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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보다 김운용 아들 구명이 중요?

<기자의 눈> 이수혁 외통차관보, 구명운동 투입 논란

외교통상부가 미국 영주권 부정취득과 허위진술 혐의로 인터폴에 체포돼 불가리아 소피아에 구금중인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아들 정훈(45)씨의 석방을 위해, 북핵문제 실무책임자인 이수혁 차관보를 소피아로 보내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국의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냐는 개탄인 동시에, 북핵문제 해법에 전념해야 할 외통부의 어이없는 행보에 대한 분노의 토로다.

***이수혁 차관보,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사안"**

외교통상부는 김운용 위원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2~3주전 간부 회의를 열어 이 차관보를 8일부터 10일까지 불가리아에 파견키로 결정, 8일 오후 1시 15분 대한항공 KE 905 편으로 불가리아로 출국해 12일 오후 입국하는 이 차관보 명의의 항공권을 예약했다. 이 항공권은 7일 오전 9시까지 취소되지 않았으나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이날 곧바로 취소됐다.

이 차관보는 이와 관련,"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검토된 적이 있을 뿐 가지는 않기로 했다"면서도 "이 사건이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영향과 (김운용) IOC위원의 위신 때문에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정훈씨는 99년 '영주권 부정취득'과 '허위진술' 혐의로 미국 이스트 브루클린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에서 지난 5월18일 개인 업무차 불가리아 방문중 인터폴에 의해 체포돼 곧 미 연방수사국(FBI)로 인도될 처지에 몰려있다.

***북핵위기를 맞아 실무책임자가 이럴 수가...**

이같은 해명에 따르면, 이 차관보가 김 의원 아들 문제로 불가리아에 가려했던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취소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은 심각한 몇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비판을 받는 대목은 한-중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외교일정을 앞둔 시점에 외교부가 북핵 실무책임자인 이수혁 차관보를 엉뚱한 불가리아로 보내려 했다는 점이다.

이 차관보는 지난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 공동보도문을 상대국들과 사전 조율하고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나 한미일 비공식 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등 그야말로 북핵 실무책임자였다.

따라서 외통부 주장대로 "자국민 보호 차원"이라면 영사업무 관련자를 파견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북핵 해법의 주요 분수령이 될 한-중정상회담 기간(7.7~10) 중에 과연 이 차관보를 김운용 위원 아들 구명을 위해 불가리아로 보내려 했던 것이 정당한가는 의문투성이다.

아무리 김운용 위원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외통부의 '상전'(?)이라는 점을 이해가나, 일국의 외통부가 이처럼 공(公)과 사(私)를 구분 못할 정도로 움직여도 되는가는 개탄스러울 뿐이다.

***김운용 아들은 부패 스캔들 연루자**

두번째, 과연 김운용 위원 아들 구명건이 정부 고위층이 직접 나서 풀어야 할 '국가 외교현안'인가라는 점이다.

김 위원의 아들 정훈(미국명 존 킴)씨는 지난 5월18일 불가리아에서 체포돼 억류중이며 곧 미국으로 추방돼 기소될 예정이다.

김정훈씨의 외형상 범법행위는 '영주권 불법취득'이나 실제 내막은 그렇지 않다.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있는 것이다.

김씨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부정유치 사건의 주요 연루자 3명 중 하나로, 1999년 9월 기소 직전 거주지인 뉴욕 롱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온 뒤 불가리아로 도피했다.

김씨는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유치위원회측의 자금 지원을 받은 유타 텔레커뮤니케이션스사 임원 데이비드 시몬스씨의 의해 위장 취업을 해 부정으로 영주권을 발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FBI수사관들에게 위증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유치위원회의 톰 웰치 위원장과 데이브 존슨 부위원장은 1990년대 초 1백만달러의 현금과 장학금, 의료서비스, 취업알선 등 각종 선물들을 제공하며 IOC위원들에게 유치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 부정사건으로 IOC위원 10명이 사임하거나 퇴출당했으며 김운용 위원은 IOC윤리위원회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국제적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으며, 그것도 미국 영주권을 불법취득한 김씨를 위해 과연 외교통상부가 차관보까지 파견해 구명운동을 펴려 했다는 대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익을 위해 일하다가 옥고를 치루고 있는 로버트 김이나, 탈북자들을 돕다가 중국감옥에 갇혀 있는 언론인 석재현씨 등을 위한 구명활동에는 소극적 행태를 보여온 외통부이기에 이번 외통부의 해명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하겠다.

***스스로 품격을 저버린 정부**

또하나 눈쌀을 지푸리게 만드는 대목은 평창 동계올림픽 위치를 위한 김운용 위원과 정부간 막후교섭설이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특별위원회 출석후 기자들과 만나 '인터폴에 체포된 김 위원의 아들 문제를 해결해주면 김 위원이 평창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렇게 거래하듯이 된 것은 아니고, 김 위원이 아들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외교노력을 기울여 해결하면 (김 위원이) 심적 부담에서 벗어나 유치운동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단순히 외교통상부뿐만이 아니라 문화관광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김운용 위원 아들 석방문제가 논의됐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만약 이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일국의 정부가 일개 IOC위원과 '협상'을 벌일 정도로 스스로 품격을 크게 훼손시켰음을 보여주는 증언으로 결코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다. 아무리 김운용 위원이 국제적 스포츠거물이라 할지라도, 정부가 이렇게 저자세로 협상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게 국민 다수의 의견인 것이다.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북핵 문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사를 올림픽 유치와 IOC 위원 아들 구명운동에 무리하게 투입하려고 했던 처사는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탄식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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