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이 작년 대선을 앞두고 SK측으로부터 1백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이를 불법 정치자금 근절의 계기로 삼을 태세다.
매번 총선과 대선이 끝나면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 선거자금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처럼 구체적 규모가 밝혀진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SK 비자금' 사건은 지난해 대선과 관련된 것으로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이 모두 연루돼 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각 당은 "그것 보라"며 상대 당의 잘못을 비난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여야간 타협을 통해 유야무야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뿌리 뽑자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참여연대 "정치탄압 운운하며 넘어갈 생각하지 말라"**
참여연대는 22일 "정권의 비리를 파헤쳐 얻는 반사이익에만 기대로 불법 정치인을 감싸 돌며 저질 폭로극으로 연명하는 한나라당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SK 비자금' 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 한나라당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SK측으로부터 1백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을 지적하며 최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또 최 의원이 받은 돈의 용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한나라당의 재정위원장이며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가 선거가 한창이던 시기에 재벌로 부터 받은 돈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했을 리는 만무하지 않냐"며 "이 돈을 무엇에 썼는지 낱낱이 실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최 의원을 감싸돌며 수사를 진행 중인 대검청사까지 우루루 몰려가 검찰을 협박하는 등 갖은 구태를 연출했던 한나라당은 이제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을 뿐더러 앞으로 한나라당이 권력비리 척결 운운하는 것은 실로 가당찮은 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번에도 정치탄압 운운하면서 시간을 벌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아예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더 늦기 전에 96년 1천억원대의 안기부 자금 횡령사건, 97년 국세청을 동원해 모았던 대선자금, 그리고 2000년 총선과 2002년 대선에서 재벌들로부터 받았던 거액의 불법자금 일체를 낱낱이 고백하고 검찰 수사에 자진해 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기부 자금 횡령사건으로 소화된 김덕룡 의원은 검찰에 가서 응당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나아가 한나라당은 원내 1당으로서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부패 척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신속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 뿐아니라 최근 정치권 전반의 작태에 대한 선전포고의 의미"라며 "앞으로도 불법 정치자금 등 비리와 관련된 일에는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강도높은 비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 "대선자금 공개 촉구 활동 벌일 것"**
한편 경실련은 이날 중앙선관위가 "정치자금 후원인 명단 공개가 위법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을 계기로 'SK 비자금' 등과 관련, "대선 자금 공개 촉구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논평을 발표, "각 정당이 정치개혁 의지가 있다면 작년 대선 자금 기부자 실명 공개를 포함한 전면 공개로부터 그 의지를 실천하라"면서 6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국민행동'을 통해 대선 자금 완전 공개를 요구할 것임을 밝혔다.
경실련은 또 오는 23일 한나라당 앞에서 대선 자금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일 것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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