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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안철수의 정치적 자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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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과 안철수의 정치적 자해행위

[시민정치시평] 민주개혁진영, 지방선거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우리가 몰랐던 2014년 6.4 지방선거의 4가지 특징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불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20여 년 동안 시행돼왔던 지방자치제의 묵은 과제를 점검하고 주민 주도, 지방 중심의 새로운 지방자치의 청사진 제시라는 시대적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민주개혁진영은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에 갇혀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학 연구자인 필자가 보기에 2014년 지방선거는 과거와는 다른 4대 특성을 갖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전의 지방선거와 달리 '정부심판론' 또는 '중간평가론'이 약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제도적 효과 때문에 지방선거는 지방 정부에 대한 객관적 업적 평가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신임 평가의 의미가 더 강했다. 성공한 정부가 없었던 탓에 역대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은 한결같이 패배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론'을 내세웠지만 무능한 '참여정부 심판론'에 압도당했고, 2010년 지방선거 역시 MB 심판론이 어떤 구호보다 강력했던 선거였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과거의 위세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의 첫 번째 근거는 집권 초반이라는 시점(집권 16개월)이다. 또 다른 근거는 다음에서 언급될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둘째, 일여 대 다야(一與 對 多野)의 다당제적 정당체제의 구축이다. 지금까지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약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보수 여당의 분열과 야권 연대의 효과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새누리당은 선진당의 흡수통합 이후 1990년 3당 합당 이래 가장 강력하고 단일한 집권 여당의 위치에 서 있다. 반면 야권은 진보정당 내부의 분당과 분열이 여전하고,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선거 연대는 말도 못 붙일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야권진영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 이어 수도권과 중부권(강원 및 충청)에서 각개 약진하다가 결국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복지정치의 균열 심화와 다층화이다.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복지 논쟁이 최초로 지방선거 수준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미 영유아 보육법 제정, 경기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논란, 지방교부세의 배분 문제, 부동산 취득세 인하 등 재원조달과 담당 주체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산층과 서민, 대기업과 자영업자, 진보와 보수 정당 사이의 복지 논쟁이 어느 때보다 가열되고 있다.

넷째, 지방정치의 정당정치화(party politicization) 경향의 붕괴이다. 가이포드(John Gyford)는 영국 지방정치의 특성을 지방정부에서 정치그룹 또는 정당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정당정치화' 과정으로 요약했는데, 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유효한 진단이다. 1991년 시·도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허용됐고 1995년 시·군·구청장과 시·도지사까지 확대됐으며, 마지막으로 2006년 시·군·구의 기초의회의원선거에 대해서까지 확대됨으로써 2013년 현재 정당공천은 지방선거의 전 영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참여당원투표를 거쳐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대통령 공약임을 들어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무소속의 안철수 의원 역시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를 지지하는 입장인지라 정당공천제는 곧 낡고 부패한 후진 제도라는 오명을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결국 2014년 지방선거는 집권 여당에 유리한 다당제 구도 하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범람하는 인물 중심의 선거이자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 반(反)분권 선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함에도 진보개혁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각자도생의 비루한 생존전략에만 골몰하거나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정권 심판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허망한 낙관론만 기대하고 있다.

▲ 지난해 발족한 '범민주진보진영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 공동선언' ⓒ연합뉴스

6.4 지방선거와 진보개혁진영의 과제

진보개혁정당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또는 각기 마땅히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생활정치의 정책과 의제들을 발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민주당의 '생활정치'나 안철수의 '시민정치'는 요란하게 선거 구호로만 활용되었지 내용을 채우지 못한 채 폐기된 느낌이다. 진보개혁정당과 시민단체들은 6.4 지방선거를 대비해 '맞춤형 10대 생활정책'을 개발해 선거 국면을 정책 경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기에는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재구성하는 사회적 경제 프로그램이 들어갈 수 있으며, 이를 만들 생활정책 기획단(가칭)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정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구성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복지 정책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 정립과 정당과 시민단체 사이의 정책협약의 체결이다. 진보개혁진영은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보육, 무상연금 등 '4대 무상복지' 사업과 보편적 복지정책을 확대할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축소할 것인가? 이에 대한 각 정당의 노선과 이에 대한 재정 조달 방안은 무엇인가? 필자의 판단으로는 현재의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대담성과 상상력이 아니라 실행력과 대안의 현실성이다. 지금이야말로 조세를 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말할 시점이다. 그것의 핵심은 부유세의 도입, 법인세의 상향, 자영업자에 대한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의 축소, 그리고 중산층에 대한 일정한 증세이다. 대선과 총선 이전에 이를 정직하게 공론화하는 것이 국가에도 이롭고 정당의 발전에도 좋다.

다음은 대통령 불러내기다. 이는 저열한 정략적 셈법이 아니라 책임정치의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마땅히 행사할 야당의 권한이자 전략이다. 왜냐하면 정치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대통령제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의 명확성이다. 필자가 보기에 요즘 한국정치는 응당 있어야 할 양대 주체가 장막 뒤로 숨어 버렸다. 하나는 국정원 개입 논란, NLL 대화록 유실, 최근의 조세 논쟁 등 정부 수반이자 집권여당의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 정치'의 실종이며, 다른 하나는 이를 준엄하게 질타할 야당의 부재이다.

아울러, 정치학 연구자로서 정치개혁이나 지방정치의 발전 명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 정당공천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폐기가 아니라 개선의 대상이다(☞ 관련기사 보기 : '지방 정치, '토호의 난(亂)' 막으려면…').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좋을 세력은 국민이 아니라 둘뿐이다. 하나는 현직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다. 지명도 경쟁에서 훨씬 앞서있는 이들에게 정당공천제 폐지는 험난한 공천과정과 중앙정당의 정책적 간섭을 차단할 더 없이 좋은 구실이다. 그러나 그들 대개가 지난 선거에서 정당공천의 최대 수혜자였음을 잊지 말자. 또 한 세력은 지역의 토호와 유지이다. 이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민주당과 안철수다. 이유는 지구당 폐지나 정당공천제 폐지가 갖고 있는 충격과 여파가 정당별로 상이하다는 점에 있다. 개별 의원의 이익이 아니라 정당의 손실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새누리당은 커다란 타격을 입지 않는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은 영남 지역주의, 고령화 세대와 상위 계층의 이념적 보수, 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직능조직 등 지난 반세기 동안 당의 이념과 조직 기반이 안정화된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당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시키는 이러한 조치들은 민주당이나 진보당의 지역적 기초를 약화시킴으로써 당의 불안정화와 부유(drift)화 현상을 가속시킬 것이 틀림없다. '목욕물 버리다 애까지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정당공천제 폐지에 그것도 개혁을 자임하는 정당과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은 솔직히 말해 내 눈에는 정치적 자해행위로만 보인다.

마지막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선거연합 또는 야권연대의 논리와 전략, 그리고 이에 대한 기본 입장의 정립이다. 냉정히 말해 더 이상 야권연대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겸비한 정치권 밖의 사회원로도 시민단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맏형이고 누가 막내인지는 모르겠지만 밖의 조언과 우려가 아니라 이제 내부의 결의와 협상을 통해 야권연대를 진행할 시점도 됐다. 표를 주고 세금을 내는 유권자로서, 말이 아니라 능력을 보여 달라고 이 정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 않을까?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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