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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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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08>

운명에 관한 술자리정담 (2)

그날 세 사람의 술자리는 밤이 늦어서야 파했는데, 그중 한 친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에 그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다. 기독교의 예정조화설과 관련된 얘기도 있었고, 최근 미국에서 이슈가 된 매트릭스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친구#A: 그러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정조화설과 운명학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난 평소 그것이 궁금하네.

필자: 분명 예정조화설과 운명학은 얼핏 보기에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칼빈이 주장한 예정조화설 내지는 하느님의 섭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에 어떻게 해서 선악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종교적 견지에서의 설명이라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왜 잘못된 행동이나 악행이 존재하도록 이 세상을 만들어 놓으셨을까 하는 의문이지. 이에 대해 칼빈은 이 세상은 인간이 의롭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하느님만이 아시고 계실 어떤 뜻이 있다는 생각이라 보네.

다시 말해서 악인이 악행을 일삼는 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고 그 속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안배가 있다는 생각이며, 그것을 인간의 깊지도 넓지도 못한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지. 그래서 이 세상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든 운명도 다 하느님이 미리 뜻하고 안배해놓은 틀 속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칼빈의 교리라 생각하네.

좀 속된 말로 ‘내 다 뜻이 있으니 너희들은 따지지 말고 오로지 나를 믿어라’고 하는 것이지. 종이 주인의 속마음을 어찌 알리요 하는 그런 것 말이야. 신학은 철학이 아닐세, 신학은 어디까지나 깊은 신앙을 전제로 하는 사변의 체계이니 말이야.

그런 칼빈의 예정조화설은 마치 혼돈과 질서를 모두 인정하는 인도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것이 비쉬누가 창조하고 또 다시 파괴하는 아스라하게 길고 긴 아승지겁, 그 거대한 시간의 스케일 속에서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얘기하는 힌두 철학 말일세.

전에도 얘기했지만, 어떻게 해서 태어난 생년월일시 속에 그 사람의 많은 정보와 경향들이 함축되어 있는지에 대해 나는 설명하지 못하네, 그저 신기할 뿐이라네. 다만 사람의 사주를 가지고 오랫동안 운명을 봐주다 보니 사람이 무작위로 그 시각에 우연히, 랜덤(random)으로 태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일세.

아무튼 그것은 종교적인 영역이기도 하고 내 연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기도 해서, 혹여 자네가 사주 속에 하느님의 뜻이 담겨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반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네. 반론을 제기할 어떤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말일세.

친구#B: 그런데 자네는 음양오행을 가지고 개인의 운명을 벗어나서 더 큰 규모의 일들을 예측하는데 그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더러 틀리기도 하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것만은 사실일세.

필자: (웃으면서) 큰 규모의 일만 예측이 틀리는 것이 아니라, 적은 규모, 즉 사람의 앞일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네. 내가 무슨 영이 든 무당도 아니고, 또 음양오행의 움직임은 워낙 치밀하고 심오해서 아직 연구가 부족한 탓도 있지.

그러나 변명을 좀 한다면 앞일에 대한 예측은 운명학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도 경제를 예측하고, 정치학자 역시 앞일을 예측한다네. 그런 이들이 때로는 틀리고 때로는 맞아들 듯이 나도 그런 것일세. 그래서 난 예언이란 말을 쓰지 않지, 예측이라 하지. 다만 음양오행으로 앞일을 예측하는 것은 다른 학문이 지니지 못한 특장점이 있다는 것만은 확신한다네.

친구#A: 그런데 어떤 식으로 나라의 일을 예측하는가? 그 기법은 무엇인가?

필자: 사람의 이성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유추와 비교일세. 이럴 것 같다 하는 생각, 즉 추론이나 직관이 서면 일단 그 방향으로 생각을 모으고 파고 들다보면 그럴싸한 생각이 들거든, 그것을 가설이라 하지. 옛 책을 보면 모두 방위(方位)만으로 다른 나라의 기운을 상정하고 있는데, 나는 언제인가부터 나라도 하나의 개체인 만큼 사람과 동일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어.

사람의 운명을 태어난 날의 음양오행, 즉 일러서 일간(日干)으로 보듯이 나라 역시 그 나라를 대표하는 기운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지. 다행히 필자는 역사를 좋아해서 어떤 나라가 어떠한 기운이다 싶으면 그것으로 과거의 역사와 연대기를 검토해 보았지.

가령 일본이 을목(乙木)의 나라라고 가정하고 과거 일들을 살펴보았더니 과연 그렇게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 그러면 그 뒤로는 일본을 잠정적으로 을목이라 하고 일본의 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하게 되는 것이지. 아직까지 일본이 을목이 아니라는 사항이 나온 것이 없기에 조심스럽지만 일본을 그렇게 결론내리고 있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미국과 영국, 중국 등등 많은 나라들의 음양오행을 찾아보는 방식인데,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 역사자료가 충실하게 있는 나라는 그 나라의 음양 오행상의 기운을 찾는 것이 쉽지만, 아프리카와 같이 역사 자료가 부실한 나라는 사실 알 수가 없다네.

하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 나라들은 모두 그런 면에서 자료가 충분하기에 연구에 큰 지장이 없다네.

친구#A: 그러면 나라별로 오행을 알아내고 나서 어떠한 방식으로 그 운세를 예측하는가?

필자: 나라별 운세를 살피는 데도 충(衝)이라는 작용이 대단히 중요하다네. 충이란 어떤 기운이 만 6개월, 또는 6년, 크게는 60년의 절반인 30년 차에 가서 정 반대되는 기운과 상충하면서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인데, 이것을 알면 예측에 대단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지.

그리고 나라별 운세 예측은 알고 보면 개인의 운세 변화보다 훨씬 쉬운 면이 있어. 나라의 운세는 거시적인 측면만을 봐도 되거든, 그래서 어떤 나라가 잘 풀린다, 어려워진다 정도만 예측해도 유용한 정보가 되는데, 개인의 일은 미주알 고주알 소상히 알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그런 것이 더 어렵지.

친구#B: 산업별 동향은 어떤 식으로 보는 것인가?

필자: 근본적으로 마찬가지이야. 어떤 산업이 음양오행 상 어느 기운에 속하는지 그것만 알아내면 되는 것인데, 나라보다는 한층 어렵다네, 왜냐면 어떤 산업이 단순하게 목이다, 금이다 하는 식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연관 산업이 있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 산업, 즉 산업의 인프라를 다 살펴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 대신에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제대로만 살펴보면 얼마든지 산업의 오행을 알아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

가령 올해는 계미년이라 천간(天干)이 물의 해인데, 지난 양력 2-3월은 갑인, 을묘월, 나무의 기운이지. 그러면 교통수단은 오행이 목(木)인데 수기가 들어오는 해라 교통수단 중에서 선박제조가 활발한 달이 되고, 그 바람에 지난 2-3월에는 조선 수주가 엄청난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거지.

자동차는 그럭저럭 보합세이지만, 항공기 제조 산업은 오행이 목이긴 하지만,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이니 불(火)이 필요한 데 올해는 년운이 물이니 어려운 거야. 그래서 올해 항공기 산업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고전을 못할 거야. 그 결과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유럽의 에어버스사에게 추월당할 조짐이 보여.

친구#A: 그 동안 얘기를 들어보니, 자네의 연구는 산업이면 산업, 나라면 나라, 그 대상이 결국 오행 상으로 무엇에 속하는 가를 추론하고 검증한 다음, 그것에 기반해서 예측을 하는 것이네 그려.

필자: 맞았어, 정확하게 그런 것이지. 음양오행에 기초한 명리학은 사람의 운명을 내다보는 일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름으로 음과 양, 그리고 오행의 기운을 지녔다고 전제한다면 꼭 사람의 일만 예측하라는 법은 없는 셈이지.

이런 점도 있어, 직업별로도 오행을 분류하고 배속해 볼 수 있지. 옛날 책에는 그런 자료가 드물어, 왜냐면 봉건 시대에는 직업이라고 해 봤자 몇 가지 되지도 않아. 그냥 사농공상이면 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좀 다양한 직업분류가 가능하다면 공상(工商)인데 워낙 천시 받던 직업들이라 대장장이, 목수, 소금 장사, 쌀장사 등등 그다지 많은 것이 아니거든.

하지만 오늘날에는 워낙 복잡다단해서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 산업국은 직업의 종류만 해도 100만 가지가 넘고 우리나라 역시 10만 가지에 달해.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는 세상이야. 그러니 꾸준히 어떤 직종은 오행 상으로 어디에 속하는지를 추론하고 검증하고 그것으로서 예측이 가능한 것이지.

친구#B: 그러면 그 많은 것들을 무슨 수로 알아내나, 힘들 것 같은데...

필자: 그래서 상담을 하고 있는 것이지. 내가 현재 상담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지. 사실 이 직업으로 돈을 벌 생각도 없고, 상담 손님을 많이 받지도 않아. 사람마다 다양한 직업과 일이 있는데 그것을 상담을 통해 지켜보면서 기존의 추론을 수정하기도 하고, 또 그것에 바탕해서 다른 사람의 일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나.

이상으로서 그날 밤, 두 친구와 함께 했던 대담의 내용들을 간략하게 추려보았다. 이 방면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나름으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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