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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모가 선수곁에서 한발 떨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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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모가 선수곁에서 한발 떨어질 때"

[프레시안 스포츠] LPGA의 '한국말 사용금지' 조치를 보고

지난 5일(현지시간) LPGA(여자프로골프협회)의 커미셔너 타이 보토는 라운드도중 한국여자골프선수들이 한국말로 주변사람들과 클럽선택 등 골프룰에 어긋난 대화를 나눌 때 동료선수가 이의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국내골프계는 이와 관련, 이번 LPGA 결정 과정에 한국여자 프로골프선수들에 대한 견제가 배경이 된 것은 분명하나 동시에 성적에 집착한 ‘비뚤어진 부정(父情)’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도 자성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 父情인가 不正인가**

LPGA의 결정을 놓고 선수의 아버지들은 최근 한국여자골프선수들이 미국에 대거진출해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질투에서 비롯된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990년대 후반 아니카 소렌스탐을 비롯한 스웨덴 여자선수들의 LPGA득세에 이어 2000년대에는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한희원, 장정, 강수연 등 국내선수들이 LPGA 무대에서 ‘코리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3년에도 LPGA 올해의 선수상 랭킹에 박세리(2위), 박지은(3위), 한희원(9위)등이 올라 있어 LPGA의 조치가 '미국의 텃세'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선수들의 아버지가 성적에 집착해 무심코 했던 골프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은 동료선수들에게 항의를 받는 계기가 됐으며, LPGA도 이런‘지나친 아버지의 부정(父情)’을 ‘골프룰에 대한 부정(不正)'으로까지 판단하기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젊은선수들의 성장을 골프선수로서가 아니라 인간적 성숙에서 찾아라**

국내여자골프선수들이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최고의 후원자는 단연 부모들이었다.

직접 대회에 쫓아다니며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부모님들의 열성적인 지원은 LPGA무대의 ‘코리아 돌풍’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심리전’인 골프경기에서 이런 부모님들의 노력은 큰 효과를 가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노력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달리 비교적 오랜기간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장수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여유를 가지고 선수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한 발 떨어져 지켜보는 것도 선수들을 강하게 만드는 비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PGA까지 도전해 화제가 됐던 여자프로골프의 최강자 아니카 소렌스탐은 1998년 6월 <스포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연속되는 대회출전으로 정신적 위기를 맞이 했을 때 상황을 고백한 적이 있다.

소렌스탐은 인터뷰를 통해“LPGA 투어에서 오랫동안 스타로 남고 싶지만 너무 대회에 많이 출전해 스스로 지쳐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싶진 않다. 내가 늘 생각한 것은 스웨덴 주니어 골프프로그램의 가르침이다. '스웨덴에서 젊은선수들의 발전이란 골프선수로서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적 성숙으로 생각한다'는 가르침이다”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물심양면으로 헌신하는 한국부모님들의 열정은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결국 선수들이 정상급에 머물며 롱런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들은 선수들이 한 인간으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나머지 부분은 선수들이 개척해야 할 몫으로 남겨 놓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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