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 노무현도 대한민국도 절대 불안하지 않습니다. 새 시대를 향한 국정운영의 방향과 대한민국의 비전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1년 이내의 단기투자라면 장담할 수 없지만 2년 이상의 장기투자라면 확실합니다. 5년 후에는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창간 2주년을 맞는 '머니투데이'(www.moneytoday.co.kr)에 '노무현과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현직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직접 기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 주체'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식정보화의 급속한 흐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새로운 인식과 틀을 요구하고 있다"며 '개혁주체론'을 역설하게 된 배경을 지적했다. "이같은 시대적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개조, 즉 대한민국의 팔자를 바꾸기 위해선 행정혁신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고 공무원들이 그 주체세력이 돼야 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봉사에 부처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소속이 다를 수 없다"면서 "부처와 부처, 공무원과 공무원을 잇는 봉사와 혁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서비스 행정의 경쟁에서 뒤쳐지면, 공무원도, 소속 부서도 줄어들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 "국민이 평가하고, 새로운 감사정책에서 이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영 대변인은 "창간 2주년을 맞아 머니투데이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지식정보화시대의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심이 기고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날 기고문은 '개혁 주체' 논란에 대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득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되고 있다. 국민들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해온 노 대통령은 지난 5일 이기명 후원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세 차례 공개서한을 통해 매 국면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이 기고한 칼럼 전문이다.
***노무현과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지난 몇년새 크나큰 변화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산업사회로부터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입니다. 우리 사회에 전개되고 있는 지식정보화의 급속한 흐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새로운 인식과 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 본격적인 형질(形質)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형질변화의 기본 원리를 저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저는 권력과 정치의 권위주의 탈피, 토론과 대화를 통한 정책 결정의 시스템화, 그리고 언론과 권력의 정상화에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지식정보화 시대를 사는 우리가 성취해야 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과제들입니다. 새롭게 전개되는 거센 흐름으로 보면 다소 혼란스럽고, 때로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입니다.
저는 이같은 시대적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개조(國家改造)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팔자를 바꾸겠습니다.
제일 먼저 정부부터 바꾸겠습니다. 행정혁신입니다. 정부야말로 국민에 대한 최고-최대의 서비스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공무원은 가장 유능한 대(對)국민 서비스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이 혁신되어야 하고, 구성원인 공무원들이 그 주체세력이 되어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가 말하는 개혁주체세력론입니다.
정부와 공무원부터 기득권을 버려야 합니다. 잔존하는 관존민비라는 수백년 인습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정부와 공무원에게 권리가 있다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권리입니다. 국민을 위한 봉사에 부처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소속이 다를 수 없습니다. 부처와 부처, 공무원과 공무원을 잇는 봉사와 혁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비스 행정의 경쟁에서 뒤쳐지면, 공무원도, 소속 부서도 줄어들고,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혁신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부서는 확대되고, 공무원들은 승진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이 평가하고, 새로운 감사정책이 이를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세무서에서 불러도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고, 경찰과 검찰에서 오라해도 가슴 졸이지 않는 그런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왜 이런 정부 개혁이 편가르기이고, 왜 이런 공무원들을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식 문화혁명이라는 말입니까.
정부혁신이 내적 형질변화라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은 대한민국의 외형을 바꾸는 양대축입니다.
한반도의 좌우에 경제력을 바탕으로 21세기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과 일본이 있습니다. 이 양대국을 평화와 번영의 네트워크로 묶지 못하면 한반도는 안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군사력 대결이 아닌 경제적 협력으로 묶어야 한-중-일-러의 동북아 모두의 윈-윈이 가능합니다.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동북아 공동체적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은 바로 이같은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이 선행요건이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필수조건입니다.
저는 미국-일본 방문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새로운 동북아시대의 구상도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중국, 러시아 방문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지만 반드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 한반도를 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잇는 신동북아시대의 평화와 번영의 중심축으로 만들겠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방에 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 권한이 없는 자율은 책임전가입니다. 지방 스스로 발전을 위한 혁신을 기획하고, 수익모델을 창출해서 서로가 경쟁할 수 있도록 재정-행정권의 대폭적인 수술을 해나가겠습니다.
지역 대학과 연구소, 기업, 시민사회, 언론이 함께 참여해서 지역 특성을 살리고, 스스로 자립 성장할 수 있는 지역별 클러스터를 형성토록 하겠습니다. 지역발전의 희망과 비전의 틀이 만들어지면 수도권 정책도 새로운 비전을 갖도록 바꾸겠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과 지방간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서민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0여 일 동안 우리 경제환경을 억누르고 있던 본질적인 악재들을 제거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불안 이상의 경제 악재는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 방문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불안을 제거했습니다.
금융시스템의 붕괴 우려를 가져왔던 SK글로벌 문제도 시장논리에 의해 해결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 카드채 문제 역시 서서히 자생적 해결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전세계를 엄습했던 사스가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의 환자 발생 없이 지나가면서 사스공포로 인한 경제 환경도 회복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국채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은 금리로 해외에 팔렸습니다. 중요한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한국경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 외국 투자자금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제 서민경제 회생에 주력하겠습니다.
첫째, 주택-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안정은 기필코 이뤄내겠습니다.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일순에 앗아가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서민경제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적어도 제가 집권하는 동안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벌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둘째, 추가경정예산을 청년실업해소, 서민주택건설 지원, 전략적 SOC투자에 집중투입해 일자리 창출 등 서민보호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그러나 결코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을 위한 경기대책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단기 경기부양은 결국 물가상승 등 서민경제를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셋째, 국내외 투자를 막는 행정편의적이거나 실효성이 상실된 규제의 개혁에 과감히 나서겠습니다. 투자야말로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진작시키고, 중장기 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입니다. 대기업들이 26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해외투자자들도 한국시장에 새로운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투자를 가로막는 실효성 없는 규제에 대해선 전반적인 재검토를 하겠습니다.
넷째, 자본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투신 문제도 연내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투신문제의 해소야말로 증시활성화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리라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정책과 제도의 실패로 양산된 신용카드 연체자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모색하겠습니다. 수백만 신용카드 연체자들을 신용불량자로 방치해서는 신용사회를 이룰 수 없습니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차원의 접근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1만불 시대를 10년 가까이 계속하고 있습니다. 10년을 선진국의 문턱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뒷걸음질하고 있는 셈입니다. IMF 금융위기가 그 첫째 원인입니다. 하지만 IMF위기로만 탓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저는 반문해 봅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 최고의 IT강국,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산업 분야의 세계 5대 강국, 세계 최고의 국산영화 점유율, 12대 무역대국, 시골벽촌까지 도로포장이 된 SOC 등, 왜 우리가 아직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수 차례에 걸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주의와 어떤 성역도 용납치 않는 언론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외형적 조건만 본다면 왜 외국투자자들이 망설이고, 불평한다는 말인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불행하고, 부끄럽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50여년 지속되어온 권위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정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규정해 왔다는 것입니다. 권력중심, 사람중심의 권위주의 정치 체제는 지역주의 정치를 유발했습니다. 정치-행정-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도 시스템이 아닌 인치 중심의 관행과 문화를 뿌리깊게 드리웠습니다.
재벌의 경영행태도 예외는 아닙니다. 권력의 부정부패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퇴행적 정치문화의 결과입니다.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문화를 이루어내겠습니다.
시장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으로 바꿔놓겠습니다. 우리 기업의 주가가 더 이상 경영의 불투명과 시장의 불공정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결국 해답은 모든 분야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토대 위에서 법과 질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진정한 선진 민주주의가 가능해집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이야말로 지식정보화 시대의 생존논리이고 국가경쟁력의 원천입니다. 2만불 시대를 앞당기는 진정한 지름길입니다.
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노무현과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 노무현도 대한민국도 절대 불안하지 않습니다. 새 시대를 향한 국정운영의 방향과 대한민국의 비전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1년 이내의 단기투자라면 장담할 수 없지만 2년 이상의 장기투자라면 확실합니다. 5년 후에는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5년을 쉼 없이 가겠습니다. 자신있게 가겠습니다.
2003년 6월 19일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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