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사망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초선의원 12명이 5일 현대가 담당해온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공기업 형태로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공기업 이관론'의 본격 부상이다.
***“북한 정부도 남한 기업 사정 고려해야”**
김성호 김태홍 김희선 문석호 박인상 송영길 이재정 정범구 이호웅 최용규(민주), 김부겸(통합연대), 유시민(개혁당) 의원 등 ‘햇볕정책 계승.발전을 위한 초선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 “남북경협을 한 기업인의 민족적 의지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초선 의원들은 공동성명에서 “정 회장은 북미관계 악화와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도 수익조차 내지 못하고 중단 위기에 처해있던 금강산 관광사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는 “자본의 이익추구를 넘어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들은 “정 회장의 죽음은 남북한 경제협력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으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북교류협력은 중단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정부는 일부 냉전 수구세력들의 반대로 올해 들어 일체 중단된 금강산 관광 경비지원금 2백억원을 즉각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북한도 이윤추구를 뛰어넘어 남북경협에 참여하는 남한 기업들의 사정을 적극 고려, “기존의 사업허가권 약속 등을 신속히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북미간의 갈등으로 인한 압력보다 정 회장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금강산관광이 남북한 긴장 완화에 기여한 측면이 무시된 채, 그 대가로 지불한 비용이 북한 핵개발로 전용되었다느니, 정상회담의 대가였다며 몰아 부치는 냉전적 수구세력의 공세였을 것”이라며 남북경협을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종석 NSC차장 등 '공기업 이관론' 주장**
초선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은 금강산 육로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건설 실무협의 등 눈앞의 사업이 정 의장의 사망으로 단기적인 차질을 빚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도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경협의 주체를 공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남북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종석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차장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인사들도 평소 금강산관광 같은 공공적 ‘평화사업’의 성격을 띠는 대북사업은 공적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국회가 4개 경협합의서를 통과시켜 남북경협이 법적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현대아산과 더불어 한국토지공사와 한국관광공사가 개성공단 건설과 금강산관광에 각각 협력하고 있는 상황은 그같은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아산의 자본금 4천5백억원 전액이 잠식되면서 지난 반년간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지급 못하고 있는 상황도 '공기업 이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야당 반발, 미국 압력이 큰 걸림돌**
그러나 '공기업 이관론'의 현실적 걸림돌과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공기업은 결국 대북사업의 주체가 정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바로 북-미관계 악화 등 외부여건이 악화될 경우 남북경협이 곧바로 중단될 것임을 의미한다.
공기업으로 이관될 경우 사업추진에 따른 적자를 예산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반면, 만약 북-미관계등이 악화되면서 미국의 대북 봉쇄 요구가 강해질 경우 곧바로 남북경협 중단으로 직결될 위험성이 크다. 민간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때 정경분리를 명분으로 갖게 되는 대북사업의 '지속성'과 '탄력성'이 소멸되는 셈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북지원에 부정적인 거대야당의 반대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도 현실적 난관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들어 야당의 반대로 금강산 관광 경비지원금 1백99억원조차 현대아산에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요컨대 남북경협은 '정경 분리' 원칙에 따라 민간이 주도하는 게 여러 모로 바람직하나, 정몽헌 의장의 사망과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의 '대북사업 승계 불가' 방침에 따라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이 현재 정부의 처지인 셈이다.
북한이 4일 금강산관광 잠정중단 등 남북경협 전반에 대한 보류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우리 정부의 애매한 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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