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조기 결정론이 국방.외교.경제 부처 장관들의 주장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 "무엇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확신할 수 있는 보다 안정된 대화국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 파병과 북핵-주한미군 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파병의 두가지 전제조건**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5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행한 연설에서 "정부는 미국이 요청한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파병 문제를 검토하는 데 있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확신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이라크 평화와 재건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도 매우 중요한 변수"라면서 "아랍권의 정세와 이라크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철저히 확인한 다음 파병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말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후 파병결정을 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이라크 파병 결의가 이달말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오는 21일 예정된 노무현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도 파병 합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아미티지 미 국무부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출위원회의 공청회에서 "이라크 지원에 관한 유엔 안보리결의안의 수정안을 주내에 제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유엔 결의안 채택을 둘러싼 진통이 상당함을 시사했다. 이는 이라크 민정으로의 권력이양 시기 및 국제사회의 이라크 재건분담비 등을 둘러싼 프랑스 등 안보리 국가와의 갈등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인태 "이달 중순 각당 대표와 회동 추진"**
노 대통령은 한편 이날 연설에서 "파병 문제가 어느 쪽으로 결정이 되더라도 이것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새로운 불씨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청와대가 이달 중순 노대통령과 각당 대표간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노대통령이 파병 결정을 위한 본격적 여론수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30일 이와 관련,"이라크 파병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이번달 중순 노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수석은 "노 대통령이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돌아오는 9일 이후부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의(21-22일)를 위해 출국하기 전까지 각 정당 대표, 원내총무단, 정책위의장단,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국방위원회 의원 등과 연쇄적으로 만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을 비롯한 자민련 등 다수 정당이 파병 찬성 입장이며, 파병에 반대하는 김근태 통합신당대표도 당내 중진들의 파병 찬성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노대통령과 각당 대표간 회동은 파병을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노, 자유총연맹 권정달 총재와 만나**
노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지난 9월30일 주한 외교단 초청 리셉션에서 이라크 파병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자유총연맹의 권정달 총재와 만난 데 이어, 오는 16일에는 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을 만날 예정으로 알려져, 파병 명분 축적을 위해 보수단체 인사들과 만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와 별도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인사들과 만날 계획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향군인회 회장을 만나는 일정은 매년 국군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있었던 일정이 늦춰진 것이며, 박원순 이사 등과의 만남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말했다.
이같은 의견수렴 절차에도 불구하고 최근 김진표 경제부총리, 윤영관 외통부장관, 조영길 국방장관, 한승주 주미대사 등 노무현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잇따라 파병론을 펴는 등 각료들이 조직적으로 파병 여론몰이에 나선 점을 고려할 때 노대통령이 이미 파병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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