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의 '엉성한 일처리'가 논란을 빚고 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한 '노심(盧心)'이라는 극도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 확인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서둘러 발표를 했다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기 때문이다.
***유인태 수석 왜 이러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오후 브리핑에서 “정대철 대표가 어제 오후 4시50분께 관저로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노 대통령의 ‘신당 불개입’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앞서 유인태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 발언에 대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어제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어제 정 대표와 만나거나 통화하지 않았다”고 말해, 일대 혼선을 빚었다.
유인태 수석이 이날 정 대표 주장에 대해 부인한 것은 정 대표가 청와대와 접촉 루트인 정무수석을 거치지 않고 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해, 통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인태 수석의 이같은 발언이 "정대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며, '노심'이 독자신당 창당쪽으로 쏠린 게 아니냐는 정가의 해석을 낳는 등 일파만파의 파란을 빚자 이날 오후 청와대와 민주당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윤태영 대변인은 “정 대표가 관저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으며, 정 대표도 문석호 대변인을 통해 “어제 오후 5시께 청와대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유인태 수석의 발언을 듣고 대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대철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고위 당직자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신당문제에 관여해온 적이 없고, 앞으로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이 점은 내가 어제(17일)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너무나 가벼운 '비서들의 입'**
유인태 수석의 이같은 해프닝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유수석은 평소 소탈하면서도 격의없는 일처리로 주위의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대표가 노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발표한 사실에 대해 구체적 확인절차도 없이 "그런 일이 없다"고 공식 부인한 대목은 아무리 좋게 볼려고 해도 문제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문제는 이같은 모습이 유인태 수석외 다른 비서관들에게서도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예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나기로 한 최도술 비서관의 경우다.
최도술 비서관은 17일 오전 노 대통령에게 출마 의사를 밝히자 “(내가 출마했던)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그러나 자신의 발언으로 정치권에서 일대 파란이 일자 이날 오후 "오전에 엉겁결에 잘못 말했다"며“내가 그 쪽에서 출마하겠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고 대통령은 지역구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만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노대통령이 내선 총선 및 이와 관련된 신당 창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는 이른바 '노심'은 정가의 최대 관심자이자 향후정국의 최대 변수다. 하지만 주위 비서들은 너무나 쉽게 이 문제를 거론했다가 금방 없던 일로 백지화하고 있다.
"비서는 입이 없어야 한다"는 정치격언이 있다. 노대통령 주위사람들의 신중함이 더없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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