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18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당과 정부가 동맥경화증에 걸린 것 같다”면서 재차 노무현 정부를 신랄히 비판했다. 반면에 구주류 대표격인 박상천 의원에게 그림을 선물하는 등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은 청와대를 겨냥해 ‘노심’ 논란을 차단하고 구주류를 끌어안아 민주당내 신당 논의를 마무리 지어 굿모닝시티 자금 수수 의혹으로 실추됐던 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정부가 민주당 여당으로 인정 않는 것 문제”**
"당과 정부가 동맹경화증에 걸린 것 같다"는 정 대표 발언은 이날 고위 당정정책조정회의 앞서 참모들과 발언 내용을 사전에 협의할 정도로 미리 준비된 것이었다. 또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돼, 전해진 것 이상으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취약한 개혁 기반, 수구세력의 반발이라는 외부 요인 이외에 (당·정·청간) 조정-조율-타협의 정치 메커니즘 실종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문석호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이어 “당이 신당 논의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우리가 여당인가’ 자책할 때도 많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민주당을 (여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청와대에 직접적인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문대변인은 전했다.
정대표는 “나는 노 대통령과 함께 무한책임을 느끼며 같이 갈 사람”이라며 “당·정·청이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깊은 상황 인식이 없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고건 총리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당·정·청간 관계를 깊이 자성하고, 좀더 긴밀한 관계를 설정하자는 말씀”이라며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별도의 자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이정우 정책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등은 정 대표 발언을 무거운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천에게 그림 선물**
한편 정대철 대표는 19일 구주류 좌장격인 박상천 의원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정대표측은 "정 대표는 상대방에게 감사인사를 하거나, 절실하게 부탁할 때 그림을 선물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는 신당문제에 대해 박 위원의 협조를 요청하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대표측은 "정 대표가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었으나 비싼 그림은 아니고 일반인들도 소장할 수 있는 평범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림 애호가로 신당동 자택 등에 수십여점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으며, 평소 절친한 사람들에게 그림을 선물해왔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를 비판하면서 구주류는 껴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정대표의 이같은 행보가 최근 청와대 비서들의 부산경남 출마선언으로 급류를 타기 시작한 독자신당 움직임에 따른 민주당내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민주당을 사수하겠다는 메시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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