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백억원을 둘러싼 이익치 전 현대증권회장과 권노갑 전 민주당고문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이익치, 검찰조사서 1백억 비자금 추가폭로**
12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특검수사때 박지원 전 청와대비서실장에게 1백50억원의 비자금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던 이익치 전회장이 최근 검찰조사에서는 권노갑 전고문에게 1백억원을 전달했다는 또다른 폭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검찰에서 "2000년 4.13 총선직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권노갑씨와 나, 정몽헌 현대아산회장, 김영완씨 등 네명이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권씨가 먼저 '도와달라'고 해 정회장 지시로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현금 1백억원을 며칠 뒤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측은 밝혔다.
검찰은 12일 이씨와 권노갑씨를 대질시켰으나, 이씨는 동일한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노갑, "어떻게 1백억을 현찰로, 김영완이 빼돌린듯"**
그러나 권노갑 전 고문은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1백10억원을 조성해 선거자금으로 썼으나 현대 비자금과 무관하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권 전고문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석형 변호사에 따르면, 권씨는 “1백10억원 중 10억원은 김영환씨에게 빌렸으며 나머지 1백억원은 민주당을 도와온 뜻있는 사람 2명에게서 빌렸다"고 주장했다.
권씨측은 또 이익치씨가 1백억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1백억원을 어떻게 현금으로 전달할 수 있겠느냐"며 반론을 펴고 있다.
권씨측은 따라서 김영완씨가 현대 비자금 1백억원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배달사고’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씨와의 대질을 검찰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측은 지난해 3월 김씨 자택에서 강도들에게 털린 90억원대 무기명 채권이 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예정대로 13일중 구속영장 청구 방침**
검찰은 그러나 권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13일중 권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권씨가 현대로 받은 비자금중 일부를 총선용 자금 지원 외에 부동산투자 등 개인적으로 전용 또는 축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의 흐름을 집중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권씨가 비자금의 대가로 이기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부탁해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현대에 대한 대출과 대북사업 편의를 제공키로 한 게 아니냐며 이 전수석을 소환수사하는 등 '대가성'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기한만료가 3년인 현행 정치자금법으로는 권씨를 구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권씨에게 전달된 자금의 일부가 여권의 다른 실세인 3명에게 전달된 단서도 포착해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권노갑씨가 계속해 현대로부터 자금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은 자살했고 김영완씨는 현재 미국으로 도피중이어서 권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논란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에 김영완씨 귀국이 이번 사태해결의 절대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김씨 귀국을 종용하고 있으나, 김씨가 이에 불응하고 있어 검찰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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