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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참극, 노동자 또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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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참극, 노동자 또 분신

비정규직 이용석씨, "'현대판 노예문서' 비정규직 관리세칙 없애라"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1백29일간의 고공 크레인 농성 끝에 자살하고 금속노조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이 분신한 데 이어 또다시 노동자가 분신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1>분신

***노동자 또 분신,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간부**

26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대회'에서 집회를 마치고 종로1가 쪽으로 행진하던 도중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이용석(31) 광주본부장이 온 몸에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인 뒤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다 쓰러졌다.

이 본부장의 주변에 있던 집회 참가자들은 옷을 물에 적셔 황급히 불을 끄고 이 본부장을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 본부장은 90%이상 3도 화상에다가 불길이 폐속으로 빨려들어간 내부 기도화상이 심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현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 본부장의 분신 직후 그의 가방에서 각각 23일과 26일 작성된 유서로 보이는 두 통의 메모가 발견됐다.

특히 23일자로 노조 위원장 및 집행간부들에게 작성한 메모에 "아무런 상의도 없는 제 행동을 너그러이 용서를 바랍니다"라며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이라 욕하며 비웃어주세요. 어머님 얼굴 뵙지를 못하고 가네요"라고 써 이미 이날 분신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세원테크의 이해남 지회장이 분신한 것이 23일 밤이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24일 오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석씨 분신은 이해남 분신과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해남, 이용석씨의 경우처럼 극한상황에 몰려 분신등 극한적 투쟁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용석씨는 분신 직전인 26일 '조합원 동지들'에게 남긴 메모에서는 "파업을 준비하며 사측의 많은 부당노동행위들을 보면서 우리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까 가슴이 메어옵니다"라며 27일 파업에 돌입하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간부로서의 안타까움을 담았고, "노예문서같은 비정규직 관리세칙을 파기하고 고용안정을 외치는 우리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며 마땅히 쟁취해야 합니다"라고 노조원들을 독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분신소식에 도심 격렬시위**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 대회에 참석한 집회 참가자들은 이씨의 분신 소식에 종로 일대를 점거하고 즉시 시위에 들어가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십여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로 일대의 시위대는 오후 8시께 자진해산했으나 집회 참가자 7백여명은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근로복지공단 건물 앞에서 밤샘 규탄시위를 벌이며 장기농성에 돌입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는 올해 4월부터 단체협상을 진행하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한 바 있다.

노조는 "조합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정규직의 60%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고,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이 사업비의 일용잡급으로 편성돼 노동부의 예산편성에서 정기적 인건비 상승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57세 정년보장 ▲1년 단위 계약 자동갱신 ▲임금계약직 15%, 일용직 20% 임금인상 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며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지난 8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교섭이 시작됐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노조 간부의 분신은 사회적, 도덕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2>집회

***노동계 투쟁수위 상당히 강화될 듯**

자살과 분신이 잇따르자 노동계의 분노는 폭발직전 상태에 이르러 이후 노동계의 투쟁 수위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진중 김주익 위원장이 자살하고,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이 분신을 하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현 정부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노동자들을 자극한 측면이 크다"라며 "현 정부의 기대 이하의 노동정책이 결국 폭발할 시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사측의 노조 탄압을 위한 손배.가압류 철회 및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향후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은 이용석 본부장이 남긴 유서 전문이다.

***이용석 본부장의 유서 1**

조합원동지들께

집행부를 믿고 적극적으로 결의를 다져주신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각 지부 순회, 대의원대회, 총회 등을 통해 동지들과 함께 했던 많은 얘기들, 동지들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파업을 준비하며 사측의 많은 부당노동행위들을 보면서 우리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까 가슴이 메어옵니다.

동지여러분!
오늘 참석치 못한 동지들을 저의 희생으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 탄압을 뚫고 여기온 동지들의 결의가 우리 집행부를 이만큼 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모인 이 자체가 노동자로서 승리입니다. 직원을 탈피한 진정한 노동자로서 삶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자리 함께 하지 못한 동지들의 몫까지 우리가 싸워야 합니다. 노예문서같은 비정규직 관리세칙을 파기하고 고용안정을 외치는 우리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며 마땅히 쟁취해야 합니다.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만, 우리만 함께 한다면 반드시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오늘 이 모인 자리를 자축하며 즐겁게 투쟁합시다.

동지여러분!
우린 정말 순수하고 자주적으로 일어섰습니다. 지금 투쟁은 매년마다 할 수 있지만 기본없는 노동조합은 결국 쉽게 어용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선 이 자리 이 시간들의 의미를 잃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짐을 챙겨 떠날 때 그날 어머님이 시골에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도 차마 얼굴을 뵙지 못한게 미안합니다. 파업을 앞둔 공공연맹 사무실이 무척이나 조용하네요.

동지여러분!
하나가 모여 둘이 되고 둘이 모여 넷이 되듯,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루려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100이 되지 않더라도 정당한 길을 간다면 그 뜻을 이룰 것입니다. 오늘 다 함께 하지 못함이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기약이라 생각하십시오. 오늘 동지들이 모여 있음이 자신과의 싸움에 승리하였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린 정당하고 새로운 길을 찾았음이 꼭 승리하겠습니다.

2003. 10. 26. 03시

- 이 용 석 -

***이용석 본부장의 유서2**

위원장님께
집행간부님들께

32년 평생(일생)동안 우리 공부방 어린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내 삶의 스승이자 등대였습니다. 내 어두운 미래나 긴 터널 속에서 나를 빛으로 깨우게 한 나의 동반자 였습니다.

동지 여러분!
그 희망과 빛으로 6개월 시간을 동지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정종우 위원장님, 정혁준 부위원장님, 이상엽 서울본부장님, 현수원 부산본부장님, 신순호 대구본부장님, 채경자 사무차장님... 동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그 흔한 단체사진하나 없네요. 수개월동안 동거동락한 기억과 추억과 감동속에서 아무런 상의도 없는 제 행동을 너그러이 용서를 바랍니다. 10월 9일 중앙집행위에서 파업을 결의하였을 때 이미 오늘을 예고하였습니다.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 깨어나지 않은 조합원에게 몸으로써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몫을 제가 다하고자 합니다.

정종우 위원장님, 서울본부장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을, 간절한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이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실줄로 믿습니다. 짐을 꾸리기 위해 목포서 내려가는 버스가 유난히 과속을 하네요. 자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는 없지만 이를 악물고 울지 않을 것입니다.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이라 욕하며 비웃어주세요. 어머님 얼굴 뵙지를 못하고 가네요.

2003. 10. 23.
심야우등버스 안에서
- 이 용 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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