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6일 “헌법상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것은 헌법의 본질적인 성격에 의해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법리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이지 거부권을 행사한다 안 한다는 것과 별개”라며 자신의 발언이 곧 거부권 행사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러나 오는 25일 특검 재의 요구 마감 시한을 앞둔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거부권 행사가 위헌적 발상”이라는 한나라당의 비판에 맞대응하고 나선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전.충남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시간 조절용 재의 요구 같은 것은 있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특검을 거부하면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시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盧 “특검 거부가 위헌이란 주장은 무지의 소치”**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둘러싼 ‘법리논쟁’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유에 대해 “법리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국민들이 갖지 않으면 자꾸만 엉뚱한 논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청와대 입장에선 여론의 관심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 논란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적절하냐 안 하냐 내용을 가지고 얼마든지 논쟁을 해도 좋지만 그것을 가지고 위헌적 발상이라든지 헌법유린이라든지 국회 무시라든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 의해 국회에 입법권이 주어져 있다면 대통령에게는 행정권이 주어져 있고 경제와 균형을 위해 국회는 국정에 대한 감시권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은 입법에 대해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헌법상의 제도”라고 강조했다.
***盧 “대통령은 법이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해야”**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지만 특검법 자체에 위헌적 요소가 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입법권에 한계가 있다. 권력 분립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수사권은 정부에 속하는 것인데 그것을 국회가 특정 사건에 관해 수사를 명명하는 이런 내용의 법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 과연 권력분립의 취지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권이 적절하게 수행되고 있지 않을 때 국회의 견제권으로서 인정될 수 있지만 그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수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개인적 입장에선 궁극적으로 특검에 의해 내 측근들의 비리 여부를 확실히 밝히는데 대해선 전혀 거부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의 법이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국가기능이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보기엔 검찰 수사가 선행되고 거기에 미진함이 있으면 특검하는 게 순서”라고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재의가 가능한 재적의원 2/3 이상인 184명이 찬성한 것에 대해 “재의 요구시 이유를 붙일 것”이라며 “처음 결정했을 때와 그 뒤 다시 재심의하게 됐을 때 사정이 또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특검 거부하면 대통령 거부할 것”**
이같은 노 대통령 언급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이날 “종잡을 수 없는 궤변으로 특검법을 폄하하고 수용을 미뤘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면 국민과 야당은 노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면서 “절대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특검법을 노 대통령이 회피하고 무산시키려는 것은 측근비리가 밝혀지면 결국 자신의 연루 사실까지 드러나게 돼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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