는 피하고자 한다.
참고로 올해 계미(癸未)년을 놓고 미국의 운세를 간단히 말해보면 ‘국위를 떨치긴 하지만, 내부에서는 기운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으며, 반미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라별 음양오행과 관련하여, 덧붙여서 얘기할 것은, 미국을 계수(癸水), 우리를 갑목(甲木)등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 역시 대단히 거칠게 규정하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다음과 같다.
가령 사람은 태어날 때의 시각으로 사주팔자가 정해지며, 그 중에서도 태어난 날의 음양오행-이를 일간(日干)이라 한다-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자세한 일들을 예측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이를 명리학 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를 갑목(甲木)이라고 했을 때, 나라 역시 사물인 이상 원래는 사주팔자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인데,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사주까지 구성해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만일 나라별 사주를 구성해낼 수 있다면, 정말 신산(神算)의 칭호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겠지만, 역사 자료를 가지고 연구하는 나라별 음양오행에서 자료의 한계로 그런 수준에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오행은 여덟 자를 알지만, 나라별 오행은 겨우 일간(日干)에 해당되는 글자 한 자나 잘 해야 일간과 일지(日支), 가령 ‘갑자’ 또는 ‘정미’ 등의 두 글자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사람과 나라에 대한 해석과 예측의 정밀도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라별 음양오행을 규정해가는 필자의 사유과정을 얘기했지만, 이것으로서 끝을 내면 자칫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예로 들어 필자는 미국을 계수(癸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운세를 계수로서 바라볼 때, 지나온 일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을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이지, 미국 그 자체가 진실로 무엇인지는 모른다는 사실이다.
계수(癸水)는 따라서 결국 미국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대호(代號) 또는 코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물(物) 자체, thing itself 를 알 수는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2000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여전히 탁월하다 하겠다.
(알림 말씀:
제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라는 장소를 마련했습니다. 주소는 http://cafe.daum.net/8code 입니다. 프레시언에 쓰는 글들은 나름대로 분량이 정해져 있어 무척 재미나고 시사성 있는 내용이지만, 제 칼럼에서 다루기에는 분량이 짧아서 소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어왔습니다.
아울러, 제가 연구하고 있는 언어의 생성과 발전에 관한 글, 그리고 음양오행에 기초하여 역사 바라보기와 같은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 그리고 음양오행의 원리에 관한 내용들을 앞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물론 프레시안의 칼럼도 여기에 함께 링크될 것입니다.
그리고 죄송한 말씀이지만 외래어 사용을 막고, 일정한 품위를 갖춘 카페로 만들기 위해 미성년자의 카페 가입은 막을 생각이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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