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게 풍선을 띄워 라디오를 보내려던 극우단체들의 행사가 22일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같은 운동을 계속 벌여 북한주민의 대량탈북을 유도, 북한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이번 행사의 이면에 미국매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한층 짙게 하고 있다.
***철원 구 노동당사 부근서 저지당해**
본지의 21일 독점 보도(극우들, 이번엔 북한에 '풍선 띄우기')대로,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과 보수단체인‘한반도 평화프로젝트’의 신동철 목사는 22일 오후 2시30분께 탈북자 지원단체 회원등 30여명과 함께 버스편으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구노동당사 건물로 가던 중, 당사 건물에서 1km 가량 떨어진 대마사거리에서 “집회신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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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러첸은 이날 북한주민들이 자신들이 보낸 라디오를 통해 외부세계의 소식을 들어 내부붕괴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유로 2백여개의 풍선(직경 90㎝)에 소형 라디오(150g) 6백개를 넣어 북한으로 날려보낼 계획이었다. 폴러첸은 라디오와 함께 라디오당 북한돈 2천원씩도 동봉할 예정이었으며, 이를 위해 국내 극우보수단체 및 외국 보수단체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를 합법적인 절차를 받지 않은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저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행사요원간의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폴러첸은 라디오가 담긴 비닐봉지를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트럭에 실려있던 헬륨가스를 풍선에 넣으려다 경찰과 실랑이 도중 넘어져 왼쪽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폴러첸측은 풍선띄우기를 막은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美 월스트리트저널, 탈북 유도정책 지지 사설 게재**
한국에서 이같은 실랑이가 벌어지던 시간에 미국의 보수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라디오보내기 계획이 무산되기 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설을 22일(현지시간) 게재, "이 운동을 계기로 대량탈북을 유도해 북한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이번 행사의 이면에 미국 매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널은 그동안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비판해왔고, 지난해 촛불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볼모로 잡힌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미국내 매파의 논리를 대변해 온 신문이다.
저널은 이날 사설에서 풍선띄우기 운동을 소개하고 “이는 북한 주민들의 탈출을 유도하기 위한 몇가지 계획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사설은 경찰의 저지로 계획이 무산됐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공해상에 배를 띄워두고 선박으로 탈출하는 북한 주민을 구출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북한 고위관리들을 설득해 망명을 유도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설은 또 “탈북을 고무하는 것은 인권대책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전략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해외에 안전한 도피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에 대한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북한 전역에 퍼져 그렇지 않아도 곤란을 겪고 있는 김정일 정권에 내부적 압력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런 이유로 미국이 탈북자들의 안전한 도피처임을 선언하고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탈북자 3만명을 받아들이자는 샘 브라운벡 미국 상원의원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또 “미국은 유엔이 중국에 은신중인 북한주민 30만명을 도울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중국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며 ‘테러와의 전쟁’에 도움을 준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특별비자의 대상을 대폭 확대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담당자들의 정보제공을 유도하는 것도 시도할만한 정책”이라고 제안했다.
사설은 “이러한 정책들이 가장 환영받을 곳으로 예상됐던 한국은 사실 그 어느 것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북정책을 간접 비난하고 “전쟁보다 김정일 정권의 내부 파열을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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