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표경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강원ㆍ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 6명의 후보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격앙됐다. '2강'으로 분류되는 서청원-최병렬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그 뒤를 쫒는 후보들은 선두권 후보들을 겨냥해 저마다 마지막 총공세를 퍼부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서청원, '세 대결'에선 압승**
장맛비가 시작된 가운데에도 합동연설회가 열린 장충체육관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3천여명의 청중들로 가득찼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각 후보진영의 세 대결.
주로 40~50대 여성들이 청중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서울에 지역구가 있는 서청원-최병렬-김덕룡 후보가 소개될 때는 박수소리부터 타 후보들을 압도했다. 특히 서청원 후보가 연설을 채 마무리를 짓기 전에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지자 지지자들은 열광적으로 "서청원"을 연호하기도 했다. '4강'으로 꼽히는 후보 가운데에선 대구경북이 '텃밭'인 강재섭 후보가 상대적으로 뒤쳐져 보였다. 무작위로 만나본 7명의 청중 중에서도 서청원 후보 지지자가 3명, 김덕룡 후보 지지자가 2명, 최병렬-강재섭 후보 지지자가 각 1명씩이었다.
표현은 제각각이었으나 서 후보 지지자들은 서 후보의 '검증된 리더십'을 공통적인 지지사유로 밝혔다. 50대의 한 남성 지지자는 "작년 대선에서 서청원 후보만큼 열심히 뛴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대선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도 "불리한 후보들이 (서 후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라고 옹호했다.
최병렬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50대 여성은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불안하다"며 "가장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최병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덕룡 후보 지역구인 서초구에서 왔다는 한 40대 여성은 "다른 후보들은 그동안 다들 한자리씩 해 본 사람들이 아니냐"면서 "이제 김덕룡 후보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한나라당도 이제 변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강재섭이 돼야 당이 변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청원ㆍ최병렬, "대표되면 盧와 전면전"**
세 대결은 치열했으나, 마지막 연설회를 통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 후보는 예상외로 없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특검연장 거부방침이 정국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후보들은 앞다퉈'노무현 때리기'에 나섰다. 특히 수위다툼이 치열한 서청원-최병렬 후보는 노무현 정부 비판에 대부분의 연설 시간을 할애하면서, 당 대표가 되면 대북송금 의혹 및 정치자금화 의혹에 대한 전면전을 수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서청원 후보는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1백50억을 받아 구속됐는데 이를 은폐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송금한 돈을 덮기 위해 특검연장을 반대했다"며 "내가 대표가 되면 이 문제를 가지고 노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최병렬 후보는 "1백50억이라는 돈이 민주당으로 흘러가 정치자금화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며 "이 시간부터 노 대통령은 정당성과 도덕성을 모두 상실했다. 대표가 되면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작태를 까부수겠다"고 선언했다.
김덕룡 후보도 "노 대통령이 특검연장을 거부한 것은 수백억의 돈이 민주당으로 흘러간 것을 감추고 정상회담을 위해 추잡한 거래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한나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강재섭 후보 역시 "단군이래 이렇게 대통령 못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대통령직을 못해먹겠으면 빨리 내놓으라"는 등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강재섭ㆍ김덕룡, '막판 뒤집기' 총력전**
한편 중위권으로 처진 김덕룡 강재섭 후보 등은 '막판 뒤집기'를 위해 서청원 최병렬 후보 등 선두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강재섭 후보는 "우리당에선 대선 패배의 찌꺼기를 씻어내고 '수구꼴통' 이미지를 씻어내야 한다"며 서청원 최병렬 후보를 각각 비판했다. 강 후보는 이어 "최병렬 후보는 대표가 되면 젊은 사람을 키우겠다고 하는데 이번에 젊은 사람이 바로 크면 안되겠느냐", "서청원 후보는 대표가 되면 젊은 사람을 받아들이겠다는데 대표부터 젊은 사람으로 바꾸면 안되겠느냐"며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김덕룡 후보도 "대선패배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판을 흐리고 있다"고 서 후보를 비난한 데 이어, "여론조사 이름으로 성분조사를 해서 당원들을 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최 후보에게도 화살을 날렸다. 김 후보는 또 "노무현 정권이 비판받고 있으니까 그 반사이익만으로 우리가 잘 될 것이라는 허황된 의식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당을 개혁해서 노무현 신당바람을 압도하고 총선에서 승리할 사람은 김덕룡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청원 후보는 "그동안 조용히 있었지만 오늘은 한마디 해야겠다"며 입을 뗐으나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져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텃밭' 투표율이 관건**
이날 강원서울지역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13일간의 공식 선거전은 모두 끝났다. 한나라당은 24일 지구당별로 투표를 실시하고, 26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한다.
투표일이 평일이고 장마까지 겹쳐 당 선관위는 투표율 높이기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 각 후보진영도 전통적 '텃밭'에서의 투표율을 당락의 최대 관건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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