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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정균환 퇴진요구 아직도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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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상천-정균환 퇴진요구 아직도 유효”

<신당 논쟁:추미애> “김근태, 석고대죄 해놓고 죄 지었다”

추미애 의원은 민주당 분당사태에 대한 책임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으며 이제라도 분열을 막기위해 나서야한다고 시종 강조했다.

<사진 1>

잔류 중도파를 대표하며 '통합모임'을 이끌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민주당의 돈과 지지자로 당선된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분열을 방조하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배신이고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압박했다.

***"당무회의 폭력 유도한 신주류는 잘못...구주류는 약점 있는 세력"**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에 임한 추 의원은 '당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기 전에는 당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노 대통령의 말을 지적하며 "현재의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는 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민주당 신당파를 '분열주의 세력' '권력의 우산 밑에 정치적 이득만을 챙기는 세력'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민주당의 정통성을 그들에게 뺏길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그러나 구주류의 입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구주류가 보여줬던 후보 흔들기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그들이 당 개혁에 머뭇거리는 것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신당에 대한 거부도 호남 기본표를 믿는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그러면서도 "대통령 후보를 흔들었던 것과 당 개혁을 두려워하는 것이 구주류의 약점"이라면서 "보다 우위에 있는 대통령이 약점 있는 사람들은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자장관 해임안 통과시 몸으로 막아선 것은 구주류 의원들이었다며 그런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신당참여를 선언한 김근태 고문에 대해 추 의원은 김 고문도 지난해 후보흔들기에 '혐의'가 있다면서 "이번 신당 참여도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추 의원의 입장이 양비론이라는 김 고문의 비판에 대해 그는 당무회의 폭력사태를 예견한 신주류가 무리하게 회의를 진행시킨 점, 약점있는 구주류를 포용하려 하지 않은 점을 들어 "결국 신주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후보흔들기를 했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약점이 구주류에게 있음을 또다시 지적했다.

다음은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전문.

<사진 2>

***"대통령 정치고문이 분열에 앞장서는 사태 방관은 대통령 책임"**

프레시안: 통합모임 대표를 어떻게 맡게 됐나.

추미애: 막무가내식으로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버티기만 하는 이른바 구주류들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여태까지 한국현대정치사를 이끌어온 주역들이 몸담았고 명멸해갔던 하나의 울타리였고 개혁세력의 보루였던 민주당이 와해되서는 안되며 그건 곧 국민분열이고 국민통합과 점점 멀어지는 거라고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모였다. 탈당계가 제출되니까 누가 모이자고 하지 않았는데도 '이건 아닌데' 하며 삼삼오오 모이게 됐다. 저한테도 이 대책을 숙의해보자고 해서 갔더니, 조순형 선배님도 계시고...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대표에 추대됐다. 내 정치 경륜은 사실 부족하다. 그러나 조순형 의원은 선대로부터 민주당의 초석이다시피 하신 분이고 가장 어려울때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언행일치를 해오신 분이고 해서, 이분 옆에서 내가 한 축이 돼서 당의 구심점을 회복하는데 이제는 침묵하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대표를 수용하게 됐다.

프레시안: 어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입장도 그렇고, 오랜만에 입을 여셨는데 꽤 강경하다.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노 대통령이 어디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입장표명을 굳이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추미애: (대통령이) 우선 바깥 여론을 잘 들으시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얼마전에 영남에서 단 10석이라도 건진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직후 장관 해임안이 들어와 통과됐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에서 10석을 건지고 수도권에서 참패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개혁이란 것도 개혁 지지세력의 통합 위에 힘을 낼 수 있는 건데, 그렇게 지지세력을 분열시켜 놓고 영남에서 의석을 얻는다고 해서 그것이 정치사에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아전인수적이고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런 고언을 드리고 싶었다.

잘 알겠지만 조순형 의원은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거의 바닥이었고 당에서 후보를 버리려고 했을 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셨고, 나 또한 이른바 구주류가 부도덕하고 비민주적이었던 일을 하려 했을 때-정치적 야합을 통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힌 후보를 버리려 했다- 최전선에서 사수해왔다. 실제 선거운동때에도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을 맡아 그 추운 겨울에 뛰었다. 그런 입장에서 볼때, 집단탈당 정도의 국면이 왔다면 대통령께서 우리들과 대화를 좀 하셔야 한다. 그러나 전혀 미동도 하지 않으신 것 같고, 바깥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그것은 당선자 시절의 초심을 잃어버려서인 것 같다.

프레시안: 어제의 요구는 분열이냐 통합이냐를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이 신당쪽으로 의중이 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추미애: 당선자 시절의 말씀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당선자 시절에 대통령은 23명이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기 직전, '인수위는 정권인수가 아니고 정책인수인 바에야 자문인수들과 함께 인수하겠다. 여러분들은 당에 남아서 당 개혁을 해달라'고 말했다. 당시만해도 대통령과의 공감이 있었다. 대통령께서는 '단, 국민들은 변화를 원하지만 갈등도 원치 않는다'고 주의도 줬었다. 그때까지도 분열적인 방식이 아니고 통합을 먼저 강조했던 것이다. 그리고 '당정분리 원칙을 지키겠지만, 당이 혼란상태에 빠져들지 않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당이 혼란 국면에 빠져든 지금은 대통령이 말씀하셔야 된다는 거다.

내가 대통령 이름으로 호가호위 하는 사람들이 신당을 하는 분열주의에 앞장서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여기에는 근거가 있다. 김원기 신당추진위원장께서는 31명의 민주당 의원의 탈당계를 받고 언제쯤 탈당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여론의 동향을 보면서 계산하고 계셨다. 김원기 위원장은 누구인가. 당선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의 정치고문이다. 그런 분이 민주당의 집단탈당을 위해 수시로 의원들을 설득하고 탈당을 유도했다. 이걸 좀 봐라. '각 지구당 추석활동 지침 및 신당 설명안'이라는 문서를 지구당으로 보내 탈당계의 서식까지 첨부했다. 대통령의 정치고문이 끊임없이 당 분열을 부추기고 계신데 대해 대통령이 가만히 계시면 안된다. 당이 혼란상태에 있는데 책임있는 당인이 말씀 하시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걸 정치문제에 왜 발목을 잡느냐하는 문제로 보시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민주당은 민주개혁세력의 울타리인데 민주당이 분열되면 동서가 분열되고 국민통합과는 더욱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께서 영남출신의 민주당 후보였다. 후보자리를 기정사실화했던 이인제 후보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영남출신으로 민주당 후보라는 것, 국민통합을 선창하셨다는 것 때문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 진정성을 믿었던 것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서 여러번 낙선의 고배를 마신 역사적 의미를 평가해준 세력이 바로 민주당 지지세력과 개혁세력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세력은 그걸 평가하지 않았다. 그게 뭐 대수냐라고 폄하했다. '노무현 후보가 나오면 좋지 우리는 허태열을 내보내면 되니까' 식으로 비하했다. 그런데 그 지지세력이 지금 분열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국민통합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지지세력에 대한 배신행위다.

***"盧, 민주당 돈과 지지자로 대통령 됐다"**

프레시안: 분당이 된다면 노 대통령이 신당쪽으로 가거나 무당적 상태로 간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추미애: 곗돈 모아 대통령 선거 치른거 아니다. 대통령께서는 당신의 인기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 받은 것만으로 당선됐다는 듯한 말씀을 몇 번 하셨다. 또 측근들도 민주당 신세 진바 없다고도 말했다. 물론 후보시절 인기가 바닥을 칠 때 흔든 세력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그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이후 그런 사람들이 투표장에 가서 이회창 후보를 찍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노 대통령도 알거라고 믿는다. 그런 한표한표를 모아 50만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이 됐다. 말씀드린 대로 국민통합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던 세력이 바로 민주당 지지 세력이고, 그렇다면 민주당을 발판과 응원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만큼 당의 신세를 졌다고 할 수 있으니까 민주당이 분열되는 사태에 이르러서는 그만큼 책임있는 말씀을 해야한다.

프레시안: 대통령이 탈당해서는 안되고 통합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추미애: 그렇다. 탈당은 정치적 배신이다. 민주당이 받는 국고보조금 받아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발판으로 대통령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탈당을 한다면 정치적 배신이고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공개서한에 말씀드렸다. 이런 목소리가 청와대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그 진의가 왜곡된다면 우편으로라도 보낼 계획이다.

프레시안: 추 의원이 대통령과 거리를 둔 것은 꽤 오래다.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추미애: 후보때의 공약과 달랐고, 당의 입장과 크게 어긋나 비판했던 것은 특별검사법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일이다. 상기되고 흥분된 표정으로 수용하겠다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보면서 머리가 멍할 정도였다. 충격적이었다. 지난 정권에서 퍼주기라고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까지도 지켜냈고, 대립과 반목의 반세기를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문을 열었던-그 문열기가 대단히 어려웠다-희생의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순간 저는 분노했고 내가 지지를 호소했던 사람들 앞에서 면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시안: 민주당 분당이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이 대다수의 관측이다.

추미애: 토머스 제퍼슨은 '정치적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당 개혁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갖을 수 있으나 원칙은 지켜야 한다. 그 원칙은 국민통합, 정치개혁이었다. 그러나 국민통합이라는 원칙을 저버리면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헤게모니 투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분당이 실제 된다면 거취는 어떻게 할 것인가.

추미애: 나는 확고하게 중심을 갖고 있었다. 중심이동한 적이 없다. 다른 분들이 당선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김대중 대통령때는 그 우산에 들어갔고 노무현 대통령때는 우산을 바꾸려고 하면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나는 어떤 우산도 필요 없고 원칙을 지키자고 견인해 내는 역할만이 필요하다. 당선가능성을 좇아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던 23명의 성명에 참여했으면서 이제와 왜 동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그 말을 되돌려 주고 싶다. 23명 선언에서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라고 주장했고 기득권을 버리겠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민주당 정신을 더 튼튼히 하지만 이 썩은 몸체는 바꾸자고 말했다. 썩은 몸체를 버린다는 것은 기득권을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따르는 사람이 없었다. 한화갑 대표 밀어내고 정대철 대표 앉은 것 외에 누가 기득권을 버렸나? 구정권에서 장관 지내고 당 요직을 참여했던 분들이 새 정권이 들어서니 우산을 바꿔 쓰려고 신 기득권 세력으로 부상하고 그걸 구축하려고 하는 현상을 볼 뿐이다. 나는 중심과 원칙을 지키고 정치를 그만 두는 한이 있어도 당선 가능성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싶지 않다. 중심을 지키겠다.

***"분열주의 신당에 민주당 정통성 뺏기지 않을 것"**

프레시안: 분당이 됐을 때 민주당의 정통성은 어디에 남는다고 보나.

추미애: 적어도 분열주의 신당으로 뺏기지는 않겠다.

프레시안: 그럼 정통성이 있는 현 민주당에 남겠다는 것인가.

프레시안: 물론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는 구주류도 정치적 계산 때문에 그러는 거다. 많이 분화될수록 호남 기본표가 있으니까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그런 신주류의 비판이 틀리진 않다. 원칙을 지켜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이 당에 남게된다면 정치문호룰 대폭 개방해서 상향식 공천제, 깨끗한 정치를 구현해서 민주당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튼튼히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정치개혁은 진행형이다. 인터넷 혁명이라고 하지만 하루밤 자고 나면 해커들이 새로운 공격을 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함을 우리한테 일깨워주고 있는 것과 같다. 오늘 보면 최선인 것 같은데 자고 나면 잘못되고 작동되지 않는 것이 있다. 내 안만 지고지순이라는 것은 아집이다. 이를 버리고 계속 고쳐나가는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 자신감도 있고 그렇게 해 왔다. 그걸 한번도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인제 후보 대신 노무현 후보가 국민참여경선제에서 후보가 될 수 있던 것이다.

프레시안: 구주류도 비판했는데, 밖에서 보기엔 구주류와 공통분모를 갖고 움직이는 것 같다.

추미애: 구주류가 그렇게 말한다. 신주류도 추미애 조순형은 언젠가 올거라고 말한다. 보면 알겠지만 조 의원이나 나는 무엇을 바라고 아부를 하지 않았다. 조 의원 같은 분은 민주당이 갈짓자 행보를 할 때 가장 바른 소리를 해 왔고 나도 그런 분을 귀감삼고 있다. 나는 민주당의 정신이 없었다면 정치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정치인으로 직업을 바꿨다고 해서 정신을 바꾼 것은 아니다. 그 정신과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면 정치를 계속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치할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쪽에서는 우리보고 구애하고 자기편이라고 하겠지만 그거야말로 정치적 술수요 책략이다. 그렇지 않은 우리가 중심을 갖고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프레시안: 그래도 정기국회후 개혁안 완성하고 새지도부를 선출해서 신당논의를 마무리하자는 주장이나 개혁신당 논의에 대한 비판을 보면 구주류측과 일맥상통한다.

추미애: 누구든 자기 말에 구속된다. 나는 과거 홈페이지에 두 가지 안을 올렸었다. 하나는 전당대회를 열어 전 당원에게 신당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분열없는 신당을 추진할 신당추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하자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게 통과되면 신당추진기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신당추진기구는 임시지도부 역할도 하고 구주류를 포함해 제 세력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구주류가 들어오면 정치적 대타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현재의 민주당은 못마땅하지만 민주당이 개혁과 문호개방을 한다면 같이할 수 있는 외부 세력과 합당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게 헤게모니 투쟁이라고 간주한 이상 헤게모니 투쟁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씩씩하게 탈당을 해서 다시 총선 직전에 제휴할 수 있다고 했다. 탈당 하지 않고 민주당에 있으면서 적극적인 명분이 없으니까 싸움을 계속 걸고, 그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켜서 '이러니까 민주당은 깨져야 한다'고 말하면 비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두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한화갑 대표가 다시 중재안을 냈다.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차라리 개혁안을 더 마련해서 당무회의를 거치고 난 뒤에 개혁 지도부 구성안과 개혁안을 만들고, 그 내용으로 전당대회열면 국민들에게 내놓을 작품이 생기는 거니까, '그래도 민주당은 이렇게 개혁안을 통과시켰다'는 모양새를 갖추자고 했다.

나는 내 안을 고집하지 않고 '그럴수도 있겠네요' 했다. 그러나 김근태 고문은 그걸 못마땅해 했다. 중도파였던 김근태 조순형 추미애를 대표로 김 고문이 조정기구에 들어갔다. 그런데 뭐가 잘 안되냐고 물어보니까 전당대회 안건이 타협이 안된다고 하더라. 그러면 기술상 일단 전대개최는 합의를 봤으니까 거기에 못을 박고, 나머지 50%인 의제문제는 더 인내하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 안된다고 포기하면 안된다. 어차피 신주류의 목표도 내용의 진정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정치이벤트를 하자는 것이었다. 총선을 겨냥해 정치기술상 신당을 추진했던 것이다. 적당히 포장해서 국민에게 선사하면 된다고.

그러나 구주류가 볼때는 신주류가 자기들을 밀어낸다고 볼 수밖에 없고, 신주류는 '저 구쥬류가 있는 이상 민주당은 안돼'하는 대결적인 생각으로 신당 논의를 8개월간 지루하게 끌어왔다. 이건 기세싸움 밖에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정치적 대타협을 주장했던 것이다. 총선까지는 타결을 볼 수 있는 아직도 시간이 있는데, 자꾸 당무회의를 열어서 싸움을 유도했다. 이번 당무회의도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한 게 아니다. 신주류 보좌관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당무회의 분위기가 안좋을 수밖에 없는걸 예견하고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은 폭력을 유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진 3>

프레시안: 그러나 총선 전에 전대를 연다고 해서 이번 일 같은 게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어쨌든 어느 순간에서는 정대철 대표가 얘기한 민주적 절차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당헌당규에 명시된 대로 처리한 것은 문제가 안되지 않나.

추미애: 감정의 앙금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민주당은 갈등하고 대결하고 불신하고 있는 상태다. 이걸 풀 수 있는 분은 양대 세력 위에 더 큰 위치를 점하고 있는 대통령이라고 본다. 공개서한에서 말했듯 선거운동 치열하게 했던 사람들과도 대화하지 않았다. 정균환 박상천 같은 분들도 불러서 따뜻하게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분들이 거절했겠나? 위로와 손내밀기를 했다면 이런 대결국면에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강철 정치특보 내정자 같이 법령에도 없는 직책을 만들어 언론에 인터뷰하면서 민주당 안된다 호남당이다 이런 말을 해서 분란을 오히려 부채질했다.

***"정균환 박상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

프레시안: 결국 구주류/신주류 모두와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것인가.

추미애: 내가 정균환 박상천 두분의 말에 호응을 한다거나 대변한적 있었나? 박상천 정균환 물러가라고 했던 5월경의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나는 한편 그분들도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행자장관 해임안때도 탈당계를 낼 마음을 갖고 있었던 신주류 의원 숫자보다 중도나 구쥬류 의원 숫자가 훨씬 많았다. 복도지키기, 의장석지키기도 다 구주류들이 했다. 정균환 총무도 총무로서는 참여정부의 법안들에서 국회협력을 받아내는 데 노력한다. 이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자리 안내놓으니까 어쩔수 없다고 말하면 안된다. 총무역할을 제대로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만큼은 평가해 주고 싶다.

그러나 일단 민주당의 민주적 절차로 뽑힌 후보를 흔들고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자기당 후보를 폄하하고 실추시켰던 언행을 했던 것에 대해서는 비판받아야 한다. 당시도 내가 가장 많이 질타했다.

***"김근태 고문 최근에 대단히 민첩해"**

프레시안: 김근태 고문에 대한 생각은.

추미애: 개인적으로는 뭐라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김 고문 역시 노 후보 선거운동에 소극적이고 협조하지 않았다. 평화민주개혁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몽준 후보하고 가까이 지냈다. 단일화 하려면 민주당 후보가 힘이 있어야 하는데 단일화 하자고 하면서 민주당 후보를 초죽음으로 만들어 놓았다. 결국 염두에 두고 있던 후보는 따로 있었다는 것 아니었겠나.

이번 단식을 끝내고 난 뒤에도 평화개혁세력의 분열은 안된다고 했다. 그걸 보고 작년에 평화민주개혁후보를 말했을 때와 같은지 다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상황 논리를 갖다 대는 것 같다. 한달 전쯤에는 노 대통령에게 굉장히 쓴 소리를 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카톨릭 교인들이 고해성사를 하는데, 그건 죄를 짓고 나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 고문은 민주당 폭력사태에 대해 석고대죄를 한다고 해놓고도 분열에 대해 책임지고 당에 머물면서 중심을 잡지 않고 분열세력에게 가버렸다. 이건 '내가 죄를 지을테니까 앞서 단식하면서 석고대죄한걸로 이해를 해달라'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됐다.

프레시안: 김 의원이 본인의 거취를 옮기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인가.

추미애: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다들 그런다. 김 고문이 단식을 풀던 일요일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조순형 의원과 내가 기자회견을 11시 20분에 하기로 돼 있었는데 김 고문이 오후에 하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11시로 앞당겼다. 최근 행동이 대단히 민첩하신 느낌이다.

프레시안: 분당사태에 대한 책임이 신구 양측에 다 있을텐데 굳이 경중을 가리자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추미애: 다 책임이 있다고 하면 양비론이라고 할 것이다. 신주류에 책임이 크다. 시대는 이미 변화를 거부하고 버티는 걸 용납지 않는다. 구주류는 이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고 여기에 약점이 있다. 이 약점을 신주류가 감싸안으면 되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추 의원의 태도가 양비론이라는 김 고문의 지적은 적절지 못하다고 보는 것인가.

추미애: 그렇다. 나는 중심을 잡고 있었지 양비론을 편 적이 없다.

<사진 4>

***"구주류 약점 포용해야"**

프레시안: 구주류와의 비상대책기구 얘기가 나오는데 합의가 된 것인가.

추미애: 처음 듣는다. 박상천 최고의원이 제안했다면 그냥 혼자 떠드시는 것이다. 불안하시니까. 바로 그들의 약점이다. 대선때 후보에게 별소리를 다 한 것에 대해 전전긍긍하지 않겠나. 대통령 앞에서 다 겁먹는 거다. 그때 명분과 빌미를 안주는 것은 자꾸 혼내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랑 똑같은 거다. 햇볕정책은 대결적 정책으로 가봐야 상대에게 독이 오르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안 것이다. 여유있는 쪽에서 감싸안는 거다. 현재 권력을 쥔 쪽에서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프레시안: 결국 신주류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정대철 대표의 향후 입장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추미애: 그런 거목한테도 권력의 우산이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분을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정 대표는 일주일에 다섯 번 선친의 묘소에 간다. 정일형 박사는 민주당의 초석이었다. 노 후보의 인기가 바닥이었을 때 당명 바꾸고 신당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 여기에는 당명만 마꾸자는 것도 있었고, 신당 판만 열면 후보 교체의 계기가 된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 당시 한 할머니 한분이 나를 찾아오셨다. 그분은 박순천 여사의 비서를 했고 영국에서 공부하고 오신 분이었다. 그분이 "당신들 정신차려 잘해. 당신들의 민주당이 아냐. 이시대의 관리자일 뿐이야.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당을 당명 고치고 수시로 바꾸려고 하는데 민주당은 우리 정치의 역사야. 잘 가꿔서 후대에 물려줘야 돼"라고 말하고 가셨다. 그분은 민주당 현판이 박순천 여사의 집에 보관돼 있으니 추 의원이 민주당을 잘 가꿔 그 현판을 당당하게 내걸어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여러차례 이 얘기를 하면서 신당을 막았었다. 그건 민주주의의 원칙이었다.

프레시안: 요즘 네티즌이나 지지자들에게 안좋은 얘기 듣지 않았나.

추미애: 물론 언론이 신당 쪽에 말할 기회를 많이 주고, 말 자체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도 사양하고 말을 아꼈다. 그래서 왜 내가 신당에 참여 안하는지 궁금해 하고 섭섭해 하던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분열적 사태를 보고 침묵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레시안: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추미애: 역사는 무척 길다. 정치적 술수가 순간순간에는 먹혀들어갈지 모르지만 역사 앞에서는 외소한 것이다. 여론의 부침을 보고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정치적 신념과 약속을 버리는 외소한 정치인들을 많이 본다. 순간순간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서로의 다른 견해를 조율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완성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갈등과 상처를 대립으로 몰고가지 말고 지도자들이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프레시안: 바쁜데 긴 시간 할애해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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