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SK 비자금' 의혹과 관련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이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말해 정가를 비롯한 각계에 일파만파의 파란이 일고 있다.
***"총선전후 재신임 받겠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도술씨는 20년 가까이 저를 보좌해온 사람이며, 수사결과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 행위에 대해서 제가 모른다 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방법에 대해 "국민투표를 생각했는데 안보상 문제라는 제한이 붙어있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공론에 부쳐 적절한 방법으로 재신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신임 시기에 대해서는 "공론에 물어보고 싶지만 국정공백과 혼란이 가장 적은 시점을 선택하는 게 옳을 것"이라며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늦어도 총선 전후에는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인도네시아에서 최도술씨 보도를 보면서 오래 생각하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결정을 하게된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든 저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권력적 수단을 포기했고, 도덕적 신뢰 하나만 국정 이끌 밑천이었는데, 그 문제에 적신호가 왔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겸허히 심판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임기간 끝까지 최선 다하겠다"**
노 대통령은 "이 상태로 어쩡쩡하게 내가 국정을 이끌어 간다는 게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가든 부든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게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만한 일로 무슨 재신임이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나"며 "결코 무모하거나 경솔한 선택이 아니라 달라진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 정치하는 사람들이 지금 말씀드린 이상의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의혹이 없는 깨끗한 대통령을 원하고, 의혹이 있더라도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책임이 사면된 대통령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제가 이와같이 심판을 받을 것임을 말씀드렸지만 재임하는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총리가 더 책임있게 보좌하고 국정을 잘 이끌어갈 것이며, 기존에 해왔던 국정 방향과 원칙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국정혼란과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증유의 정치적 파장 예고**
노대통령의 이같은 선언은 재신임 결과에 따라 유사시 하야까지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미증유의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또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돼 있다.
다음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5분 가량 진행된 긴급기자회견 전문.
***모두발언**
오늘 예정에 없이 특별히 자리를 마련한 것은 최도술씨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자한 것이다. 최도술씨는 20년 가까이 저를 보좌한 사람이다. 수사결과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 행위에 대해서 제가 모른다할 수 없다. 입이 열개라고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내가 책임져야한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데 대해 국민여러분께 깊이 사죄한다.
아울러 책임지려 한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이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 재신임 방법은 마땅치 않다. 국민투표를 생각했는데 안보상 문제라는 제한이 붙어 있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공론에 부쳐 적절한 방법으로 재신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기는 공론에 물어보고 싶지만 국정공백과 혼란이 가장 적은 시점을 선택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늦어도 총선전후에는 재신임을 받을 것이다.
***일문일답**
문 : 이같은 결심을 하신 것은 오늘 아침 결심한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여러 가지 정치적 공격에 따라 생각해왔던 것인가. 공론에 부친다는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노 대통령 : 인도네시아에서 최도술씨 보도를 보면서 오래 생각하고 결심했다. 공론에 부치자는 것은 모호하게 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는 게 아니고 방법이 무엇인지 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중간평가, 재신임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적절한 절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국민들 공론을 모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 : 최도술 사건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언제 인지했는가.
노 대통령 : 검찰 수사가 신뢰를 받아야 한다.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 내가 아는 것, 모르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검찰이 이 수사를 결심했을 때는 진상 밝혀내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수사에 맡겼으면 좋겠다.
문 : 최도술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앞에 언급한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의 의미가 뭔가.
노 대통령 :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단단한 신뢰를 받지 않으면 중요한 국정을 제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러 상황에서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런 상태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들이 수사결과가 어떻든 저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모든 권력적 수단 포기했고 도덕적 신뢰 하나만이 국정을 이끌 밑천이다. 그 문제에 적신호가 왔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겸허히 심판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상태로 어정쩡하게 내가 국정을 이끌어간다는 게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가든 부든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게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
제 스스로도 이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가기는 어렵다. 도덕적 신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을 때 어떤 장애라도 극복해나갈 수 있지만 자부심이 훼손된 상태에서 어떻게 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겠나. 언론, 국회, 지역적 민심 환경도 나쁘다. 이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도덕적 자부심이다. 최도술씨 사건으로 빚어진 문제로 자신감을 가지고 국정을 힘 있게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 : 대통령께서 직접 관련된 비리도 아니고 비서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상황인데, 이 문제와 관련해 중간 평가를 받겠다는 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검찰 수사결과 최도술씨 개인 비리로 규정될 경우에도 중간 평가 약속이 유효한가.
노 대통령 :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더라도 국민들은 저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만한 일로 무슨 재신임이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나.
저도 신문 보고, 국회 발언을 듣는다. 여러 정치하는 사람들이 지금 말씀드린 이상의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이 없는 깨끗한 대통령을 원하고, 의혹이 있더라도 국민심판 책임 사면된 대통령을 원한다. 어정쩡한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이 어떤 희망을 갖겠냐. 대통령이 책임을 모면해 가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갖겠나. 또 우리가 모두 바라는 정치개혁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겠나. 그래서 결코 무모하거나 경솔한 선택이 아니라 달라진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발언**
제가 이와 같이 심판을 받을 것임을 말씀드렸지만 재임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에 해왔던 국정방향과 원칙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하겠다. 국정혼란과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
또 처음 임명하면서 개혁 대통령, 안정 총리라고 말했던 총리가 있다. 이전보다 더 책임 있게 보좌하고 국정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정혼란이나 중도 좌절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걱정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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