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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정치는 일종의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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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시민, “정치는 일종의 산업"

홈페이지 통해 굿모닝게이트에 대한 착잡심경 피력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최근 민주당 대선자금과 관련한 논란을 보고 느낀 참담한 심정과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자금 개혁 방향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는 일종의 산업"**

유시민 의원은 지난 19일 홈페이지 ‘유시민의 아침편지’란에 띄운 ‘저도 날마다 조금씩 무식해지고 때묻어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의 일련의 사태와 관련,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괴롭고 비참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유 의원은 "정치는 일종의 산업이 되었다"며 "아직도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공적인 활동을 중시하기보다는 여러 가지의 사적인 서비스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의원은 이어 "정치인들은 이런 요구를 못견뎌 하면서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기꺼이 또는 마지못해 사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정책을 공부하거나 독서할 시간이 없다. 기업인들에게서 음성적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공식적인 후원금으로는 이러한 사적 서비스의 제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를 오래 하면 할수록 무식해지고 타락해 간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한국 정치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특히 주요 정당의 지도부에 속하거나 대통령 꿈을 가진 분들은 한 해 3억원을 가지고는 일을 할 수가 없다"며 "당지도부 경선이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 홍보물을 제작 발송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큰 돈이 들어간다. 3억원이나 6억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김근태 의원이 고백한 바와 같이, 제 아무리 깨끗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라도 후원회 계좌에 잡히지 않는 돈을 많든 적든 따로 조성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굿모닝게이트에 연루된 거물급 정치인들에 대한 동정심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한나라당 역시 더했으면 더했지 민주당보다 적은 돈을 깨끗하게 썼다고 믿지 않는다”며 “희망돼지 모금운동이 유죄판결을 받고 80억원에 육박했던 지지자들의 온라인 소액송금으로 고비를 넘겨가며 어려운 승리를 거두었던 노 대통령이 무슨 비리나 저질렀던 것처럼 비난받는 현실이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다가온다”며 최근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세를 비판했다.

유의원은 "이런 정치를 바꾸려면 먼저 정당을 바꾸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나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벌써, 저는 제가 날마다 조금씩 무식해지고 날마다 조금씩 때가 묻어가는 것을 느낀다"며 "민주당 국회의원이나 지지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깨끗하고 민주적인 정당을 더 큰 규모로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 개혁신당론인데, 이것도 마음먹은 것만큼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애가 탄다"며 최근 신당창당 부진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말미를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와 좌절감에 휩쓸릴 때도 많으나 가는 데까지 가보겠다"는 심경을 밝히는 것으로 끝맺었다.

다음은 19일자 ‘유시민의 아침편지’ 전문.

***저도 날마다 조금씩 무식해지고 때묻어 갑니다**

우울한 날들입니다.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하여 집권당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윤창렬 사장의 핵심 로비스트가 검거됨으로써 정치권 전체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국회에는 이미 다른 사건과 관련하여 국회의원 두 사람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자금 공개 여부가 정치공방의 초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소액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민주당 국민참여운동본부가 벌였던 '희망돼지 분양사업' 관련자들이 줄줄이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선고를 받고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괴롭고 비참합니다.

정치와 돈을 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2000년 총선 당선자가 불법적 선거자금 사용으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 선고를 받은 탓으로 실시된 재선거에서 잔여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에 당선된 초선의원입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2백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스스로 찾아와 자원봉사를 해 주었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당원들이 돈을 내기 때문에 지구당 운영에도 큰 돈이 들지는 않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 고양 파주 5개 지구당 합동 가족운동회를 열었을 때도 참석자들이 모두 1만원씩 회비를 냈고 덕양을 지구당 당원들이 차린 포장마차에서 간식과 음료수를 사먹었기 때문에 제가 돈을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국회의원의 연간 후원금 상한액은 3억원입니다. 총선이 있는 내년에는 6억원입니다. 당원들이 당비와 활동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개혁당 소속 초선의원으로서 이 정도 돈을 모을 수만 있다면 돈이 부족해서 활동을 못할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정당의 국회의원이나 중진 정치인들은 다릅니다. 우리나라 정당과 유권자들의 의식과 문화가 정치인들에게 돈을 쓰라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요 정당의 지도부에 속하거나 대통령 꿈을 가진 분들은 한 해 3억원을 가지고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당지도부 경선이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 홍보물을 제작 발송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큰 돈이 들어갑니다. 3억원이나 6억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김근태 의원이 고백한 바와 같이, 제 아무리 깨끗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라도 후원회 계좌에 잡히지 않는 돈을 많든 적든 따로 조성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굿모닝시티 사건을 계기로 중앙선관위가 과감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선보였습니다. 연간 모금 상한액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치자금 계좌를 단일화하고 백만 원이 넘는 돈을 후원한 사람을 공개함으로써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입니다. 저는 선관위의 제안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은 투명성보다는 형평성을 보장하고 규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선거비용 상한선을 전국 평균 1억3천만원 정도로 규제하고 후원금 상한선을 연간 3억원(총선이 있는 해는 6억원)으로 묶어둔 것은 다 그런 목적 때문입니다. 이 상한선을 그대로 둔 채 투명성 확보 장치를 강화할 경우 정치인들은 선관위에 등록한 정치자금 단일계좌 외부에 정치자금을 집적해 지출할 것입니다. 이권과 청탁의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정경유착과 부패는 음지에서 그대로 번창할 것입니다.

저는 후원금과 선거비용 상한선을 철폐하거나 대폭 완화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돈을 많이 모으는 후보는 그런 후보대로, 그렇지 못한 후보는 또 그런 후보대로,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어떤 사람들에게 걷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유권자가 정확하게 알고 평가하도록 해 주는 편이 현행 제도보다는 낫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선거법은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만을 엄격하게 단속하면 됩니다.

저는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조성하고 사용한 선거자금을 있는 그대로 선관위에 신고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역시 더했으면 더했지 민주당보다 적은 돈을 깨끗하게 썼다고 믿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오랜 기간 한국정치를 지배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대선자금은 한나라당 쪽이 훨씬 많이 조성하고 지출했다고 봐야 맞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희망돼지 모금운동이 유죄판결을 받고 80억원에 육박했던 지지자들의 온라인 소액송금으로 고비를 넘겨가며 어려운 승리를 거두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무슨 비리나 저질렀던 것처럼 비난받는 현실이 저에게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정치는 일종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공적인 활동을 중시하기보다는 여러 가지의 사적인 서비스를 요구합니다. 야유회를 떠나는 버스에 올라와 인사하기를 원하고, 경조사에 꽃을 보내주기를 원하고, 자신이 이끄는 협회나 단체의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 것을 요구합니다.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면 활동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국회의원과 밥을 먹으면 밥값을 국회의원이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의 당원과 대의원들은 차기 대권주자와 당권주자들이 명절에 김 한 톳이라도 선물을 보내주기를 기대합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요구를 못견뎌 하면서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기꺼이 또는 마지못해 사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정책을 공부하거나 독서할 시간이 없습니다. 기업인들에게서 음성적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공식적인 후원금으로는 이러한 사적 서비스의 제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오래 하면 할수록 무식해지고 타락해 갑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한국 정치의 모습입니다.

저는 이런 정치를 바꾸려면 먼저 정당을 바꾸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벌써, 저는 제가 날마다 조금씩 무식해지고 날마다 조금씩 때가 묻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개혁당은 제가 꿈꾸는 그대로의 정당이지만 규모가 작고 힘이 약해서 한국 정치를 당장 바꾸어내지 못합니다. 민주당 국회의원이나 지지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깨끗하고 민주적인 정당을 더 큰 규모로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 개혁신당론인데, 이것도 마음먹은 것만큼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애가 탑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와 좌절감에 휩쓸릴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가는 데까지 가보겠습니다. 오늘 현실이 어렵다고 해서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네티즌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2003년 7월 19일, 장마가 끝자락을 내비치는 오후

유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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