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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책임 인정할 때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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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 인정할 때 강해진다"

[토크쇼] "도움 안 받아? 감옥의 원세훈이 억울할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십 년 전 정부가 제주도민을 학살한 4·3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게 대통령이다. 내가 몰랐다고 해서 '사과할 것 없다, 책임질 것 없다'는 건, 보통사람도 꼭 그러진 않는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는 순간 권력이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가 청와대에 있어봐서 알지만, 권력은 인정할 걸 인정할 때 더욱 강해진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

"만일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는데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문 후보를 위한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하자. 그러면 문재인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 국정원이 한 일을 대통령이 사과해야지,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사과하겠느냐.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노회찬 정의당 전 공동대표)

53일간의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가 결국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파행됐다. 사초 실종사건으로 비화한 NLL 논란은 온데간데없이 사그러졌다.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노숙 투쟁에 돌입하고 정의당 대표까지 같은 곳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는 진풍경만 남았다.

정국이 소용돌이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조용하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이 요구해온 일대일 회담에 줄곧 냉랭한 반응이다. 26일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는 선을 그은 것이,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보인 반응의 전부다.

또 국정원은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에게 '내란음모죄' 혐의를 적용, 전격적인 압수수색 및 검거에 나서면서 '2차 도발'을 감행했다. 내란음모죄가 정치권 전면에 부활한 것은 유신 이후 거의 30여 년만이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공안정국'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의당은 28일 오후 당 대표의 농성 장소인 서울시청 광장에서 '대통령, 품격이 뭐에요?' 토크쇼를 개최했다. 이 토크쇼에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박원석 의원·노회찬 전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학 교수가 함께 했다. 이들은 취임 6개월이 지난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품격'에 대해 평하고, 앞으로 박 대통령이 갖추길 바라는 '품격'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원 문제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 아니다"

화제는 역시 "도움받은 것이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노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지난 6개월에 대해 한 마디로 "6개월 동안 한 일이라곤 '난 도움 받은 것 없다'고 한 것과 중국에 가서 옷 몇 번 갈아입은 것뿐"이라고 평했다. 그는 "다른 직장에서 저렇게 6개월 일하면 감봉 처분받는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정원이 도움을 줬는데 도움 안 받았다고 하면, 배달 사고가 난 것이냐"며 "도움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본인이 할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느냐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전혀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금 감옥 안에서 얼마나 화가 나겠느냐"고 정곡을 찔렀다. 그는 "또 4대강으로 날린 돈 등을 덮기 위해, 살기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이명박 대통령도 (섭섭해 할 것)"라고 덧붙였다.

표 전 교수 역시 "시작은 당연히 이명박 전 대통령에서 시작됐겠지만 지난해 12월 16일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허위사실을 발표하면서부터 이 사건은 대선과 관련됐다"며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모두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슬쩍 책임을 비껴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박 의원은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부터 아주 측근으로서 오른팔 역할을 한 사람"이라며 "그 배경에서 정보 업무에 대한 아무 전문성 없는데도 국정원장이 됐기 때문에, 국정원이 진행하는 모든 일을 대통령과 독대하고 소상하게 상의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표 전 교수는 "초기에 야당이 멈칫거리고 오히려 국민들이 화 나서 거리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보니, 그 당시에 책임졌어야 할 이 전 대통령보다는 지금 당장 대통령이 된 박 대통령한테로 화살이 몰려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렇지만 박 대통령 본인이 정말 자유롭다면, 더욱이 본인도 피해자임을 주장하신다면 원 전 원장·이 전 대통령의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NLL이슈, 사라지다

천 대표는 "오로지 대통령을 위해 충성하는 문화와 전통을 가진 중앙정보부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정원의 속성을 우려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변인을 역임한 그는 "참여정부 때 국정원이 대통령 독대하는 것을 받지 않겠다고 했더니 국정원 전체의 사기가 떨어진다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결국 독대가 아니라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참여해서, (국정원의) 기는 살려주자는 취지로 면담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는 "이렇듯 국정원은 오로지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정신을 가진 조직"이라며 "국정원은 앞으로 공공연하게 선거 정치 개입할 것이다. 이 문제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국정원이 과거 중정처럼 나타나 대한민국을 과거 유신처럼 만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른바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대화록 폐기의 주체를 놓고 숱한 추측만을 남긴 채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박 의원은 "(댓글 사건과 대화록 실종 사건은) 한 덩어리 사건인데 새누리당이 (대화록 실종 사건을) 굳이 국조에서 제외해서 국조 대상도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영세 주중대사의 녹취록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부산 유세를 통해, 사실은 국정원이 짜깁기하고 편집한 NLL 대화록 일부가 사전에 누설됐고 사초 실종 논란까지 쭉 연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 못지않게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이자 국익에 손실을 가져온 사건"이라고 총평했다. (관련기사 ☞ : 김무성 12월14일 'NLL 발언' 전문)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폐기했다는 의혹과 관련, 천 대표는 "이젠 국민들도 안 믿는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현직 대통령이 정한다.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의결하지 않고는 절대 열어볼 수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이것을 보관토록 한 이유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잘 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록을 숨기려면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한테 넘겨서 녹취록을 만들고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넘긴 후 폐기하라고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이 제안한 '서해NLL평화수역'을 'NLL 포기 발언'으로 보는 시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노 전 의원은 "이걸 NLL 팔아넘긴 거라고 하면 (DMZ 평화공원을 공약으로 내건) 박 대통령은 휴전선을 팔아넘긴 게 된다"며 "NLL도 그대로 있고 NLL의 물고기들도 그대로 있는데 왜 자꾸 NLL이 팔아넘겨 진 것처럼 말하느냐"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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