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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적극적 자세로 결단 내려라”

DJ, 러시아 대사 면담서 재차 대북 결단 촉구

김대중 전대통령은 10일 동교동 자택을 찾은 데무라즈 라미쉬빌리 주한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지난 7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귀국, 미국ㆍ일본ㆍ중국 '3강 외교'를 마무리짓는 시점에 김 전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4강중에서 빠진 러시아 대사를 만난 것이다.

이날 러시아 대사의 방문은 김 전대통령이 이달 초 국제관계 업무와 영어 통역을 담당할 비서관 채용 공고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적인 외교 활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첫 예방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으로부터 공식초청 요청을 받은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다.

김한정 비서관은 이와 관련, “국내 정치인 방문은 사절이지만 앞으로도 외교사절단은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밝혀 김 전대통령이 앞으로 재야 외교활동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핵 타이밍 놓치면 위기 심화”**

김 전대통령은 이날 라미쉬빌리 대사와 면담에서 “북핵문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국가가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김 비서관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따라서 시기를 놓치면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대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나는)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주변 4대국의 한반도 평화보장을 주장했으며 이로 인해 ‘공산국에 평화를 의존하려 한다’고 집권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재임 중 한반도-러시아-유럽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 실현을 위해 노력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반도와 유럽을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남북한과 러시아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에 3자가 공동으로 계속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베리아 철도 연결은 한반도 평화와도 연관된 문제”라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교류가 확대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베리아 철도 연결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 이를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정일 위원장도 동해선 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시베리아 철도의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 동교동 사저에서 라미쉬빌리 대사와 오전 10시반부터 약 1시간 동안 환담을 나눴다.

***푸틴 대통령, DJ 방러 초청**

라미쉬빌리 대사는 이날 김 전대통령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안부와 함께 러시아 초청 의사를 전했다.

김한정 비서관은 이날 예방과 관련, “사전에 미리 예정돼 있던 것이며, 국내정치인 방문은 사절이지만 앞으로도 각국 외교사절단은 언제든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초청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검토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해 5~7월에 미국,일본,중국 등 한반도 주변 3강과의 북핵외교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김대중 전대통령이 러시아 대사의 예방을 받은 대목을 의미심장하게 해석하는 분위기다.

당초 노무현대통령은 오는 8월 러시아도 방문해 한반도 주변 4강과 모두 만날 계획이었으나, 10월께로 일정을 늦춘 상태다.

이와 관련, 북핵 협상이 3자회담에서 다자회담으로 확대될 경우 자신들도 참여하기를 희망했던 러시아는 상당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러시아대사의 이번 DJ 방문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또 김대중 전대통령이 지난번 6.15 TV대담에서 북한에 대해 조속히 다자회담에 응하라도 촉구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북핵문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신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한 대목은 북한이 계속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통제불능 상태로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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