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1일 제주 4.3 사건에 대한 정부차원의 사과를 표명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공(功)'으로 돌렸다.
내달 3일로 예정된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키로 하는 등 노 대통령은 연이어 DJ에 대한 각별한 예우를 표시하고 있다.
***"4.3특별법은 DJ가 마음먹고 만든 법"**
노 대통령은 이날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제주도민 4백여명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차원의 공식 사과를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생각해보면 열심히 못자리 하는 사람도 있고 논 메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타작 마당에서 거두고 생색내는 사람도 있다"며 자신을 '타작 마당에서 거두고 생색내는 사람'으로 비유했다.
노 대통령은 "사실 4.3특별법은 국민의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이 마음먹고 만든 법이다. 제가 오늘 받은 박수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받는 박수로 생각한다. 마음에 미안함이 있다"며 공(功)을 DJ에게 돌렸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타작도 일이다. 감귤이 잘 익어도 따야 감귤이다"며 자신이 DJ의 성과를 이어받았다고 강조하면서 "제가 박수를 받았지만 제가 부탁도 하기 전에 4.3 특별법을 심고 가신 김 전 대통령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 것으로 이해한다, 감사한다"고 거듭 밝혔다.
***"강 법무, 너무 잘해서 골치 아프다"**
한편 노 대통령은 부친이 제주 출신인 강금실 법무장관에 대해 최근의 대선자금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관련, "당차게 잘한다. 너무 잘해서 대통령도 요새 골치가 아프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당찬 장관, 소신있는 검찰에서 좀 소신껏 제대로 하는 모양"이라며 "똘똘한 장관을 배출한 제주도민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세상이 바로 가는 것이다. 저도 어렵고 다른 정치하는 사람도 어렵다. 습관을 바꾸고, 흉을 드러내는 게 어렵다"면서 "그러나 흉을 드러내고 벌받을 건 받고 사죄하고, 습관을 바꿔야 나라와 정치가 바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부끄럽고 아프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희상 "파병 '함구령' 어긴 기관들에 엄중경고" 건의**
한편 문희상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최근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의 '함구령'을 어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 외교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등에 엄중경고할 것을 노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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