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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미묘한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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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미묘한 진통

북핵해법 놓고 이견, 공동성명도 채택 못해

한-중 정상회담이 진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 해법을 둘러싼 양국간 이견이 노정된 데 이어,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11월 김대중대통령이 취임후 가졌던 장쩌민 중국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때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당사자간 대화 다시 시작돼야"**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은 7일 베이징(北京)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진통끝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당사자간 대화'가 재개되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중 3자회담으로 형성된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가야 한다"면서 "북핵문제의 실질적이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당사자간 대화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당사자간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정상회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은 용납할 수 없으며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중국 측이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후 주석에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조선(북한)의 안보 우려도 진지하게 고려, 해결돼야 한다"면서 "중국은 조선 남북이 의사소통과 대화교류를 강화하고 서로 상대방의 관심사항에 관심을 돌려 경색국면을 돌파하도록 효과있는 방도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그러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용의에 대한 한국 기자의 질문에는 직접 답변하지 않았다.

***'확대 다자회담'이 '당사자간 대화'로 바뀌어**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북핵문제의 실질적이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당사자간 대화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양국 합의사항 가운데 '당사자간 대화'라는 대목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최근 관련국 간에 논의되고 있는 확대 다자회담 개최를 위해 양국이 노력하기로 했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은 '다자회담'에 대해선 한번도 언급하지 않고 대신 '당사자간 대화'라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북핵 해법을 놓고 양국간 이견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당초 30분간 예정됐던 단독회담도 2배가량 길어졌다.

청와대측은 이와 관련, '당사자간 대화'를"다자회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노대통령을 수행한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노 대통령은 다자회담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후 주석은 '당사자들이 모여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당사자의 범위와 대화의 포맷 등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으며 양국 외교장관 등의 후속회담을 통해 그런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 보좌관은 '당사자간 대화의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해달라' 기자들의 질문에 "확대 다자회담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도 "한중 양국 정상이 다자회담 개최에 공동 노력키로 합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국간 시각차**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상반된 해석도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나와 후진타오 주석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간 대화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북한과 미국을 '북핵문제 당사자'로 주장해왔다는 점과,"다시 시작돼야 한다"는 표현을 쓴 것을 감안하면 4월 베이징회담 후 중단된 북-미-중 3자 회담의 재개를 의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북핵 해법을 놓고 노무현대통령은 한-미-일 3국이 합의한 5자회담을 제시한 반면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종전의 3자회담 재개를 요구해, 절충점으로 '당사자간 대화'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매듭지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외교가 일각에서는 정부측의 외교적 미숙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현 시점에서 '확대 다자회담'을 명시적으로 합의하기엔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큰데, 우리 측에서 무리하게 한-미-일 합의에 따른 '다자회담'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동성명 작성 여부도 결정 안 돼**

이같은 미묘한 갈등기류는 정상회담후 공동기자회견을 가졌으나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대목에서도 읽히고 있다.

이해성 홍보수석은 7일 오후 "한중 양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문제는 지금도 협의중"이라면서 "8일 노대통령과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간 면담이후 공동성명 발표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 보좌관은 이와 관련 "외교.산자.환경 장관 등이 정상회담의 원칙과 합의를 기반으로 세부 실무협의를 벌여 그 성과를 정합해야 공동발표문이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1998년 11월 김대중대통령 취임후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과 가진 한-중정상회담때와 비교하면 여러 모로 이례적인 상황전개다.

11월12일 김대통령과 장주석은 정상회담을 가졌고, 정상회담직후 곧바로 기존의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협력동반자' 관계로 승격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12개항과 34개 협력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당시의 수교성명이래 6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공동성명문은 양국 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작성완료된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관계장관들이 세부 실무협의를 벌여야 공동발표문이 정리될 것"이라는 청와대측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하겠다.

특히 이날 정상회담후 양국 외교장관 등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민사.상사 사법공조 조약 ▲표준화 및 적합성 협력협정 ▲공학과학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등을 체결하고, 중국 중서부 지역을 관할할 한국 측의 청두(成都)총영사관 설치에 합의한 대목은 사실상 공동성명 채택이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또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기류 냉랭**

서울 외교가의 한 중국소식통은 이같은 미묘한 갈등기류와 관련, "회담전부터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공동체제를 강화하기로 외교노선을 바꾸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크게 바뀌었다"며 "특히 한국정부가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동참하려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은 한국을 대단히 냉랭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김대통령이 미국의 MD 가입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 때문에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등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단히 호의적이었다"며 "이번에 노대통령이 방중기간중 군부실세인 동시에 북핵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장쩌민과 만나지 못한 것도 최근 냉랭한 중국기류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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