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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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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05>

TFT-LCD, 우리의 명운(命運)이 달린 사업

최근 삼성전자와 LG필립스가 공히 거대 규모의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규모의 TFT-LCD 생산단지 사업이다. 두 기업의 자금 소요는 합쳐서 약 30조가 넘어선다고 하니 가히 천문학적인 투자이며, 이 사업의 성패에 우리 국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LCD란 액체와 고체의 중간 성질을 가지는 액정을 이용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며, 그 중에서도 화소 하나마다 전압을 조절할 수 있는 TFT-LCD는 그 뛰어난 장점으로 인하여 오늘날 LCD하면 으레 TFT-LCD를 말한다.

TFT의 작동 구조는 1935년, 을해(乙亥)년에 오 헤일이라는 영국인에 의해 특허 등록되었지만, 상용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신해(辛亥)년부터였다. 그 이후 1980년대 들어 일본의 전자 기업체들이 이 방면에서 기술적 돌파를 이루었고,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우리 기업들도 연구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시켰다.

마침내 1994년 갑술년에는 LG가 최초로 9.5인치 제품을 만들었고, 이듬해인 1995년에는 삼성전자에서 22인치 제품까지 생산하게 되었다. 이 때부터 LCD 시장에 우리 기업들도 의욕을 가지고 뛰어든 셈이다. 그런데 필자는 삼성이 제품을 낸 1995년이 을해(乙亥)년이고, TFT 구조 특허가 지난 60년전 1935년, 같은 을해년에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술 원리가 나온 지 60년이 지나 우리 기업들도 드디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1995년 당시 장차 LCD 시장은 장차 한국이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 이후 우리 기업들과 일본 전자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전개해 왔고, 급기야는 작년 말 우리가 기술적으로도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간 LCD 모니터에서 경쟁의 핵심 키는 그 크기였다. 일본의 샤프가 지난 1996년에 29인치 TFT-LCD를 두 장 접합하는 방식으로 40인치 TFT-LCD를 발표하였는데, 작년 말 LG 필립스에서 52 인치 대화면 LCD 모니터의 생산에 성공하고, 바로 이어서 삼성전자가 54인치 화면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이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차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을 위해 결정적인 개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LCD 시장은 LG필립스가 세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해 왔고 그 뒤를 삼성이 쫓아왔는데, 이 번에 두 회사가 거대한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은 양사간의 치열한 경쟁도 물론이지만, 이 두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장차 LCD 모니터나 대형 LCD TV 시장은 이 두 회사가 전 세계 시장을 휩쓸게 될 것이다.

특히 삼성은 이번 기회에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이른바 5세대에서 7세대로 건너뛰는 모험을 단행하고 나섰다. 현재의 5세대 생산라인은 유리기판의 규격이 1100X1300 밀리미터인데, 7세대는 1870X2200 이어서 최근 일반 PC 모니터로 사용되는 17인치의 경우, 5세대는 12개를 생산할 수 있는데 반해 35개나 생산할 수 있어 생산력에서 3배 정도의 차이가 있어 원가 면에서 커다란 장점을 지닌다. 물론 이번에 신설하는 공장들은 그 목적이 PC 용 모니터 생산보다는 초대형 LCD TV의 생산이다.

LG필립스와 삼성은 거의 같은 시기인 2004년이나 2005년 초 생산을 개시하겠다고 하는데, 음양오행으로 보면 갑신(甲申), 을유(乙酉)년이다. 이는 1994년, 갑술년에 LG가 처음 생산을 개시했고, 삼성전자가 1995년 을해년에 생산을 개시한 지 각각 10년만의 일이며, 그 동안에 우리 기업들은 LCD 방면에서 명실공히 세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으니 정말 장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걱정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투자비만 해도 LG필립스가 12조원이고, 삼성이 20조에 달한다.

이 두 프로젝트 모두 기업의 사활을 건 사업이기에 수많은 전문가들과 전략가들이 여간 검토하고 연구하지 않았을 리 없기에 마침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 과정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 현금이 10조원가량 있다고 하지만, 나머지 10조는 국내외 금융 시장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고, LG필립스 역시 몇 조원 정도는 조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조달 분의 절반 정도는 국내 자금 시장에서 조달하게 될 터인데, 그럴 경우 우리 자금 시장내의 부동 자금이나 여유 자금은 거의 흡수해버릴 것이다.

지난 1996년 삼성전자가 국내 여유 자금을 거의 흡수해버리는 바람에 그것이 얼마 안 있어 IMF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견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두 회사가 조달하게 될 자금은 당시에 비해 몇 배 이상의 규모이다. 그간 우리 경제의 외형도 커졌지만, 분명 이 두 프로젝트에 소요될 자금규모는 당시와는 비교를 불허한다.

가령 두 회사가 국내 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이 합쳐서 7조 정도 된다면 국내 부동자금은 거의 흡수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최근의 부동산 투기과열을 만들어낸 부동 자금 규모가 3-4조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이 사업의 규모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더 이상의 부동산 과열 경기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지만, 어쨌든 이 사업들은 우리 경제는 물론 나아가서 국운과 직결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지난 일들을 돌아보아도 이번 투자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해도 회수까지는 적어도 몇 년이 걸릴 것이고, 음양오행상으로 2004년 갑신년의 생산개시는 2008년 무자년이 되어야 하고 2005년 을유년의 생산개시는 2011년 기축년이 되어야 회수가 가능할 것이며, 그로 인한 잉여이익 창출은 또 다시 2-3년이 경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가 세계 제1의 반도체 기업으로 등극하면서 엄청난 내부 유보를 지니게 된 것 역시 지난 1996년부터의 투자가 빛을 본 것이니 6년 이상의 기간을 필요로 했다.

우리 기업이나 민족 모두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데 결코 주저하는 법이 없지만, 그 기간 중에는 반드시 우여곡절을 치르기 마련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1996년에 자금을 모조리 흡수해가면서 한 때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듯이, 이번에도 그렇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 자동차는 우리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들이다. 이 세 기업 중에서 두 기업이 이번에 기업의 사활을 건 모험에 나선다. 모험이지만 따져보면 외길이다. 그래서 더욱 가슴 떨리는 일이며,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명운을 결정짓는 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성공할 경우 그 보상은 더 없이 크며, 우리 경제가 소득 2만불 시대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자 산업이 강국인 나라이며, 이는 갑목(甲木)이 정화(丁火)를 보는 이치라 설명했었다.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 실패는 생각하기도 입에 올리기도 싫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또 성공하게 되겠지만, 자금 조달과정이 수월할 지, 또 6 세대 라인을 건너뛰는 삼성의 도전에 가슴을 조릴 뿐이다.

자금 조달이 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머지 기업들의 자금 운용은 또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앞서 말한 부동산 시장이나 증시에 대한 영향력 등등, 우리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절로 걱정이 앞서는 마음 금할 수가 없다. 특히 2004-2005년의 기간은 내부적으로 기술적으로 아울러 시장 환경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개선의 힘든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두 기업이 추진하는 LCD 프로젝트의 앞날에 서광이 비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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