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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농촌, 탈출구는?

<농촌 어메니티자원개발 심포지움> "도시의 구매력 끌어들여야"

함평 나비축제, 무주 반딧불이 축제, 평창 메밀꽃 축제.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지역의 자연, 역사·문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지역 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벌이고 있는 행사들이다. 과연 이런 지역 활성화 프로그램들이 위기에 처한 한국 농촌 경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위기의 한국농업, 농촌 어메니티 자원 개발로 경제 활성화하자**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농촌진흥청, 삼성경제연구소, 한국농촌계획학회가 공동으로 'DDA 대응 농촌경제활성화와 어메니티자원개발'이라는 제목으로 WTO 농업개방을 앞두고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 농촌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어메니티(amenity)'란 사전적으로 '쾌적함'이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산업화로 황폐해져가는 도시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도시계획에 도입된 개념이다. 그런데 이 어메니티 개념을 경제적 상품화 전략과 결합시켜 농촌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농촌에 도시자본을 끌어들여 농가 소득 증대 및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강원도 평창은 최근 군에서 정책적으로 메밀 경작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평창의 봉평 등지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임을 이용해 관광 수입을 올리는 것인데, '메밀꽃 필 무렵' 소설이 평창이 가진 문화.역사적 어메니티 자원이 되고 '메밀꽃'과 아름다운 계곡이 자연환경 어메니티가 되는 것이다. 이 때 메밀은 구황작물이라는 농업적 가치 외에 관광 상품이라는 상업적 가치까지 지니게 된다.

<사진1>평창 메밀꽃 축제

***"향후 10년간 세계 농업구조 대변화 맞을 것"**

이날 심포지엄에서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박사는 기조발표를 통해 "구조적 취약성과 향상되지 않는 농업경쟁력, 농가소득의 불안정과 소득보전 미흡, 농촌 정주 기피현상과 농촌사회의 활력 저하 등이 한국 농업의 현주소이며, 국제적으로는 비교우위에 의한 경쟁체제로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고 중국의 WTO가입과 쌀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급과잉시대 도래로 향후 10년간 세계 농업구조는 지난 반세기보다 훨씬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민 박사는 "농촌이 가지고 있는 어메니티 자원의 가치 증대를 통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감수성과 상상력, 실천정신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에 기초한 어메니티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 함평, 충남 서천 군수의 어메니티 자원 활용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어메니티 서천' 만들기에 대해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늦어져 미개발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자원들을 활용해 역발상으로 지역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으로 어메니티 서천을 비전으로 설정했다"며 "어메니티의 보고인 농촌 환경을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하고, 농촌의 자원을 활용한 경제성을 가미해 도시민과 농업인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함평 나비 축제, '친환경적' 함평 이미지 재고에 도움**

이석형 함평군수는 "함평이 대표적 지역 이미지가 없다는 자치시대의 가장 큰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친환경농업지역이며 생태환경보전지역임을 연상케 하도록 나비축제를 비롯한 친환경정책을 추진했다"며 "주곡위주의 단순한 농업 소득원과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약화로 더욱 열악해 지고 있는 한국 농촌에 새로운 활로와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사진2>함평 나비축제

즉 '나비'는 함평의 대표적 이미지도 아니고, 특히 많은 것도 아니나, 꽃을 대량으로 심고 나비 개체수를 늘려 나비축제를 여는 등 함평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부각시켜 이를 함평산 농산물에 대한 친환경적 이미지로 브랜드화 한다는 것이다. 함평군은 '함평천지'라는 브랜드도 개발했다.

개별 마을 단위의 어메니티 자원 활용 사례도 발표됐다. 경기도 포천의 교동 마을이 그 예인데, 마을 대표 이수인씨는 "교동마을은 70년대만 해도 술과 도박으로 마을 주민 전체가 보릿고개를 어렵게 넘어가며 살고 있었으나, 마을 청년들 중심으로 마을 재건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며 "지장산 및 한탄강 등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농장체험을 할 수 있는 팜스테이를 운영해 소득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부천시 신동아 아파트 등과 자매 결연을 맺고 농산물 직거래, 농장체험 등의 교류를 쌓아가 현재까지 2만여명이 방문했다"며 "그러나 아직 공동시설과 숙박시설이 미비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3>농촌체험

***외국은 97년부터 농촌 어메니티 개념 도입해 농업구조조정 중**

이러한 농촌 어메니티 활용은 이미 일본, 영국 등 한국과 농업규모와 형편이 비슷한 나라들 사이에서는 큰 화두가 돼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김남조 교수는 '농촌공원공사'를 설립해 자연경관을 유지하고 계단식으로 된 논을 도시민들에게 분양해 농촌체험을 하게 하는 등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일본 신치촌의 사례를 소개하며 "전략적인 농촌 관광 상품화가 농촌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옥 박사도 "현재 영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농촌의 자연과 문화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관리하며 상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평창, 함평 등의 사례와 같이 국내에도 낙후지역에 대한 역발상을 통해 농촌어메니티 자원의 상품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각 지역별 특색을 가진 농촌의 어메니티 자원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 육성하기 위한 예산과 정책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농림부 이봉훈 서기관은 "이미 97년 OECD의 키워드는 '어메니티'였는데 아직까지 농림부 정책은 그 부분까지 고려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농지법 등 관련법규 개정과 정책 수립으로 농촌 투자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사진4>펜션투자설명회에 몰린 사람들

***농촌 개발, 농민들에게 실질적 이익 돌아가야**

농촌 개발이 농민에게 실질적 이득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촌경제연구원 송미령 박사는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평창 계곡에 1천여개의 펜션이 들어섰지만 대부분이 외지 도시민들이 운영하고 있고, 펜션 수입은 온라인 입금 처리돼 평창에는 들어오지도 않더라"라며 "정작 지역 주민들은 노인회는 주차, 부녀회는 쓰레기 분리수거, 청년회는 입장료 받기 등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송 박사는 "어메니티 자원 개발이 오히려 지역 어메니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적절한 지원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기본은 농업. 농촌 관광상품은 부업이 돼야**

현재 농촌의 관광상품 개발은 주5일근무제 시행, 자연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 등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그러나 농촌 어메니티 자원개발에 앞서 일단 농업과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즉, 농업이 몰락해 농촌이 붕괴되면 농촌 어메니티 자원 개발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농업은 WTO 및 FTA등으로 시장개방의 위기에 처해 몰락 위기감이 팽배한데다, 농촌인구는 계속 고령화돼 현재 농촌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기대 엄서호 교수는 "농촌의 기본은 농업"이라며 "농업이 주업이 되고 관광사업은 부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엄 교수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재 서울대 교수도 "농업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게 가장 큰 과제"라며 "현재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은 군민들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인데,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과 예산을 들여도 소용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어메니티 상품화로 도시자본 유입해 농가 소득 올리자는 것은 장밋빛으로 호도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자본과 사람을 동시에 유입시키는 방법을 내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휴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젊은이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적 목표를 갖고 지역 참여 젊은이들에게 자격증을 부여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5>심포지엄

***농촌 경쟁력 키울 수 있는 근본적 정책 변환 필요**

이날 전문가들 대부분은 "정부가 그동안 직접보상제 등을 실시해 국내 농업을 지나치게 정부의존적으로 만들어 경쟁력과 자생력만 잃게 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농업 경쟁력을 키우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을 수립하며, 집행부서를 일원화하고 예산 지원을 늘려 효율적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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