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펼쳐진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로 국방부에 군사훈련중인 안정환의 특별외출을 부탁해 논란을 일으켰다. 코엘류 감독은 안정환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안정환을 기용하지 않았고 대한축구협회는 원칙이 없는 '즉흥행정'으로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네티즌의 압력으로 안정환을 차출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BS, SBS의 공중파 중계가 있을 때 방송사 편의에 맞춰 경기시간을 변경해 문제를 야기시켜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포츠협회가 네티즌의 좋은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송사와 협력해야 하지만 명확한 원칙없이 외부압력에 이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스포츠팬 의견 중 옥석을 가려라**
1989년 미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이미 은퇴를 했던 마이크 슈미트가 뽑혀 논란이 됐던 일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때 비록 슈미트가 은퇴를 선언했지만 팬들의 투표로 결정나는 올스타전의 기본취지를 살려 슈미트의 올스타게임 선발을 정당화했다.
슈미트는 양복을 입고 올스타전이 펼쳐지는 애너하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 많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던 슈미트에 대한 논란은 메이저리그측의 원칙을 지킨 결정으로 일소된 것이다.
'팬들의 힘'으로 추진됐던 마이크 슈미트의 올스타경기 참가와 안정환의 평가전 참가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대한축구협회는 우루과이전 이후 팬들의 안정환 출전요청이 빗발치자 안정환의 특별외출을 국방부에 부탁했고 국방부는 이를 허락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1주년 기념 국가대표 평가전에 급급해 네티즌 파워에 원칙도 없이 무리수를 택했다.
평가전의 의미가 작은 건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전이 월드컵이나 기타 주요국제대회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안정환의 무리한 경기출장은 안정환, 코엘류 감독, 대한축구협회에게 모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던 해프닝이었다.
***스포츠중계방송과 경기시간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방송국과 스포츠협회와의 관계는 미묘한 부분이 존재한다. 협회가 방송국으로부터 받는 중계권료는 협회수익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방송국은 스포츠경기 중계권을 통해 광고료 등을 통한 이익을 얻는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연휴에 프로농구나 프로미식축구의 빅 경기를 배치하는 것도 스포츠협회와 방송국간의 이익창출을 위해 사전협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방송국과 스포츠협회가 경기일정을 조정하는 것에는 비교적 관대한 팬들도 스포츠중계방송 때문에 경기시간이 바뀌는 것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일자(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004~2007년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의 중계권협상으로 인해 기존의 축구 경기시작시간이 달라지게 됐다는 보도를 했다.
이 신문에서 축구서포터스연합회의 스티븐 파월은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토요일 3시 경기시작 전통이 흔들리게 됐다. 중계방송 때문에 경기시간이 멋대로 변경되는 것은 일반 팬들을 외면하는 처사다"라고 밝히며 축구협회를 비판했다.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의 중계방송으로 인한 경기시간 변경은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지는 삼성과 SK의 프로야구 경기는 이승엽 선수의 3백호 홈런 기록에 대한 관심으로 KBS 2TV의 중계가 결정되자 예정시간보다 30분 앞당겨진 6시에 시작되며 22일 두산과 기아의 잠실경기도 KBS 1TV의 중계로 인해 야간경기가 아닌 낮경기로 변경됐다.
갑작스런 경기시간 변경은 팬들의 혼란도 문제이며 특히 야간경기에 익숙해 있는 선수들에게 주말경기를 낮시간에 생중계로 치러야하는 부담감을 안겨주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003년도 대회요강 21조 주, 야간경기 및 경기개시시간을 통해 주중 전경기는 6시 30분, 토요일은 5시, 일요일과 공휴일은 2시(6,7,8월의 경우는 6시 30분)라는 원칙을 세워놓았으며 단, 총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경기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는 부분을 첨가했다.
공중파 TV중계로 인한 프로야구경기의 시간변경은 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야구 중계를 하는 KBS,SBS가 한 시즌의 경기일정이 결정됐을때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공중파에서 하는 프로야구중계가 연간 20여회 정도로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방송국의 요청에 따라 협회가 갑작스럽게 시간변경을 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스포츠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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