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 : (자민련 김종필 총재에게) 잘 맞고 있지요.
김종필 총재 : 보통이지요. 주말에는 꼭 나가요. 뉴 코리아CC가 아주 좋아서...나무도 우거지고.
정대철 대표 : 한 30년 됐지요.
최 대표 : (박관용 의장을 쳐다보면서) 한번 합시다.
박 의장 : 좋습니다.
김 총재 : 추석 지나서...저는 매년 비거리가 줄어요.
박 의장 : 그야 어쩔 수 없지요. 그 연세에 칠 수 있다는 것만도 좋은 거죠.
김 총재 : 우리당에선 이긍규, 김학원 의원이 맘 먹고 치면 이븐파를 쳐요.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 박관용 국회의장,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정대철 민주당 대표,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참석한 '5자회담'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최 대표 등은 '골프'를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최 대표는 '골프회동'을 즉석에서 제안했고, 추석 지나 한번 만나기로 합의를 봤다.
'골프' 얘기는 회담장에서도 이어졌다.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눈 환담에서 정 대표가 노 대통령의 흰머리를 지적하자 박 의장은 최고령자인 김 총재(JP)에게 "머리를 물들이냐"고 물었고, JP는 "오리지널이에요. 숱이나 색깔은 문제가 안되는데 자꾸 빠진다. 2∼3년 내에는 허옇게 될 것이다.머리가 희고 빠지는 것은 괜찮은데, 자꾸 드라이버(비거리)가 준다"며 근심을 표했다.
이어 최 대표가 "총재님, 뭐 드라이버는 관계 없잖냐"고 묻자 JP는 "작년에 2백20야드였는데, 이젠 2백10 정도 나가는 것도 힘들다"고 답했다. 이에 노 대통령이 "2백10 나가는 게 걱정이시니까, 저는 기 죽어서 말할 수가 없다"고 말해 좌중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JP의 골프 얘기는 좀더 이어졌다. JP는 "연례행사처럼 나카소네 전 (일본)수상하고 치는 데, 드라이버 120 정도이다. 86인데... 과학교육부 장관하던 아들이 같이 다니는데, 나카소네 전 수상이 카트를 타려하면 '아버지 걸어야 해요'라고 한다. 그래서 타는 것보다 걷는 거리가 더 길다"며 일본 정계와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물론 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분위기를 풀기 위해 '골프' 얘기로 환담을 나눴고,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고 인정된다. 그러나 최근 경제불황으로 빈곤 자살자 수가 IMF 이후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 는 부적절한 주제선정이었다고 보여진다.
더군다나 지난 5월21일 있었던 노 대통령과 3당 대표와의 회동 이후 3당 대표가 '호화 룸살롱 뒤풀이'를 벌여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았나. 당시 "정치의 낭만을 되찾자"는 JP의 제안으로 민주당 정대철 대표, 한나라당 박희태 전 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 등 10여명이 서초동 J 룸살롱에서 '폭탄주'를 마셨으며, 술값만 7백여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은 끝까지 버텼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각 당 대변인은 다음날 "시기와 장소가 부적절했으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 논평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기와 장소가 부적절한" '골프' 환담으로 정치인들과 국민들과의 인식 차이를 극명히 드러내고야 말았다.
이날 "주말이면 골프를 치는데 자꾸 비거리가 준다"면서 근심을 표했던 JP는 '5자회담'에서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정치권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고 유운영 자민련 대변인이 전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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