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의 '광폭(廣幅)정치'

강금실 장관 극찬, 네거티브 성명도 최소화하기로

최병렬식 '통 큰 정치'가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이를 '광폭(廣幅) 정치'라 공식 명명했다.

***“사내 다 합쳐놓은 것보다 낫다”**

최병렬 신임 한나라당 대표는 3일 오전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비판만 하고 남의 실수에 의해 반사이익을 보는 정치는 안하겠다. 잘한 것은 잘 했다고 말하겠다”면서 “이제부터 저와 한나라당은, 당은 물론 한국정치를 새롭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표는 이를 입증하듯 최근 철도 파업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에 대해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며, 특히 각료회의때 공권력 투입을 주장했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이름을 거명하며 극찬했다. 최대표는 “모처럼 장관다운 장관의 면모를 본다” “사내(장관) 다 합쳐놓은 것보다 낫다”고 격찬했다.

강 장관에 대한 최대표의 평가는 현 정부 출범 당시 강 장관의 임명에 대해 한나라당이 ‘서열파괴를 통한 검찰 길들이기’라고 반발했던 점과 크게 대조된다.

최대표는 이어 “경제를 살리는데 역행하거나 국가의 운명을 어둡게 하는 국무위원이 있으면 가차없이 해임건의안을 내겠지만 잘한 것은 잘했다고 말하겠다”며 재차 '포지티브' 정국운영 의지를 밝혔다.

최 대표의 이같은 끊고 맺음이 분명한 스타일은 다음주 탈당을 예고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주말 이부영 의원등 탈당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전국정당화 생각은 좋지만 지역정당을 벗어나기 위해선 외국처럼 이념정당이 돼야 하는데 당장 실현될 수 없는 만큼 우선 정책정당을 함께 만들어 정책경쟁을 하다보면 점진적으로 전국정당이 되지 않겠느냐”며 탈당을 만류했다. 그러나 자신의 설득이 수용되지 않자 최 대표는 곧바로 “성공하길 빈다”며 웃는 얼굴로 깨끗이 단념했다.

***회의방식도 변화**

최병렬 대표의 이런 스타일은 당 2인자인 홍사덕 원내총무는 '광폭(廣幅) 정치'라 명명했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 출범이후 3일 처음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를 주재한 홍사덕 총무는 "최병렬 대표의 광폭정치 결정에 따라 당의 회의운영 방식을 바꾸겠다"면서 "종전처럼 총무와 의장, 총장이 현안에 대해 돌아가며 얘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홍 총무의 이런 방침때문인지 이날 회의는 의장이나 총장의 발언이 없었고, 회의 내용도 종전의 막말까지 섞어가며 여권을 혹독하게 비판하던 모습에서 크게 바뀌었다.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그동안 당3역이 현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없이 당의 입장을 백화점식으로 발표, 여야간 정쟁을 부추긴다는 지적과 반성이 있었다"고 회의운영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당의 공식입장도 기획위원장이 총무실과 정책위, 대변인실과 현안에 대해 실무차원의 협의를 거쳐 정리한 자료를 보고한 뒤 참석자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토론을 거쳐 신중히 발표하기로 했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변화는 종전의 네거티브 공세에 염증을 느껴온 국민들에게 일진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광폭(廣幅) 정치'는 북한용어**

한편 홍사덕 총무가 사용한 '광폭 정치'란 용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방식을 가리키며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이 맨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철저한 반(反)김정일 노선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이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사용한 것인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광폭 정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광폭정치-김정일 총비서의 통치방식을 일컫는 용어.

'대담하고 통 큰 정치'를 일컫는 말로, '인덕정치가 실현되는 사회주의 만세'라는 제목의 1993년 1월28일자 <노동신문> 정론에 처음 등장했다.

이 정론은 인민을 위한 정치는 그릇이 커야 하고 노동계급의 당의 정치는 폭이 넓어야 한다면서 김정일 총비서의 통치방식을 '광폭정치'라고 일컬었는데, 문화어 정책에 따라 순수한 우리말로 '통 큰 정치'라고 해도 그만일 것을 굳이 한자어를 조합한 이유는 김정일 총비서의 권위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예전과 달리 색조가 풍부해진 여성의 의상과 입술화장, 보천보 경음악단의 경음악 연주, 주제사상탑.개선문.유경호텔, 오일경기자 등의 웅장한 건축물, 인공위성 '광명성 1호' 발사(1998), 남한의 김대중대통령 평양 초청(2000.6) 등 일상 생활과 주요 국가사업에서의 굵직굵직한 변화들이 이른바 광폭정치의 산물로 이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