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 붕괴해도 국제법상 흡수통일은 불가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 붕괴해도 국제법상 흡수통일은 불가능"

[30대 전문가들이 바라본 남북관계 현주소] <1>

이명박 정부 5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을 시작으로 조금씩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북 정서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2013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를 비롯해 북한 정권의 3대 세습, 3차 핵실험까지 최근 5년간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은 젊은 세대들이 북한 혐오를 넘어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에서, NGO 단체에서, 언론에서 북한을 연구하고 들여다보는 30대 젊은 전문가들이 있다. 제도권 내에서 북한을 처음으로 '공부'했던 이들 30대 전문가들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프레시안>과 코리아연구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30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남북관계 현주소'라는 주제로 모인 6명의 젊은 북한 전문가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북한 체제와 김정은에 대한 평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이번 좌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팟캐스트 <남북상열지사>의 진행자인 정대진 씨는 현시대에서 시민들이 요구하는 남북관계와 북한 문제에 대해 함께 호흡하면서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0일 여의도에 위치한 코리아연구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통일코리아> 김성옥 기자, 연세대학교 통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일수 씨,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탁용달·이갑준 씨, 북한통일학대학원연구협의회 최순미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프레시안>과 코리아연구원은 '30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남북관계 현주소'를 주제로 6명의 북한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프레시안(최형락)

정대진 :
이석기 의원 사태와 더불어 최근 2~3년 전 상황을 복기해보면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돼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다. 6.25를 겪은 윗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30대들 사이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반(反)북한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학, 통일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은 어떤가?

박일수 : 2004년에 학부를 법학으로 졸업하고 대학원 들어갔을 때 주변에 있던 선배들이 '넌 인생의 블루오션을 찾은 거다', '법과 북한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라고 말했다. 그 때와 지금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오늘 좌담회 준비하려고 지하철에서 자료를 보면서 오는데 좀 긴장되더라. 제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힐끔힐끔 보는 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나 전공자야' 이런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이런 사태들이 있으면서 스스로 좀 위축된 느낌이 있었다. 보고 있는 자료 목차에 북한, 김정은 뭐 이런 것들이 쓰여 있으니.(웃음)

김성옥 : 입학할 때 부모님이 왜 그런 공부를 하냐고 했다. 나중에 졸업 후 취직하는 것 보고 '굶어 죽지는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시며 안심하시기도 했다. 남북관계 경색됐던 때 이명박 정부가 통일부 재정의 많은 부분을 북한 이탈 주민 쪽으로 돌렸다. 그때 생긴 일자리였다. 운 좋게 들어간 건데, 부모님이 안도를 하시긴 했지만 지금 석사과정 졸업한 후배들이 여전히 일자리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보면서 안타깝다. 남북관계가 좀 풀려야 지원해 볼 곳들도 생기는데 지금은 NGO나 관련 기관이나 특별히 하는 사업이 없으니까 지원할 곳도 없다.

탁용달 : 지금의 사태가 그렇게 생소하지는 않다. 이석기 의원 사태나 주변 상황에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예전에 전공자들이 '사람들이 북한을 몰라서 이야기하는 거다'라고 넘어가는 상황이었는데 요즘은 모든 사안을 북한 문제와 연결시키는 추측성 보도도 많아서 우려스럽다. 이석기 의원 문제도 그렇고 소위 북한과 연결되면 일단 판을 끊으려는 정치 공학적 사고를 하는 상황이 좀 답답하다. 그렇다고 이석기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대진 : 90년대 중반부터 계속 북한학을 공부했으니 지난 20년 동안 여러 상황을 겪으셨을 것 같다. 20년을 뒤돌아보면서 이석기 의원 사태와 같은 공안정국 상황에 대해 본인이 느끼는 경중은 어떤가?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 이 사태를 예전과 비교해보면 어떤지?

탁용달 : 1999년 서해교전(1차 연평해전)이 발발했을 때 모 교수님이 '본인은 꽃게를 좋아하는데 가격이 오르게 됐다'는 걱정을 하더라. 그렇게 말한 것은 곧 DJ 정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그 뒤로도 부침이 있었지만 북한이 남한 진보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 존중, 약간의 신뢰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신뢰관계 속에서 연구자들은 남북관계 개선의 희망을 갖고 있었다. 어려워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는 정부가 노골적으로 교류·협력 자체를 싫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담하는 양태, 방식, 언론 논조들이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교류·협력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싫다, 어차피 망할 정권인데 뭘 도와 주냐 이런 생각들이 굉장히 많이 녹아들어가 있더라. 이런 상황적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과 지금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 아닌가 싶다.

▲ 팟캐스트 <남북상열지사> 진행자 정대진 씨 ⓒ프레시안(최형락)
정대진 :
정권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서 상당히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인식 같다.

이갑준 :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께서 분단과정부터 결과까지 객관적으로 말씀해주셨다.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분은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 분이 민족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을 말씀해주셨다. 경제적인 측면은 남북관계가 진전된 이후의 국방비, 복지비용 같은 것들이었다. 그때 그 설명을 들으며 '아, 이게 단순한 민족 문제가 아니구나. 우리나라가 더 잘 살려면 남북관계와 통일문제까지 가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남북관계가 지금까지 이뤄왔던 가장 큰 성과로 경제적 측면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를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대안을 내세우는 사람들에 대해 '종북좌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서 이 사람들이 정말로 남북경제, 특히 남북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측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방향으로 여론이 생겨나고 우리도 그런 쪽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2~30대에게 남북관계는 민족문제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남북 경제협력, 여러분들이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직업의 세계'라는 측면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본다.

젊은 세대가 통일문제 자체에 무관심하다?

최순미 : 젊은 세대가 북한문제, 통일문제, 남북관계문제에 무관심한 것이 사회현상처럼 되어 있는 것 같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굳이 내가 관심 가지지 않아도 되는 문제, 이것이 직접적으로 내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그랬을 때 통일 문제나 통일의 당위성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문제가 통일 비용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다. 그 친구들은 '지금 당장 내가 버는 월급 고지서를 네가 봐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북한 인권문제, 북한의 지도자, 권력 실세 등등의 문제들이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이다.

올해 초 전쟁 위험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을 때도 30대의 주요 관심사는 전쟁 여부가 아니라 주식이었다. 아니면 나의 경제적인 손해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30대 이하 세대들의 인식을 만든 가장 큰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정대진 : 북한 문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 그런 문제는 요즘에만 나오는 현상이었을까? 예전에도 북한 문제나 공공의 문제 등 특별히 자신이 연관되어 있지 않은 이슈들에 대해서는 그런 태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박일수 : 지금은 관심을 안 가져서 문제인데 예전에는 오히려 북한, 통일과 같은 이런 단어들이 일종의 금기어였다. 북한을 연구한다고 하면 보통 국정원이나 국가 관련 기관에서 연구를 하지, 민간인이 북한을 연구하는 것은 굉장히 낯설었다. 특히 반공 세대에서 민간이 북한을 연구한다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지난 DJ-노무현 시기를 거치면서 금기어가 일반어가 됐다. 그럼에도 무관심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직 상품화가 덜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재밌는 주제라면 사람들의 입에서 많이 오르내릴 텐데. 통일이라는 어젠다가 상품으로 나왔고 일반 시민들이 이야기할 거리가 됐는데 아직 제대로 된 상품화를 못 한 것이다. 오죽하면 남북관계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은 '퍼주기'라는 말이 있지 않나.(웃음) 그 이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아직 나오지 못한 측면도 있다.

김성옥 : 좀 위험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일반 시민들이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남북관계를 깊이 알게 되는 것 자체를 윗분들이 싫어하시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관계를 조금만 알면 엄한 것에 종북 논리 씌우고 '좌빨'이야기하는 것이 얼토당토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걸 일반 대중들이 구분해버리기 시작하면 기득권층이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매번 써먹던 논리인데 만약 그렇게 모두 똑똑한 시민이 되면 그게 더 이상 안 먹히게 될 테니까.

김정은과 북한 체제

정대진 :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개성공단 공동위위원회 2차 회의를 진행하는 등 남북관계는 전반적으로 호전된 것 같다. 국내적으로는 이석기 사태 때문에 발목이 잡혀있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대화 국면으로 잠깐 넘어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순미 : 북한을 공부하다 보니 북한 원문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북한 언론을 많이 보게 되는데 항상 비슷한 양상을 띠어 왔다. 심지어 진보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북한은 적대적으로 나왔다. 햇볕정책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북한이) 반감을 가졌었고. 이러한 남북 사이의 밀고 당기기는 어느 정권이든지 있었다. 이것이 좀 더 위험하게 느껴진 것은 지난 정권 때 아무런 남북관계가 없었고 게다가 북한의 무력적인 도발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이 새롭다거나 김정은이라서 이렇게 했다 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감을 가지거나 적대적으로 나왔다가 다시 대화국면으로 돌아가는 것은 북한의 전술이다. 또 북한은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대진 : 북한이 구사하는 대외전략의 패턴이라는 해석인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나?

박일수 : 다른 때보다 좀 세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정전협정 백지화, 비핵화 공동선언 폐기했고 판문점 연락 채널 차단했다. 실제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컸던 것 같다. 북한의 군부가 장악해왔던 정치 엘리트 집단에서 내부 교체가 있었다고 하던데, 이런 과정에서 군부가 자신들의 이권 유지를 위해 좀 더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던 것 아닌가 싶다.

정대진 : 김정은이 저희랑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세대의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김정은에 대한 생각, 혹은 후배나 주변에 비슷한 또래 분들이 갖는 김정은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과정 탁용달 씨 ⓒ프레시안(최형락)
탁용달 :
국책연구기관에 있는 모 박사가 김정은이 20대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20대의 특성인 자유스럽고 다혈질적이고 돌발적인 특성이 있어서 북한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그 때 저 사람이 저기 왜 있나 싶었다.(웃음) 물론 퍼스낼러티(personality, 성격)가 중요한데 그건 정치 과정 속에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또 정치적인 다이내믹스(dynamics, 강약)가 있을 때 중요한 것인데 그런 것이 거의 없는 북한에서 정치지도자의 성격이나 개인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김정은은 북한 시스템에서 만들어낸 인물이다. 인물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좀 위험하지 않나 싶다.

박일수 : 전 NBA 농구 선수인 로드먼을 초청한다든지, 이런 채널들을 활용하는 것은 퍼스낼러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개인적인 측면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었나 싶다.

최순미 : 김정은 체제 이후에 가장 최대의 수혜자가 로드먼 아닌가 싶다.(웃음) 이론상으로도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지도자의 퍼스낼러티가 발현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김정일 체제 때 김일성과는 다르게 문화적인 부분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듯이 김정은도 자신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정치적인 곳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독특한 생각들을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발휘하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갑준 : 북한 지도자의 나이나 젊음, 이런 것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외 환경이나 주변 국가가 중요할 것 같다. 김정은 자체만 본다면, 처음에 김정은 후계체제에서 김정은에 대한 많은 경력이나 이력이 나왔을 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김정은이 사춘기 때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는 것이었다. 북한에서만 성장했던 김일성, 김정일보다는 그래도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이, 지금은 드러나지 않지만 2~3년 뒤에는 그때의 경험과 당시의 생각이 어느 정도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관측을 해본다.

북한이 붕괴될 것?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

정대진 : 김정은 체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측면에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다. 이걸 김정은 체제 안착의 자신감으로 보는 측면도 있고 아니면 코스프레 식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김정은 체제의 안착, 어떻게 평가하나? 앞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해 전망해 본다면?

탁용달 : 안착됐다고 본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거나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희망이나 기우라고 본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독재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은 내부부패 또는 외부효과인데, 실제로 외부효과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의 대(對)북한 고립이 60년이나 됐는데 북한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내부적으로 시민사회 역량이 성숙했느냐는 문제도 의문이다. 또 김정은의 유고나 급변사태가 일어난다고 해도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런 분석을 하는 데는 우리가 그만큼 저 체제를 잘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안정되었을 수 있고 체제붕괴의 중요한 요소인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효과가 발휘할 수 없는 구조가 현실인 것 같다.

이갑준 : 북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사람들이 봤을 때 북한 체제를 불안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붕괴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붕괴 문제는) 이미 논의를 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김정은이 안정적인 모습을 갖춰가면서 경제 분야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일이 국방 쪽에 매진을 했다면 김정은은 박봉주를 내각총리로 끌어올리면서 경제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봉주는 2007년 총리 자리에서 숙청됐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내각총리로 끌어올렸다는 것 자체로 봐도 김정은 체제가 안정됐고 경제 쪽을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연결고리를 놓지 않으려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경제 쪽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는 경제 쪽을 중시하면서 연결고리를 이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대북정책, 남북관계에서 그런 인식을 하면서 조절해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정대진 : 어제 9.9절 노농적위대 열병식 때도 내각총리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군 중심의 통치에서 당 중심의 정상적 국가로 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론에서는 북한이 불안하고 붕괴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박일수 : 북한 붕괴 이야기는 그다음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이 붕괴하면 우리가 흡수통일 한다는. 그런데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흡수통일을 한다는 것은 국제법상으로도 안 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북한붕괴 이후 흡수통일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제법적으로 작동 되지 않는 매커니즘인데,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미 1991년에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가입을 하면서 북한이라는 나라도 국제사회에서는 국가성이 인정되고 있다. 유엔에 가입했기 때문에 북한이 붕괴되면 유엔이 들어가게 돼 있다. 우리가 직접 올라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간과하고 북한 붕괴론에 희망적인 사고를 걸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최순미 : 김일성이 죽었을 때 매우 강력하게 붕괴론을 주장했다. 근데 보란 듯이 김정일 체제가 등장했다. 그런데 로열티(충성심)는 김정은 체제 들어와서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봐도 사회주의 국가가 유지되는 기간이 평균 7~80년이라고 한다. 그렇게 따져봐도 김정은 체제를 봐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데, 전문가 집단에서 보자면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김일성 사망했을 때 붕괴론 주장했다가 붕괴 안돼서 난처했던 사람들 많았다. 그래서 쉽게 붕괴론을 주장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체제가 안정적인 것은 맞지만 경제 부문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난의 행군까지는 아닐지라도, 우리도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보릿고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극화 현상도 있지 않나. 북한도 그런 문제를 겪고 있고. 특히 화폐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도 유로나 달러를 내게 한다. 북한 돈 자체가 거의 통용이 되지 않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싶다.

정대진 : 현재의 경제위기가 붕괴로 까지 이어질 만한 어려움인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다를 수 있지 않나?

탁용달 : 일단 북한의 무역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무역량은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지 않나? 또 <데일리NK>나 여러 곳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해 화폐를 엄청 찍어내서 인플레이션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거보다는 지역적 불균형, 유통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증거는 못 찾았지만 통화량 증발이라는 개념으로 현재의 북한 경제를 설명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 실제 생산량은 확인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북한에 들어가는 양이나 이런 것을 생각해봤을 때 분배문제, 양극화 문제 인 것 같다. 쌀 생산량이나 고무생산량도 좀 늘었다. 경제는 좀 더 좋아진 것 아닌가 싶다.

중국, 북한을 버릴 수 있나

정대진 : 김정은 체제에 대한 내부적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외부적 이야기, 중국의 역할을 좀 짚어보자.

박일수 : 상반기 키리졸브 훈련 이후 북한이 계속 강공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최룡해가 5월에 방중하면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됐다. 북한이 국면전환을 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비춰진 측면도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무력도발이 수위를 넘어간 것이다. 무력 도발 수위가 올라가니까 미국에서도 군사적 액션을 취하지 않았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명분으로 삼아서 미국이 MD 체제를 강화하는 군사적 액션들을 취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자국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봤을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동북아지역에서는, 특히 북핵문제나 무력도발이나 향후 6자회담 등에 대해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대진 : 북·중 관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중 관계도 같이 봐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 <통일코리아> 김성옥 기자 ⓒ프레시안(최형락)
김성옥 :
중국, 미국 등 주변국을 같이 봐야 이해되는 부분들도 많다. 21세기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 과정인데 그 맥락에서 동북아가 중요하다. 그러다보니까 한반도를 가운데에 두고 미·중이 으르렁거리는 상황인 것 같다. 그 맥락에서 보면 중국이 6자회담 하자고 굉장히 강하게 말했더니 오바마가 비핵화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미루려고 하고.

중국입장에서는 (북핵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그냥 내버려 두면 계속 핵 개발 할 것 아닌가. 북한 핵 위협이 세지면 미국은 한반도에 군사적인 조치들을 취하려 할 것이고 이러한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국이 느끼고 있는 압박감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리아 문제 때문에 정신없는 미국에 계속 6자회담 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대북 제제 결의안 통과하고 예전과 다르게 중국이 동참하고, 북한과의 교역 등을 중단시켰다. 예전보다 중국이 좀 더 세게 나온 것이다. 이를 보면서 우리나라 언론들은 드디어 중국이 우리 편이 됐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버리거나, 조·중 동맹 자체를 끊어버릴 수는 없다. 언론들이 너무 순진하게 보는 것 아닌가 싶었다.

정대진 : 중국은 역내 영향력 유지, 자국의 전략적 이익 차원에서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북한 체제 유지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평가로 보인다.

이갑준 : 남북관계에서는 1990년대까지 미국에 중심이 있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이 들어왔다. 중국이 G2로 불릴 정도이고 미국처럼 세계 경찰국가로 나아가려고 한다.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 ;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인 북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미국 개입의 발판을 줄 수 있는 북한 핵을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북한이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체제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본다면 중국의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한 것 같다.

유엔 대북 제재의 경우 중국이 제재에만 동참했지, 그 이후에는 북·중 교역이 더 증가했다. 2014년에는 신(新)압록강철교 완공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중국이 북한을 경제 제재를 통해 국제사회로 끌어내거나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접근은 맞지 않는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고 중국이 북한과 경제교류를 하는 만큼 우리 쪽에서 남북 교역을 선점해야 한다고 본다.

최순미 : 중국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수년 전만 해도 중국은 미국, 한국과 관계보다 북한에 훨씬 잘 맞춰줬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가중치를 두는 부문이 경제인데, 북한과 교역을 통해 얻는 것보다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 교역이 더 중요해졌다. 중국이 실제로 이전보다 북한에 더 세게 나갈 수 있는 것도 북한의 행동에 대해 중국이 지지를 하느냐, 압박을 하느냐에 따라 주변국들과 교역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체제가 변화하면서 중국에 필요한 국가는 이제 북한만은 아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