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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사건' 그 후 남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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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양유업 사건' 그 후 남은 일

[시민정치시평]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 시급하다

지난 3월경 남양유업대리점 피해자분들을 처음 만나 상담을 한 일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남양유업 본사가 사과하고 지금까지의 피해도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져 개별 피해배상을 위한 중재 절차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이 처음 찾아왔을 때 들은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남양유업의 전산조작에 의한 물량 밀어내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재산상 피해와 인격적 모멸감 등으로 남양유업 본사 옥상에 가서 떨어져 죽을 생각도 여러 번 했다는 사람부터, 가지고 있던 집을 잃고 이제는 지하방 월세까지 옮기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과연 법치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사건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미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법원의 손해배상판결까지 있었다는 점이었다.

▲ 지난달 18일 남양유업과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가 협상 타결을 알렸다. 이로써 지난 1월 피해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며 시작된 6개월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당사자는 남양유업 가양대리점과 홍제대리점이었는데, 공정위는 조사 결과 "남양유업은 자신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대리점에게 대리점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시정명령만을 내렸을 뿐이었다(2006. 12. 6. 의결 사건번호 2006서경1597). 그리고 공정위의 의결만으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신고인(가양대리점)은 배상청구를 위해 2년간을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소송비용을 모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8400만 원 상당의 물량 밀어내기가 존재했으나, 그중 일부는 끼워팔기 등으로 판매했으므로 원고의 손해액을 그중 70%로 인정한 다음, 매출확대를 위해 필요한 방법이었고 피해자가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손해가 확대된 점을 감안해 배상액을 제한해 결국 3600만 원의 손해배상판결을 내렸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9. 18. 선고 2008가합103088 판결).

위와 같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법원의 손해배상판결 이후에도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횡포는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공정위가 시정명령만 내렸을 뿐 과징금은 전혀 부과하지 않은 점, 공정위의 조사가 신고인들에 국한해 이뤄지고 전체 대리점에 대해서는 이뤄지지 않은 점, 법원이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 소극적이고 오히려 배상액 감액에 적극적이었던 점 등으로 인한 것이었다. 위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질 뿐인데, 남양유업이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할 이유가 없지 않았겠는가.

이러한 불공정거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불공정거래에 있어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위 가양대리점의 사례를 보면 법원에서 인정된 물량 밀어내기 수량은 8400만 원이었지만 이는 입증자료가 존재하는 부분에 한하는 것이고, 자료가 미비해 입증하지 못한 실제 피해액은 훨씬 더 많은 것이었다. 그와 같이 현재의 손해배상제도로는 실제 피해액마저도 온전히 배상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으며, 가해자가 불공정거래행위를 다시는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증된 손해에 대해 가중해 제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기술탈취 등의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3배를 상한으로 하는 법률이 존재하나, 하도급 분야에만 적용돼 제한적이고 그 배상범위도 상한을 3배로 하고 있어 징벌 수준이 너무나 미약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미국의 판례(캠벨 케이스 등)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면 자동적으로 손해액의 3배를 명하도록 하고, 행위 유형에 따라 최대 10배까지는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불공정거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국 판례에서와 같이 악의적이거나 계속적인 불공정거래행위 일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면 최소 3배,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 한 번 걸리면 지금까지의 부당이득의 반환은 물론 그 이상의 손해배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줘야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공정거래를 개선할 수 있다.

남양유업 사건 이후 그와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나, 최근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어 과연 여당이 개정안을 발의할 때처럼 법 개정에 적극적일 것인지 우려스러운 실정이다. 하지만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경제민주화는 우리 경제 질서의 기본에 해당하는 것이지, 경제 살리기를 한다고 해서 뒷전으로 밀려날 문제가 전혀 아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을 촉구한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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