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5일 향응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민정수석실 재조사 결과, 양씨가 윤리규정에 어긋나는 과잉 향응과 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술자리 참석자들은 언론보도후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입을 맞추었고 술자리에서 양실장에게 민원을 했던 사실도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한달 전 지방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향응접대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상조사 없이 이를 경징계한 청와대 민정시스템의 맹점도 비판대상이 되고 있다.
***인사위 건의, 노 대통령 양 실장 사표 수리**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은 오후 2시부터 문희상 비서실장 주재로 인사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양 실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고 전했다.
인사위는 양 실장 사건에 대한 청와대 자체 조사를 총괄한 문재인 민정수석으로부터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양실장 본인이 사표 수리를 강하게 원하고 있고, 문책이 필요한 점을 들어 노 대통령에게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
휴가중인 노 대통령은 문 실장으로부터 인사위 결정을 전화로 보고받고 "인사위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문 실장 주재로 열린 인사위에는 이정우 정책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유인태 정무수석, 박주현 국민참여수석이 참석했으며, 휴가중인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양실장 등 참석자, 언론보도후 향응 축소키로 입 맞춰**
민정수석실은 양실장 사표수리 사실을 밝힌 직후인 이날 오후 3시 그동안의 사건 재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민정수석실이 발표한 사건 경위에 따르면 6월28일 저녁 만찬을 겸한 1차회식은 "지난 대선때 도운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며 인사를 나눈 것으로 별 문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키스나이트클럽에서 오후 9시경부터 다음날 새벽 1시30분경까지 이루어진 2차 회식은 여종업원 3명 및 뒤늦게 합류한 노 대통령 고교동창인 정화삼씨 등을 포함해 총 12명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윈저 17년산 7병과 맥주, 안주 등으로 술값(봉사료 포함) 2백15만원을 나이트클럽 공동업주인 이원호씨와 한모씨가 나누어 부담했다.
당초 알려진 회식비와 차이가 나는 것은 참석자들이 지난달 31일 언론에 보도된 후 여 종업원 없이 양주 2병을 마시고 주대 43만원을 오원배씨가 현금 지불한 것으로 말을 맞췄기 때문으로 민정수석실 조사결과 확인됐다.
민정수석실은 이에 대해 "통상 있는 2차 자리였으나 공직자로서 과다한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양 실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인정했다.
양 실장과 오원배씨는 이어 새벽2시경 오씨가 미리 예약해 둔 리오관광호텔에 투숙하러 갔다. 양 실장과 동행한 여종업원은 호텔방까지 따라 갔으나 양 실장이 바로 돌려보냈으며, 이같은 사실은 여종업원 관리마담 백모씨 등을 조사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고 민정수석실은 밝혔다.
오원배씨는 또 6월29일 양 실장의 귀경길에 자신의 승용차를 제공하면서 국화베개 9개, 초정약수 3박스, 4kg 향토쌀 3포대 등 시가 합계 45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했다.
민정수석실에 따르면 양 실장은 초정약수 1박스와 향토쌀 1포대는 운전기사에게 답례조로 주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져갔으며, 그 중 국회베개 7개는 대통령에게 미처 보고하지 못하고 관저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정수석실은 이에 대해서도 "시가 45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원호씨가 민원한 것도 사실"**
민정수석실에 따르면 따르면, 키스 나이트클럽 업주 이원호씨는 양 실장에게 당시 충북도경의 탈세 조사와 관련해 "억울하다"는 취지의 하소연을 했고, 동석한 오원배씨도 "한번 알아봐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정수석실은 그러나 "양 실장이 이씨 사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묵묵히 듣기만 하고 대응을 하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양 실장이 관련 사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부당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민정수석실은 진상조사 결과 "양 실장이 2차 술자리에서 이원호 등으로부터 과다한 접대를 받고 오원배로부터 과다한 선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선 때 함께 수고한 동지들과 정의를 나눈 것이었고, 이원호가 사건 연루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대선 동지로만 여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난 것이었으며, 실제로 청탁을 하거나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으므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은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입장이어서 누구보다도 처신에 조심해야 할 부소속실장으로서 과다한 접대와 선물을 받고 부주의하게 수사대상자와 장시간 어울린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은 몰래카메라 파문과 관련해선 "사안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이른바 몰카와 음모설 등으로 본질에 비해 파문이 터무니없이 과다하게 확산되고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며 '정치적 음모설' 가능성을 부인했다.
민정수석실의 이같은 발표로 이번 파문의 실체적 진실은 어느 정도 밝혀졌으나, 한달전 지방언론에 의해 최초로 이 사실이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상없이 이를 경징계했던 민정수석실의 안이한 집무태도에 대한 자성이 결여된 점은 문제라는 게 주위의 일반적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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