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박지원씨, 뇌물수수ㆍ직권남용으로 구속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18일 대북사업 협조 등 대가로 현대측에서 1백50억원을 수수하고 현대 계열사 대출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구속수감했다.

서울지법 최완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뒤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박 전장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달 앞둔 2000년 5월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이 김대통령에게 '현대가 경협 대가로 5억달러를 주기로 약정했다'고 보고했었다"면서, 지난 16일 특검팀에 출두하면서 제출한 소명서에서 '대북 송금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때'라고 밝힌 내용을 뒤집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특검, 박 전장관 1백50억 수수 인정**

구속영장에 따르면, 박 전장관은 2000년 4월 중순 서울 프라자 호텔 객실에서 재미 무기중개상 김영완씨를 통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 명목으로 1백50억원을 지원해 주도록 요구했다.

박 전장관은 이어 같은달 중순 프라자 호텔 주점 룸에서 정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익치 전회장으로부터 현대가 진행중인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 카지노와 면세점 등 설치 등 대북사업 전반에 관한 협조 청탁 등 명목으로 양도성 예금증서(CD) 1억원권 1백50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이와 함께 현대가 정상회담 직전 산업은행에서 4천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도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2000년 5월 중순께 서울 롯데호텔 객실에서 정 회장으로부터 대북경제사업을 추진하며 북한에 수억불을 송금키로 약속했는데 현대 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뤄지도록 정부 차원에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뒤, 같은달말께 국가정보원 별관에서 임동원 국정원장, 김보현 5국장이 동석한 가운데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현대 계열사에 대한 여신 지원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영장에 적었다.

***“아무 책임 없는 두분도 구속됐는데...억울하지 않다”**

박지원 전장관은 이와 관련, 18일 밤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기 전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라며 조지훈 시인의 시 ‘낙화’의 첫 구절을 인용해 심경을 피력했다.

박 전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 때 특사 역할을 한 것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문제에 있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사법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억울한 점은 없다. 앞서 아무 책임도 없는 두 분(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구속됐는데 내가 구속이 안되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1백50억원과 관련된 부분은 현재 특검에서 계좌 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쫓고 있으니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이 보도한 4백억 수수 의혹과 관련 "특검에서 그 부분을 내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또한 진술도 하지 않았다"면서 "오해"라고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이어 "꽃잎이 진다고 해서 바람을 탓하지 않겠다. 다만 한잎 차에 띄워 마시면서 살겠다"고 말한 뒤 조정래씨의 10권짜리 대하소설 '한강'의 7~9권을 소지한 채 구치소로 향했다.

이에 앞서 박 전장관은 영장실질심사 최후 진술에서 "정상회담이 없었으면 지금도 한반도는 전쟁위협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로 IMF 를 극복한 것도, 성공적인 월드컵도, 부산 아시안게임의 북측 참석도 모두 정상회담의 결과가 아니겠느냐. 북한은 적성국가이지만 동시에 형제국가로 통일해야 한다"며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박 전장관은 "실질심사를 신청한 것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의 소회를 밝히고 1백50억원 수수 의혹을 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 정상회담 한달전 현대의 5억달러 약정 보고받아**

한편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현대가 북한에 5억달러를 보내기로 한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남북 정상회담을 한달 앞둔 2000년 5월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이 김대통령에게 '현대가 경협 대가로 5억달러를 주기로 약정했다'고 보고했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 특검팀에 제출한 소명서를 통해 “대북 송금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때”라고 밝힌 내용을 번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전장관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장관은 출두 며칠 전 金전대통령이 동교동 자택으로 식사를 하러 오라고 청했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김 전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을 우려, 가지 않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