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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대북지원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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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병렬, 대북지원 '샌드위치'

당내 386 "대북사업 지원해야", 당내 보수 "무슨 소리"

한나라당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타계를 계기로 당 안팎에 제기되고 있는 대북정책의 전향적 재검토 요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금강산 관광사업 등 좌초위기에 빠진 대북사업에 '현금지원 불가'라는 원칙론만을 강조하자니 자칫 남북교류 단절에 대한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기존 입장을 뒤엎고 현재 보류된 정부지원금 2백억원 집행을 주장하자니 당내 보수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 의장 자살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특검법 책임론'에 이어 한나라당이 봉착한 또 하나의 딜레마다.

***최병렬, "정몽헌 회장 못다 이룬 꿈 이루겠다"**

정 의장 자살사건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북정책 방향전환 여부를 놓고 고심의 흔적이 역력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7일 오전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대북지원과 경협 전반에 대한 검토를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정책위부의장도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정 회장 사망으로 대북경협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새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한다"고 가세했다.

최병렬 대표도 6일 네티즌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에서 "남북간 교류와 협력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정몽헌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며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지도부의 미묘한 입장 변화는 정몽헌 의장의 타계가 대북사업 전반에 부정적 전망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종전의 대북 강경론만을 강조할 경우 남북교류 단절에 대한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나라당내 386세대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몽헌 의장 죽음으로 중단위기를 맞은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의 지속을 위해 한나라당이 기존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소한 북핵문제를 빌미로 남북경협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은 피해가야 할 필요성이 한나라당 내에서 제기된 셈이다.

***"현금지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대북 퍼주기 사업'의 대표적 케이스로 지목하며 사업 중단과 현금지원 반대를 주장해온 기존 입장을 하루 아침에 뒤집을 수도 없다는 데 한나라당의 고민이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증하듯, 7일 오전 최병렬 대표 주재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서는 대북사업에 대한 당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회의직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북지원과 경협 전반에 대한 검토를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던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정작 회의에서는 금강산관광사업 정부지원금 2백억원 집행 문제와 관련, "현금을 주는 문제는 국민 동의하에 줘야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선 안된다"고 말해 반대론에 무게를 뒀다.

박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내에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오늘 나온 의견은 당이 대북정책에 있어 원칙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은 남북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적극 하되 불법적이거나 국민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 방법은 안되고, 현금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여 '정책변화' 보다는 '원칙고수'쪽에 무게를 실었다.

박 대변인은 특히 "금강산 관광사업 문제를 북핵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당내 극보수진영의 반발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밖에 향후 대북사업을 공기업이 담당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대북 퍼주기' 소지가 있다며 반대의견이 개진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 대표가 지난 달 11일 "개인적 생각이지만 금강산 관광도 법을 개정해서라도 다른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현금지원을 현물지원으로 대체하는 조건으로 금강산 사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결국 대북사업에 대한 방향설정을 둘러싸고 최 대표의 지도력은 또 한번 도마에 오른 셈이다.

***당내 극보수층 반발 만만치 않아**

최 대표는 6일에 이어 7일에도 "한나라당이 통일에 반대하고 친재벌적이고 '노인당' '영남당'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이것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책으로 승부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 말대로 금강산 사업 지원 문제 등 덩치 큰 현안이 등장한 이상, 문제는 한나라당이 냉전적 이미지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놓느냐에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내 중진급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칫 정책에 변화를 줄 경우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대표의 최근 언행을 강력비판하고 있어 최대표의 횡보가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최대표가 그의 호언대로 '통일반대 정당'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혁파할 수 있을지, 그 답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대북사업에 그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달려있다는 게 세간의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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