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 자식 의혹이 불거진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당사자는 전혀 배제된 채, 보수언론의 집요한 의혹 제기 만으로 진행된 이번 사태는 의혹 투성이다.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2년이라는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업무와 거리가 먼 '혼외자 의혹'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하나도 없고, 온통 '의혹'과 '음모' 투성이다. 지난 일주일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봤다.
■ 9월 6일 :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채 총장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지난 1999년 Y(54)씨와 만나 관계를 이어오다 혼외 아들을 갖게 됐다고 대서특필했다.
■ 9월 6일 오전 : 채 총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 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9월 7일 : 언론을 통해 <조선일보>의 보도가 검찰 흔들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은 이를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반박했다.
■ 9월 9일 : <조선일보>가 "채 총장 혼외 아들 학교 기록에 '아버지 채동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익명의 학교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혼외 아들로 추측되는 아이의 학교 기록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 이라고 기재돼있다고 보도했다.
■ 9월 9일 : 채 총장이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청구서를 발송했다. 또 그는 유전자 검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 9월 10일 : 아이 어머니로 지목된 임 모 씨가 <조선일보>와 <한겨레>에 "채 총장은 아이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학생부에 아이 아버지로 채 총장의 이름이 올라간 것에 대해 "제가 함부로 채동욱이라는 이름을 아이의 아버지로 식구와 가게 주변에 알리고, 초등학교 학적부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 9월 12일 : 채 총장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 9월 13일 오후 1시 30분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 9월 13일 오후 2시 30분 : 법무부의 감찰 발표가 난 지 1시간 정도 지난 후에 채 총장은 결국 취임 5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혼외 아들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혀둔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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