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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30~50대, 이중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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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30~50대, 이중부담"

<국민연금법 개정안 공청회> 재계-노동계 모두 불만

입법예고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및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패널들간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새로운 개정안이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측과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측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측에서는 국민연금이 개인연금화 돼 사회보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의 재정부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재계에서는 주로 급여율을 낮추고 시장 기능에 맡길 것을 주문했다.

<사진1> 공청회 참석자

***“기금재정안정화, 후세대 부담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법 개정 필수적”**

우선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연금 수금액인 급여대체율을 2004년부터 55%로, 2008년부터 50%로 줄이고 보험요율은 현행 9%에서 2010년부터 5년마다 1.38% 포인트씩 올려 2030년에는 15.90%까지 인상하게 돼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시키고 위원회를 전문가 위주로 구성해 기금운용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이렇게 국민연금 개정안이 보험요율을 높이고 급여율이 낮게 개정된 것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는 101조원대의 거대한 기금이 마련된 상태지만, 출산율이 감소하고 인구의 구성이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급여체계를 유지한다면 2036년에는 기금이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이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보건복지부는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이상석 연금보험국장은 “1988년 제도도입 당시 저부담 고급여 체계로 설계한 것은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 가입자의 제도 순응성을 고려하고 장년층의 대체 노후보장수단이 부재한 저을 감안 했다”며 “이러한 체계를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에 비춰봤을 때 2050에는 보험요율을 30%까지 인상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즉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의 보험요율과 수급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불신해소가 가장 큰 과제**

그러나 토론자들은 국민연금 재정 구조를 안정화 하고 국민 연금에 대한 불신을 덜기위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보험료율과 수급율 등에 대해 입장을 달리했으며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타냈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연금법 개정의 당위성은 인정한다”면서도 “국민연금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종식시키는 것”과 “우리나라에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노후 부모를 봉양하는 사회체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국민연금은 마지막 생계수단”이라며 “국민연금을 국민들 알아서 하라기보다는 국가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또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과 관련 한국은행이 주식시장에 개입해 무리한 증시부양책을 썼다 실패한 예를 들며 “기금이 다른 정책부서에서 영향을 받아 증시부양 등에 사용되는 등 정책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며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지고 복지부 산하에 독립적인 기구로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사적보험인지 사회보장인지 개념이 서 있지 않다”**

중앙대 김연명교수는 “복지부의 연금법 개정안이 불만족스럽다”고 전제한 뒤, “복지부의 안은 시각 자체가 공적연금에 대한 개념이 없다”라며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즉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노후 생계 보장의 최후 수단인 국민연금을 개인 보험 정도로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또 “복지부가 현행 60%의 급여율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과연 불가능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현재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이 17% 이상의 급여체계를 갖고 있는데, 2030년에 우리나라가 이 정도 수준의 급여체계가 불가능하다는 시각 자체가 선입견”이라고 주장했다.

***“현 30~50대는 부모 봉양과 자신의 노후 준비 이중부담을 하고 있는 셈”**

김교수는 특히 복지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의 주요한 이유인 후세대에 과중한 국민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현 30~50대는 60~80대의 부모를 부양하고 있으나 앞으로 자신의 자식들에게 부양받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노후도 준비해야 하는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세대간 부담의 공평성 강화를 위해 후세대 보험료를 올려야 세대간 공평성이 확보된다”라고 강조했다.

즉, 노부모를 부양하면서도 자신의 국민연금 부담액까지 합하면 현재 30~50대는 30%수준의 보험료율을 부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부모를 직접부양하는 풍속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현 세대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후세대의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은 40년을 가입해야 60%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데, 평균 가입기간이 21.7년에 불과해 30%수준인 40만원 정도 받는 실정”이라며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급여를 더 깎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이외에도 “복지부가 근거로 사용한 통계청의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 고령화 추세 통계대로라면 2080년에는 인구가 3천만명으로 줄어든다”라며 통계 수치의 허구성을 지적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에 대해서도 “기금운용위원회에는 ‘이익치’같은 투기성 투자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익률만 올리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버리고 가입자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2> 국민연금 개정 저지 집회

***재계, “퇴직금 있기 때문에 급여율을 더 낮춰야 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에 대해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이필상, 김연명 교수와는 다른 의견을 제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정태 상무는 “직장 가입자 법정 퇴직금 제도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이들의 국민연금 급여를 합치면 선진국 수준”이라며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보험료율은 현행 9%로 유지해 기업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상무는 또 정부의 4인이하 사업장과 비정규직까지 국민연금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영세사업주의 비용부담 능력을 고려해 영세업종과 비정규직까지 확대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무는 이어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 입김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등 역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며 “상설화하면 안정성이나 수익성 보다는 공공성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1만불 국가에서 3만불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 문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국민연금이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 때문에 일어나는 부분이 많다”라며 “시장경제의 핵심은 재산권 보호의 원칙인데 현재 세대간 부담, 직장간 부담 전가는 조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무는 또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불 국가의 제도를 다 갖다 놓은 제도 백화점”이라며 “많은 제도들이 3만불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리가 3만불 국가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적절한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상무는 이 외에도 “우리나라는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부담이 상당히 높은 국가”라며 “선진국에 없는 퇴직금 제도가 있는데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높아지면 우리나라가 과연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지 의구심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상무는 국민연금의 운용에 대해서도 “자동차 보험은 문제 없는데 의료보험은 문제가 생긴다”라며 “시장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 정부 독점을 하게 되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면서 연금도 공사로 나눠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면 시장이 가려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계 “퇴직금 받는 노동자 20%수준에 불과”**

경총의 퇴직금 주장에 대해 민주노총 김형탁 부위원장은 “고용시장의 유연화와 불안정으로 비정규직화가 가속되고 고용불안이 팽배한 가운데 법정 퇴직금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는 전체의 20%가 조금 넘을뿐”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은 추계기간을 너무 길게 잡고 있는데 이는 급여율을 낮추는데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안은 이러한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재경, 기획예산처 “연기금 운용 국무총리산하로 둬야”**

재정경제부 김대유 국민생활국장은 “복지부 개선안처럼 소득대체율을 2단계를 거쳐 하향 조정하는 것이 아닌 당초 연금발전위원회가 제시한 방안대로 해야 할 것”이라며 “연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갖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운용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중립적인 국무총리 소속으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변재진 기금정책국장도 “사회보험 성격의 국민연금이 거시경제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복지부에서 떼어내 중립적인 성격의 국무총리 소속으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토론자들이 정부부처간의 이기주의를 없애고 1백조에 달하는 연기금이 정책적 목적에 의해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지부가 독립적으로 관할해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연기금을 둘러싼 부처간의 경쟁이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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