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이라크 전투병 파병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다.
***"1만여명 넘는 정예 사단 규모 파병해야"**
문화일보는 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라크 전투병 파견시 우리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만명이 넘는 정예의 한국군 사단 규모를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핵심관계자는 "파병을 할 경우 우리 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작전 수행과 방어 능력을 충분히 갖춘 상당한 규모의 부대를 보내는 게 더 낫다"면서 "혼성부대나 비전투병 파병시 우리측 사상자가 1명이라도 날 경우 국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훈련이 잘 된 최정예 부대가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고 문화일보는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 대통령은 철저한 실용주의자이며 북핵 6자 회담이나 내년 총선등과는 전혀 별개로 파병의 구체적 효과를 토론할 것을 국무위원.보좌진에게 주문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명분보다는 실용적 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뒤 파병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특히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애초 미국이 우리측에 요청한 파병 규모가 한국군 사단(1만2천명 안팎) 규모였다는 일각의 주장도 나오고 있어 파병시 규모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또 "파병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당국자들의 또 다른 걱정은 상당한 규모의 파병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병의 효과를 제대로 얻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이라크의 제 2 도시인모술 인근 지역을 확고히 장악해 치안을 유지하면서 현지인들을 적절히 지원하며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거론되는 5천명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핵심 당국자는 이날 "노 대통령은 철저한 실용주의자이며 총선이나 북핵 6자회담과는 별개로 파병의 구체적 효과를 토론할 것을 국무위원·보좌진에게 주문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은 명분보다는 실용적 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뒤 파병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면 부인**
이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의 이른바 파병 관련 핵심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현재 라종일 안보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은 '아세안+3' 회의 참석 차 자리를 비운 상태다.
따라서 문화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차적 혐의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보기엔 누구에게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문화일보가 지칭한 청와대 핵심보좌관이 나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정식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보도 사실을 부인했다.
김 보좌관은 또 "보도 내용에 따르면 정예 사단을 빼서 파병한다는 것인데, 내가 알기론 이런 식의 논의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NSC 사무차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확대 파병 등 이라크 파병 여부와 관련해 구체적인 것은 전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파병 찬성론자들의 반격?**
이처럼 청와대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핵심관계자'라 지칭할 수 있는 참모들이 모두 문화일보 보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당기사를 작성한 문화일보 기자는 "취재원은 밝힐 수 없으나 확실하다"며 "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으나 다 담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문화일보의 이같은 보도는 궁지에 몰린 청와대 또는 정부내 외교.국방 라인 파병론자들의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정부 이라크 현지 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신뢰도' 논란이 일면서 파병 반대 여론이 들끓고,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8일 "파병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국방 라인이 파병 쪽으로 편향돼 있다"며 공개 비판하고 나서 파병 찬성론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파병론자들이 절대근거로 여겨온 유엔의 파병결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아예 파병결의안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대목도 파병론자들을 당황케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외교·국방 라인'에 속해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속 시원하게 파병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해 볼 기회도 없이 비판만 받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파병 반대론자야 '점령군의 용병으로 우리 젊은이들을 내몰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정서적 호소력이 큰 명분도 있고 반대론을 마음껏 주장할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정부내의 파병론자는 (정부 방침 확정때까지) 개별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냉가슴만 앓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한국이 파병을 거부할 경우 예상되는 외국인 투자의 이탈뿐 아니라 미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 에너지 질서에서 소외됨으로써 우리 경제에 얼마나 파멸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파병론자들의 주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국제상황에 대해 냉철하면서도 면밀한 고찰 없이 '무조건 파병'만을 고집하는 미국 추종적 발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상황이다.
또한 8일 일본 교도통신의 "한국정부가 이미 미국정부에 전투병 파병을 통고했다"는 보도 역시 이같은 파병론자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낳고 있어, 앞으로 명쾌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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