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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부언론의 '피스컵' 과잉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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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부언론의 '피스컵' 과잉보도

[프레시안 스포츠] 억지 '명문팀의 격전장' 만들기

지난 15일 개막한 피스컵은 명문팀 AS로마(이탈리아), 바이엘 레버쿠젠(독일), 상파울루(브라질)가 사스 여파, 구단사정, 자국리그참가로 불참을 선언해 아쉬움을 남기며 2백50만달러의 큰 상금이 걸린 대회치고는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스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일까지 6억원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한 '스포츠토토 효과', 히딩크 감독• 박지성• 이영표가 속해있는 아인트호벤의 인기, 국내참가팀 성남 일화의 선전으로 현재까지 관중동원면에선 비교적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원래 대회 명칭이었던 '월드피스킹컵'에 이어 참가팀인 독일의 '1860뮌헨'의 이름에 붙은 1860이 팀창단 연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 옥의 티가 되고 있다.

***대회명칭과 참가팀의 교체**

선문평화축구재단이 주최한 피스컵은 '월드피스킹컵'이란 대회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월드피스킹컵'이 FIFA(국제축구연맹)주관 대회가 아니고 한국도 왕정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월드'와 '킹'을 없애라는 AFC(아시아축구연맹)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최측은 대회명칭을 피스컵으로 바꿔야 했다.

대회명칭 해프닝과 함께 잦은 참가팀의 교체도 문제가 됐다. AS 로마, 바이엘 레버쿠젠, 상파울루(브라질)팀은 각각 베식타스(터키), 1860뮌헨(독일), 나시오날(우루과이)로 교체돼 팬들을 실망시켰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유럽 명문팀들이 피스컵에 참가하기에는 아직 대회홍보나 대회의 권위가 높지 않으며, 유럽축구시즌이 끝나는 5월말 이후 개최해야 하는 피스컵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상금만으로 유럽 명문팀의 적극적인 참가를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스타들이 즐비한 명문팀은 아니더라도 피스컵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이 참가하는 게 대회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국내언론은 피스컵에 참가할 팀들에게 냉정한 잣대 대신에 외관상 나타난 팀 프로필만 갖고 높게 평가하며, 피스컵을 '명문팀들의 격전장'으로 만들기 위해 무진 애썼다. 이 와중에 국내언론은 독일의 '1860뮌헨'은 1860년도가 팀 창단연도이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역사를 가진 팀으로 소개하는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1860뮌헨 오보 파동**

1860뮌헨에 관한 논란은 팀 명칭에도 나왔듯이 과연 이 팀이 1860년도에 창단했느냐에 관한 것이다.

이 논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열쇠는 팀의 공식명칭인 TSV München von 1860 e.V의 해석방법이다. 뮌헨 앞에 있는 TSV를 영어로 바꾸면 Clubs for gymnastics and sports(체조 및 스포츠클럽)이란 뜻이되고 e.V는 'Registered club(등록클럽)'이란 뜻이다.

체조클럽하면 이상하게 여길지 몰라도 독일 체조의 전통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독일 체조의 전통은 1806년 나폴레옹 군대에게 프러시아가 예나-아워슈테트 전투에서 패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프러시아는 샤른호르스트 장군의 지휘아래 군대개혁 차원에서 체조를 도입했고 각급학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체조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체조의 전통이 강한 독일에서는 체조가 스포츠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축구팀은 축구클럽으로 창단한 게 아니라 체조와 스포츠클럽으로 만들어졌다. 팀 명칭에 클럽 창설연도를 붙이는 것도 체조의 또다른 유산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1860뮌헨도 축구클럽으로 창단된 팀이 아니다. 1860뮌헨은 스포츠클럽으로서 농구나 테니스는 물론 권투, 레슬링 같은 경기도 할 수 있었고 축구가 1860 뮌헨 스포츠클럽의 한 분야로서 생긴 것은 1899년이다. 다시 말해 축구팀 1860뮌헨의 창단은 1860년이 아닌 1899년이 된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인 노츠 카운티(1862년 창단)와 노팅엄 포레스트(1865년 창단)를 보유하고 있는 '축구종가' 영국은 1860뮌헨을 최고 역사를 지닌 축구클럽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국내 일부언론에서 보도한 "1860뮌헨이 분데스리가 최고 역사팀"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1894년 축구클럽으로 창단한 SSV 울름 1846이 1860뮌헨보다 오래된 축구팀이다.

***독일의 축구황제 베켄바워를 놓친 1860뮌헨**

피스컵에서 1패를 안고 18일 LA 갤럭시와 결전을 펼치게 되는 1860뮌헨은 역사에 비해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860뮌헨 팬들은 '카이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프란츠 베켄바워, 파울 브라이트너, 울리 회네스 등 1970~80년대 독일(당시 서독)축구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지만 모두 이웃팀인 바이에른 뮌헨에게 놓쳤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베켄바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릴 적부터 베켄바워는 1860뮌헨의 팬이었다. 노동자층이 모여사는 기싱 출신인 베켄바워는 슈바빙과 같이 부유한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보다는 1860뮌헨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

1860뮌헨 유소년팀 입단이 확실시되던 베켄바워는 지역토너먼트대회에서 일어난 한 사건 때문에 진로를 바이에른 뮌헨으로 틀게됐다. SC 1906 소속의 베켄바워는 지역대회에서 1860뮌헨팀과 격돌했다. 베켄바워가 상대수비수에게 반칙을 하자 1860뮌헨팀의 수비수는 일어나 베켄바워를 가격했다. 그 선수는 베켄바워에게 '멍청이'라고 놀리며 "축구 대신 구슬치기나 하라"고 빈정댔다.

하지만 베켄바워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몇 분 뒤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베켄바워는 1860뮌헨에 입단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해 두 구단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피스컵에 참가한 세계각국의 축구팀들은 저마다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럴듯한 타이틀이 붙어있는 빅리그의 명문팀이 피스컵에 참가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겉포장보다는 탄탄한 내실을 기하고 있는 중상급 축구팀들간의 대회에서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확치 않은 사실에 기초해 억지로 피스컵을 '명문축구팀의 격전장'으로 격상시키려는 언론의 과잉보도 태도는 문제다. 꼭 명문팀들만 참석해야 대회가 의미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탐색전을 끝낸 피스컵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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